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부부 관계, 부모-자녀 관계 등, 가족 간의 갈등 상황에서 정말 많이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생판 남한테는 그렇게나 잘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왜 자신의 가족한테는 그렇게도 공감을 못 해 줄까?'
공감 능력의 정체
가족 간의 공감 단절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감의 정확한 구조를 파악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흔히, 공감이란,
상대방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되는 정신적 과정
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건 공감의 일면일 뿐입니다.
사실, 공감은 다음과 같은 "3차원의 정신 작용"을 뜻해요.
① 정서적 공감 : 상대방의 감정을 그대로 느낌
② 인지적 공감 :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봄
③ 행동적 공감 : 정서적/인지적 공감의 결과로 배려 행동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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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공감의 모습이란 사실 이렇습니다.
상대방이 무기력에 빠져 있다.
→ 나도 같이 쳐지는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진다. (정서)
→ 그런데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인지)
→ 상대방을 위로해주고 난 언제나 니 편이야라고 얘기해준다. (행동)
이 3차원 구조에서 중요한 점이 있는데,
빨간 부분, 즉, 정서적 공감은 "자동 반응"에 가깝단 겁니다.
(심리학에서 자동 반응이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바로 실행되는 과정을 뜻해요.)
그래서, 정서적 공감까지는 대부분 다 실행이 돼요.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가족 중에 누구 하나가 힘들어하거나 짜증을 내고 있으면,
결국 그 감정을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게 된다는 겁니다.
힘듦이 전염되는 것이죠.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인간의 정신 작용에서,
인지와 행동적 측면은 항상 에너지, 노력을 필요로 해요.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대방을 이해해보려는 "노력"
그에게 다가가 사회적 지지를 표현해보려는 "노력"
즉, 내 멘탈의 배터리가 어느 정도 충전이 돼 있어야만,
공감의 3차원(정서→인지→행동)이 원활히 돌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통상적으로 에너지를 밖에서 거의 다 소진한 뒤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육아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저녁쯤 되면 멘탈이 털려있고, 내면의 배터리는 대부분 고갈돼 버려요.
그렇습니다. 모두가 힘들어요.
이 때, 뭔가 하나 트리거가 생기면 누군가의 감정이 확 하고 터집니다.
그러면 정서적 공감 작용이 자동적으로 일어나게 되죠. 즉, "감정 전염"입니다.
그런데, 지금 모두가 힘들잖아요.
배터리가 0이란 말이에요.
머리를 쓰지 못해요. 몸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인지적, 행동적 공감을 시도조차 하지 못해요.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상대방의 짜증을 듣고 있자니 나도 짜증이 치밀어 오릅니다.
상대방은 내심 공감을 바라며 감정을 분출하고 있지만
배터리가 나간 나는 그러한 여건이 안 돼요. 그리고선 소리치죠.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어!
안타깝지만 그래요.
인생은 힘듭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남들보다 더 잘 살고 싶어하는 욕망이 가득한 사회"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힘들어요.
잘 살아보고자, 잘 해보고자 분투하는 게 일상이 되다보니,
여가 시간이 되어 가족만 남게 되었을 때 오히려 서로를 배려할 배터리가 남아있질 않게 됩니다.
'일, 돈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지, 가족을 더 생각하자'
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한순간일 뿐입니다.
이튿날 다시 사회에 나가면, 그 욕망 그득한 공간에 또다시 휩쓸려 버리게 될 테니까요.
SNS는 잔뜩 치장한 모습을 비춥니다.
SNS 속 남들의 모습은 우리가 멀리서 바라보니 희극처럼 보일 뿐,
가까이서 보는 모습, 즉, 가족 내의 일상은 아마 대다수의 가족들이 많은 갈등 속에서 살고 있을 거에요.
여기서 여러분께 욕망을 좀 더 내려놓고 가족에게 충실하자란 뻔한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모두 다 힘듭니다. 전부 다 마찬가지에요.
그저, 화내고 싸우고 갈등하면서 버티고 인내하다 보면 우리 멘탈에도 언젠간 굳은 살이 박힐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괜찮아요.
제가 좋아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들 마음 속에도 백혈구 같은 게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고통도 조금씩 치유가 된대. 강인해진대."
그냥 이게 바로 인생이라고 수용하면서 살다 보면 또 그렇게 살아지고,
행복한 순간들도 생각 외로 많고,
나이 먹고 예전을 회상해 보면, 그 때 별 거 아닌 일로 왜 그렇게 싸웠을까?
하며 헛웃음도 나오는 게 그냥 우리들 보통 사람들의 삶입니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모두가 아득바득 살고 있으니까.
그것이 인생이니까.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좋는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또 하나 느끼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에게 필요했던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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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
굳은살을 기다리는게 답이라니ㅜㅜ
이거 그 때 말씀하신 헤비한 관계에 대한 솔루션 글 아니에요. ㅎ 아직 안 썼어용.
@무명자 아..아닙니다. 이 글만보고 쓴거에요ㅋ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