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누운 귀에서 베개가 두근거린다
베개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난다
동맥이 보낸 박동이 귀에서 울린다
심장이 들어오고 나가느라
베고 있던 머리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린다
베개와 머리 사이엔 실핏줄들이 이어져 있어
머리를 돌릴 수가 없다
숨소리들이 모두 입술을 벌려
베개에서 출렁거리는 리듬을 마시고 있다
고막이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잠든 귀를 지나 꿈꾸는 다리로 퍼져간다
소용돌이치는 두근두근을 따라
온몸이 동그랗게 말려 있다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2024.09.01. -
모로 누워서 베개에 머리를 괴었을 때의, 어쩌면 아주 단순한 경험을 어떻게 이렇게 다각적으로, 결을 달리하면서 표현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 시는 사물의 편에서, 베개의 쪽에서 느낀 감각의 내용과 생각을 표현한다.
아니, 베개를 괸 사람이 느끼는 두근거림과 맥의 뜀, 숨소리를 베개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베개를 통해서 한 사람은 머리 위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심장이 뛰는 소리와 호흡과 생체 리듬을 공유하는, 하나의 온몸이 된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이 시를 읽고 나니, 베개는 그러려니 하는 그런 베개가 아니었다. 얼굴을 파묻어 울기도 하던, 끌어안아 자기도 하던 베개였으니 이 시를 흉내 내어 쓰자면 고락(苦樂)의 베개였다. 어디 베개만 고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겠는가. 시인은 시 ‘앉아 있는 사람’에서는 의자를 이렇게 바라본다. “의자는 제 몸을 움푹하게 파서 엉덩이를 품는다. 제 속에 엉덩이를 심는다.” 의자에도 그 어떤 성미와 성품이 정말로 있을까, 하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나 스스로 이런 의자가 될 일이요, 나 스스로 이런 베개가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