갤러리 담에서는 4월의 작가로 박진홍의 Self -Portrait전을 기획하였다. 박진홍은 2000년 이후 줄곧 자화상이라는 주제의 작업을 일관되게 하고 있는데 이 자화상은 작가 자신의 외연에서 보이는 모습만을 형상화 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모습까지도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찌 보면 그 자화상은 우리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그 혹은 그녀의 모습일지도 모를 박진홍의 자화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보이지 않는 그 깊은 심연 속에서 느껴지는 고뇌와 슬픔을 감지케 한다.
한 작업에 쏟는 작가의 열정을 보노라면 과연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자문을 하게 된다. 붓과 나이프로 여러 차례의 형상이 보이면 지우고 그리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난한 작업과정에서 수도자의 모습과 일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화상시리즈의 작품뿐만 아니라 물 속에 있는 사람의 형상의 작업도 보인다. 빠져 죽은 사람의 모습으로 보기에는 팔의 자세가 안온하게 가슴을 향해 모으고 있어서 마치 배형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햄릿을 사랑하다 자살한 오필리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치 인간의 몸도 어차피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림에서 한가지로 명확하게 관객들에게 읽혀지기보다는 다양한 모습으로 이해되기를 원한다. 그래서일까 의도적으로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사용하여 형상이 완전하게 보이는 것을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선보이는 자화상에는 좀더 밝은 분홍색과 노란색 등이 기존의 푸른색 계열과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때로는 옆모습과 정면의 모습이 한 얼굴에 동시에 표현되기도 한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마치 깊은 슬픔을 가진 사람이라 옆에서 연민을 가지고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렇듯 박진홍의 작업에는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은 사유를 엿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박진홍 작가는 중앙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이번이 열 두 번째 개인전이며, 이번 전시에는 <떠있는 사람>, <아침, 마리아>, <self-portrait>등 신작들이 14여 점 출품될 예정이다.
‘Self-Portrait’
나를 내어주고, 살아 움직이는 삶을 껴안다
김진아
박진홍 작가의 자화상 시리즈는 다소 으스스하고 강렬한 첫 인상을 안겨줍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대하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섰다가 순간 주춤하면서 거리를 둘 수도 있고, 익숙지 않은 어두운 색감 때문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두면서 바라보면, 어둠에 갇혀 있었던 눈이 조금씩 풀리면서 밝은 색감과 선들 속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형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단숨에 읽히는 얼굴이 아니라 찬찬히 살피며 들여다 보게 되는 얼굴과 만나면서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는 눈빛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박진홍 작가는 2000년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Self-Portrait’ 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작품들을 그려왔습니다. 오로지 Self-Portrait 연작뿐입니다. 이런 연작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가 왜 이토록 ‘자화상’ 시리즈에 몰입하고 몰두해 있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한 번쯤은 풍경화를 그려볼 수도 있고, 다른 대상에 눈을 돌릴 법도 한데 어째서 Self-Portrait를 고집하는 것일까?
유년시절, 서산군청에 갔다가 우연히 보았던 석고상 데생화.
그는 그 앞에서 온몸이 흔들릴 정도의 전율이 일었다고 했습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한 시대를 풍미했을 영웅임을 알 수 있었고,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이 뿜어내는 강렬함에 압도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 박진홍을 그림 그리는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시발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박진홍 작가는 한 사람을 온전히 대표하는 것으로 증명사진 만한 것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한 장의 증명사진엔 그 사람이 지나온 삶의 흔적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얼굴의 틀과 이미지를 완성하고, 그가 누구인지 증명해줍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한 사람의 세계가 그 안에서 완성체를 이루고 그가 허상의 존재가 아닌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증명해줍니다.
작가 작업실에서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며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존재를 굳건하게 세워주고, 박진홍 이라는 존재감을 형성시켜준 그의 증명사진은 그가 그려온 그림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1-2회 개인전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들은 국내외에서 뜨거운 호평과 주목을 끌면서 ‘Self-Portrait’는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두 번의 개인전 이후 5년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고 고백합니다. 이제와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끝없이 방황하는 마음과 맞서 싸우며 그림을 그렸고, 자신의 겉모습에 반했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이 시기 그의 작품들은 회화적인 선이 주는 맛, 주관적인 색감이 주는 맛에 극한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마치 캔버스에 상처를 내듯이, 나무판에 조각칼로 파헤쳐 나가듯이 붓을 쓰는 모습들은 고행을 삼키는 수도자를 만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또 이 시기의 작품들은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 어두운 색감 속에서도 멋있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작품들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박진홍이라는 작가의 입지를 굳혀준 초기의 작품들은 그에겐 자유의 감옥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자화상에 물들어 스스로 자꾸만 찾아 들어가게 되는 자기만의 방. 그만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세계이지만 스스로를 가둬두기도 하는 자유의 감옥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십 수년 이상, 자화상 시리즈를 그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자문자답을 던지며 스스로를 혹독하게 다뤄왔던 작가는 지금에 와서야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의 그림은 개인적인 성찰에서 시작됐지만 많은 것들이 변하고 발전의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박진홍 작가의 Self-Portrait는 직역의 뜻인 나를 그린 자화상이라기 보다 나와 함께 한 것들, 내 곁에서 흘러가는 것들, 살면서 육화된, 이 모든 것들의 총체로 보입니다. 작가는 이미 자신을 스쳐가고 있는 모든 숨결들의 흔적까지 붓에 실어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portrait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처럼 보이는 극사실적인 그림보다 더 섬세하고 진심에 호소할 수 있는 Portrait가 완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림을 보는 사람이 그리는 이의 몸짓과 동작마저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Portrait는 정지된 화면처럼 그려지지만 사실은 상당히 역동적인 찰나의 연속이기에 작품을 끝내야 할 시점을 찾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죽은 Portrait가 아닌 여전히 나와 누군가와 함께 숨쉬고 있는 Portrait,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면서 이 세계를 온전히 소화해내겠다는 의지들이 이번 작품에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신작들에서 볼 수 있는 물과 바람은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상당히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박진홍 작가는 자신의 작업은, ‘무엇을 그릴까?’의 고민이 아니라 ‘오늘은 어떻게 그려질까?’라는 마음으로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보지 않고도 그려낼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담아낼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삶을 껴안은 자화상. 머지 않아 그의 작품들은 굳이 텍스트와 설명을 달지 않아도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될 것이며, Self-portrait라는 영역을 확장시키고 재해석하게 만드는 하나의 기준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Self-Portrait 116.8X72.7cm Oil on Canvas 2014
아침 마리아 130.3X80.3cm Oil on Canvas 2014
떠있는 사람 97X194cm Oil on Canvas 2013
박진홍 PARK, JINHONG 朴鎭鴻
1997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졸업
개인전
2014 Self-Portrait 展 갤러리 담 서울
2013 Self-Portrait 展 갤러리 담 서울
2012 Self-Portrait 展. 갤러리 담 서울
2011 Self-Portrait 展. 심여갤러리 서울
Self-Portrait 展. 희아아트갤러리 마석
2010 Portrait 展. 갤러리이즈 서울
2009 Self-Portrait 展. 갤러리반디 서울
2008 Self-Portrait 展. 관훈갤러리 서울
2007 Self-Portrait 展. 관훈갤러리 서울
2006 Self-Portrait 展. 관훈갤러리 서울
2001 Self-Portrait 展. 관훈갤러리 서울
2000 Self-Portrait 展. 관훈갤러리 서울
아트페어
2010 도어즈 아트페어.임피리얼펠리스 호텔.서울
2008 아트페어21세기, 퀼른, 독일
코리아 인터내셔날 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브릿지 아트페어 뉴욕08, 미국
대구아트페어, 대구
2007 베이징 아트페어, 중국
단체전
2013 Midfielder 展, GMA 갤러리, 서울
2012 풍경 공간 그 너머 그의 제자들 展, 갤러리 팔레트, 서울
화가가 화가를 보다 展, 갤러리 이브, 서울
2011 한국 거석 문명의 수수께끼 展, 포항 시립 미술관
회화 속 가족일기 展.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해골전. 갤러리토스트 기획 展, 서울
바람결의 제자들 展,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0 국민은행 Gold & Wise, PYO Gallery 기획,
갤러리 뱅크, 청담 / 평촌 PB센터
2009 THE NEW PORTRAIT. 갤러리반디, 서울
2007 Insight-박진홍 신금선 2인 展. 관훈갤러리, 서울
2006 동강현대작가초대전, 영월문화예술회관
HERE AND NOW 展 갤러리 쿤스트독, 서울
2004 HERE AND NOW 展 창갤러리, 서울
2001 HERE AND NOW 展 문예진흥원미술회관, 서울
2000 HERE AND NOW 展 썬앤문갤러리, 서울
1999 HERE AND NOW 展 덕원갤러리, 서울
HERE AND NOW -Subway 展 혜화역, 서울
1998 HERE AND NOW 展 관훈갤러리, 서울
1997 HERE AND NOW 展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6 칠부능선展 . 덕원갤러리 서울
첫댓글 한번 들려봐야겠어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