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癸卯일 일요일--나를 지금 행복하게 하는 5가지
1. 야외법회는 날씨가 참 중요합니다.
특히 자리를 깔고 바닷가에서 두시간 동안 기도하는 법회는 날씨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 새벽은 약간 추운 듯 하지만 기도하기엔 너무나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땐 실내보다 더 좋은 야외법당이 됩니다.
구름이 해를 가려 주고 바람도 적당하니 최상의 법당입니다.
아름다운 하늘을 이고 다라니 독송을 하염없이 했습니다.
1시간 정도 했죠.
사람들은 저와 대다라니 기도하는 것이 잘 맞다고 하는데 글쎄요...제가 제 염불을 들어보면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은 듯 한데요,
대다라니나 정근, 경전독송 같은 것은 집전자의 음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집전자는 자기 위주로 할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잘 맞춰 하려 노력하여야 합니다.
마이크를 크게 쓰면 집전자 소리만 들리기 때문에 자칫 서로 호흡이 안맞기 쉽습니다.
집전자는 중간 중간 호흡을 하면서 타인들의 소리를 들어가며 대중에 맞춰가려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생하고 돌아오니 9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바다에서 두시간 반정도 있었던 것입니다.
2. 부산에 달력 만드는 공장에 근무하는 보살님이 거사님과 함께 오셨습니다.
내년 달력에 황룡사 일정 넣는 것 확인차 오셨습니다.
내년엔 봉정암에 꼭 도전할 꺼라합니다.
보살님은 진불기도를 오래 전부터 올렸죠.
자기 여동생과 남동생*어머니, 그리고 본인.. 이렇게 세가족 모두 진불회원이시고 회비도 꼬박꼬박 내십니다.
7년쯤 전에는 당시 70대 후반쯤 되시는 어머니랑 오색코스로 올라가 대청봉을 찍고 봉정암에 가셨죠.
어머니는 그때를 자주 회상하시며 기뻐하신다고 합니다.
3. 사시불공을 위해 법당에 올라가니 기도하러 온 분이 몇 명 없더라구요. 강의를 할까 말까하다가 인원이 적어서 안했습니다.
바닷가에서 기도와 법문을 많이 한데다가 오는 버스 안에서도 강의를 해서 기운이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12시에는 아이들 명상법회도 해야하고, 오후에는 엄마들 법회도 해야해서 망설이다가 사시불공 후 강의는 쉰 것입니다.
아이들 명상 법회를 오랜만에 법당에서 했습니다. 그동안 계속 재가 있어서 법당을 사용할 수 없어서 3층 강당에서 하다가 오랜만에 대웅전에서 법회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요즘 법회에 오는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이야기도 잘 듣고, 명상도 잘 합니다.
강두현 거사가 지도를 잘해서 그런가? 아님 집중력 좋은 아이들만 참여해서 그럴까요?
명상법회를 마치고 점심 공양하러 북카페로 오니 레드카펫이 깔려져 잇더라구요.
울산대 다니는 토론 수업 선생님의 생일이라고 생축 노래 불러준다고 레드카펫에 생일 모자와 카드 등등.... 거하게 축하해주는 모습에 감동입니다.
일요일마다 초딩부터 대학생, 그리고 지도교사까지 혼연일체 되어 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엄마들과 ‘도시의 양육자들’이란 책을 가지고 독서토론 하는데, 오늘 주제가 ‘소비자부모 VS 양육자부모’인데 우리 절에서 하는 양육이야 말로 ‘양육자’적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오후 2시가 되기전 아이 엄마들과 법회를 가졌습니다.
오늘은 인원이 네명밖에 되지 않아서 옆테이블에 있는 보살님들 보고 같이 하자고 하니까 슬그머니 다 도망가더라구요.
책을 읽으며 독서토론처럼 진행되는 법회라서 같이 하면 너무나 좋은데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는 충격받았습니다.
다 같은 자식 키우는 부모인데 먼저 키웠으면 끝난게 아니고 다음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과 연계할 수 있으면 같이 의견 나누며 돕는 것이 너무나 필요한데, 섞이고 싶지 않은 걸까요?
일요일에 나오는 엄마들 중엔 신심이 도타운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는 법당에도 안들어가는 자식만을 위해 온 분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초심자 엄마들인데 이미 절에 오래 다닌 분들이 같이 법회를 해줘야 초심자들도 불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끄는 것은 눈치주고, 잔소리하거나 뒷담화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법회에 함께 참여하여 법회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 진짜로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5. 네명뿐인 엄마들과 조용히 법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동문회장님이 오셔서는 뜬금없이 몇 명 있지도 않은, 엄마들 있을 때 송편 만들어야 된다고 반죽 좀 해달라고 하십니다.
추석에 송편을 너무 잘 만들어서, 권거사님이 송편을 너무나 맛있게 먹는다면서 해줘야 한다네요.
할 수 없이 법회를 일찍 마치고 쌀을 빻아서 반죽했습니다.
그리곤 북카페에다 갖다 놓으니 여기저기 사람이 모여서 송편을 빚었습니다.
저보고도 같이 만들자는거 저는 이미 반죽을 했고요, 글도 써야 하고, 상담도 해야 하거든요.
한 모녀가 오셨는데 딸 때문에 온게 아니고 따님이 어머니를 모시고 온거더라구요.
보살님이 요즘 건강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러워 점 봐주는데 갔다가 안좋은 소리를 들으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