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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북부 독일 등지에 살던 노르드인과 같은 북게르만 계통 민족들의 신화를 가리킨다.
그리스 신화와 달리 정해진 명칭이 없어 사람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엔 북구 신화라는 번역명으로 불렀으며 지역명을 딴 스칸디나비아 신화(Scandinavian mytholgy), 지형학적 위치를 따른 노르드 신화(Nord mythology), 민족명을 딴 게르만 신화(German mytholgy)라 부르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가 기술된 주요 문헌으론 에다가 존재하며, 에다 중 고(古) 에다의 근본이 된 왕의 서(Codex Regius). 그 밖에 헤임스크링글라(Heimskringla), 베오울프(Beowulf) 등 여러 문헌이 이 신화권에 속한다.
북유럽 신화라는 대한 명칭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이는 틀리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는 스칸디나비아, 아이슬란드, 핀란드, 발트3국 등을 북유럽이라 부르지만, 그 당시 유럽인들의 동서남북은 로마를 기준으로 했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게르만족 일파들이 사는 지역은 전부 북유럽이었던 셈이다. 북유럽 신화의 다른 명칭인 노르드 신화의 노르드(Nord)는 스웨덴어로 북쪽이란 단어로 북쪽 유럽 땅을 가리킨다. 북쪽에서 사는 사람이란 뜻을 지닌 노르드인(Nordmän)도 노르드(Nord)에서 따왔음을 알아두자.
전체적인 줄거리는 세상이 망할 때까지 거인과 싸우는 신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신들이 풍족하게 살아가는 그리스-로마 신화와는 분위기부터가 딴판이다. 지속적으로 종말에 대비한다며 애쓰기 때문에 다소 분위기가 염세적이며, 거인들과 싸우는 대목이 되면 살벌하고 피튀기는 장면들이 많다.
2. 특징
전 세계의 신화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신화인 만큼 언어, 문화, 시간 등의 영향으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독일 등 지역마다 내용이 차이가 있고 신을 부르는 명칭도 제각기 다르다. 신화의 주신인 오딘을 부르는 명칭이 오딘 이외에 보탄, 보르탄, 보덴, 벡탐 등 다양하고 유명한 영웅 지크프리트도 지구르트, 시구르드 등 지역과 언어에 따른 여러 이름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은 북유럽 신화의 매력이라 볼 수 있으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시와 노래 같은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북유럽 신화가 문헌으로 정리되기 시작한 때는 전 유럽이 기독교 문명권에 들어선 13세기나 되서이기에 현재 볼 수 있는 북유럽 신화는 기독교의 영향이 없을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진하게 녹아내려 있다. 8, 9세기에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와 같은 문헌이 나와 비교적 순수한 원전이 전해지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비교했을 때 아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하고 눈덮힌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 학술적 가치는 굉장히 높게 평가받고 있다.
북유럽 신화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비장함과 황량함이며, 이것이 곧 그리스·로마 신화와 같은 다른 신화와 북유럽 신화를 구분 짓게 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비장함의 뿌리는 세계의 종말인 라그나로크이며, 신들은 이 운명을 극복하려 노력해보지만 끝끝내 극복할 수 없고 마침내는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면서 이 신화의 본질이 다른 것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보여주게 된다. 바로 신보다 운명이 더 앞에 놓인다는 사실이며, 비록 신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세계의 운명을 끊어낼 힘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유럽이 지닌 자연적 배경과도 일부 관련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지닌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로마와 이집트 등과는 달리 일년 내내 춥고 거친 황량한 환경에서 생존해야만 하던 북유럽의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북유럽 신화는 고대 북유럽 사람들의 거친 생존방식 속에서 형성된 심성적 측면 또한 반영해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 탓인지 전반적으로 신들의 능력이 결여되는 부분이 존재하며, 저마다의 장단이 뚜렷한 편인데, 이는 다른 신화와 구분되는 북유럽 신화의 큰 특징이다. 가령 오딘은 지혜롭지만 물리적인 힘이 약하고, 토르는 힘이 세고 묠니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둔하며, 로키는 영리하지만 사악하고, 발드르는 선하지만 유약하다. 이렇듯 북유럽 신화에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나 이집트 신화의 라처럼 전지전능한 신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시대가 바뀌며 변한 면도 하나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북유럽 신화의 주신은 오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언급이 많이 되는 신은 토르다. 전승도 토르가 제일 많아서 북유럽 신화의 절반 이상이 토르 이야기다.
이렇게 된 여러가지 설에 있다.
8, 9세기 당시엔 전투와 약탈을 주로 하던 바이킹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발할라의 주인이 오딘이기에 위치가 높았으나 북유럽 신화가 문헌으로 정리되던 13, 14세기에 이르어선 안정적인 농업사회로 접어들어 토르의 위치가 올라갔단 설이다. 토르는 농민의 신이었는데, 농민들의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 덕분에 토르 이야기는 매번 새로운 것이 만들어져 탄생해 지속적으로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딘이 주신임에도 불구하고 토르 이야기에 물량으로 밀렸다는 것.
그 밖에 수많은 룬 마법을 다루는 신비한 마법사의 이미지였던 오딘이 기독교 문화가 북유럽 신화에 녹아들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는 바람에 2인자였던 토르의 인기가 반대급부로 상승했다는 설, 본래 주신은 토르였는데 오딘을 믿는 세력이 성장해서 관계가 역전됐었다는 설도 있다.
3. 창조 설화
무스펠헤임의 불꽃과, 니플헤임의 열한줄기 강 엘리바가르가 만나 자욱한 서리가 끼고, 그로 인해 태초에 존재한 것은 혼돈에서 태어난 자인 거인 이미르인데, 이 거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끝없이 잠만 잤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겠는지,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우둠라라는 암소가 이미르에게 젖을 먹여줬다고 한다. 이미르가 자면서 흘린 땀에서 태어난 것이 서리의 거인족이며, 이미르가 사악하기 때문에 서리의 거인족 역시 사악하다.
한편 아우둠라는 소금이 섞인 얼음을 핥았는데, 여기에서 부리라는 잘생기고 강한, 다른 신들의 조상이 되는 신이 태어났다. 첫째 날 머리가 나타나고 둘째 날 얼굴까지 드러났으며 셋째 날 완전하게 전신이 드러났다. 이 신의 아들이 볼, 그 아들들이 오딘, 빌리, 베 삼형제라고 한다. 참고로 서리 거인족은 이미르에게서만 태어난 것이 아니라, 무스펠이 그의 불칼을 휘둘러 떨어진 불똥이 니플하임에 닿아 태어나기도 했다.
오딘 삼형제는 힘을 합쳐 이미르를 죽였다. 사실 이미르가 거인족을 양산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죽인 것. 오딘 삼형제는 이미르의 시체로부터 세계를 만들었다. 이때 이미르의 피로 대홍수가 일어나 거인족은 거의 몰살당했지만, "소리지르는 자"라는 의미의 베르겔미르라는 거인과 그 일족이 간신히 살아남았고, 그 몇 안 되는 소수가 살아남아서 신들에 대한 원한을 불태우고 있다. 어떤 의미로 보면, 거인을 죽여 세계를 만들었다는 대목 자체가 거인들과의 끝없는 전쟁을 암시한다고도 할 수 있다. 위그드라실은 세계를 창조한 후 오딘이 심었다고 한다.
끝없이 잠만 자는 거인이 어디가 사악한지, 암소 아우둠라는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얼음을 핥는 것에서 어떤 식으로 신이 나타난 것인지, 조상이 되는 부리 등은 오딘 삼형제가 태어난 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등 알 수 없는 점이 많지만,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남아 있는 기록의 요약이 아니라 전부다. 그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전혀 알 방법이 없다. 중세 유럽 기독교의 개종이 일어나면서 이단으로 취급받은 북유럽 신화는 거의 멸종되었고, 거기다 주로 구전으로 전승되었기 때문에 많은 기록이 유실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의 모양에 대해서 두 가지 전승이 있다. 하나는 게르만족의 기본적인 세계관으로, 끝없이 펼쳐진 기눙가의 심연에 세 개의 거대한 대륙이 떠올라 있는 모습이다. 이 세 대륙의 이름은 신들의 땅인 아스가르드, 인간의 세계인 미드가르드, 그리고 거인족의 세계인 우트가르드라고 한다. 로키의 세 자식 중 둘째인 요르문간드가 바닷속에서 미드가르드 둘레를 휘감고 조이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보면 이 세 대륙이 완전히 서로 떨어져 있는 듯이 보이지만 또다른 이야기들을 보면 걸어서 통행이 가능한 듯이 보이기도 하는 등 자세한 사항은 확실하지 않다. 전승에 따라서는 대륙의 숫자가 9개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해당 아홉 세계는 다음과 같다.
아스 신족의 세계, 아스가르드/아스가르트
바나 신족의 세계, 바나헤임/바나하임
빛의 요정 알프들의 세계, 알프헤임/엘프하임
인간들의 세계, 미드가르드/미트가르트
거인들의 세계, 요툰하임/우르가르트
어둠의 요정들의 세계, 스바르트 알프헤임/스바르트 엘프하임
서리의 세계, 니플헤임/니플하임
불꽃의 세계, 무스펠헤임/무스펠하임
죽은 자들의 세계, 헬/헬하임
또 다른 세계관에서는 거대한 나무 위그드라실이 바로 세계 그 자체이며 미드가르드, 아스가르드, 우트가르드 모두 각각 위그드라실의 한 가지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게르만족의 전통적인 세계관에서는 위그드라실은 단지 여러 세계에 가지를 뻗고 있는 신성한 나무이지 세계 그 자체는 아니다) 이 세계관은 북유럽 이외의 게르만 전승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북유럽에서도 그다지 체계화되지는 않은 듯하나, 많은 시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5. 영향
학자들 사이에선 북유럽 신화가 지역적으로 켈트 신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을 거란 주장이 존재한다. 실제로 미약하지만 비슷한 점이 있긴 하다.
굉장히 전투적이고 장엄한 요소들이 많아서, 게임과 만화(특히 모험 계열)에서 오래 전부터 가장 빈번하게 가져다 썼다. 그 대표적인 것이 무녀의 예언에서 예언된,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웅장한 부분인 라그나로크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원 불멸한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나, 모든 것이 유일신의 뜻 아래서 이루어지는 하르마게돈 등과는 달리 라그나로크는 신들이 자신들과 동격인 거인들과 싸우고 결국 패배하는 비장미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라그나로크는 말세 신화가 아니라 미륵신앙과 비슷하게 이 불의로 가득 한 세상이 끝장나고 선하고 완벽한 신(발두르)가 다스리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신앙이다. 워낙에 자연의 은혜하곤 거리가 먼 북유럽 지방의 신화다보니 현세를 행복하게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사실 미륵신앙도 주요 신도가 현시창 수준인 사람들이 주로 믿었다.
6. 재현 운동
북유럽 신이교주의의 상징인 태양십자가와 묠니르
1970년대 이래로 북유럽 신화에 기반한 종교를 재현시키려는 운동이 독일, 스칸디나비아 국가(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영국 등지에서 이루어졌다.
고대에 대한 동경에 민족주의가 합쳐진 경우로, 당연히 게르만권에서 세가 더 강하다. 흔히 아사트루(Asatru)라고 하는데, 고대 노르드어로 애시르 신족(Asa)에 대한 믿음(tru)이라는 뜻으로 만든 신조어다. 바나 신족에 대한 믿음(Vanatru)을 표방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으나, 현대까지 남아 전해지는 신화가 애당초 아사 신족 중심이라 바나 신족에 대한 믿음을 표방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그 이유는 위쪽의 아홉 세계 설명을 참고할 것. 그 외에 오딘주의(Odinism)이라고 하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은 아사트루와 오딘주의를 분리해서 보지만, 대부분은 아사트루와 오딘주의를 동일하게 본다. 이들은 오직 게르만의 자손들만이 아사트루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실제로 정식 종교 단체 승인을 받았고 현재도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다수의 단체가 존재하며 활동을 하고 있다. 1999년 FBI에서 내놓은 프로젝트 메기도에서는 이들을 위험 단체로 지목하기도 했고, 2002년에는 백인 우월주의자(White Order of Thule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공식적으로 2000년대 해체)들이 테러 모의를 했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사회주의 표어는 모두 버리고 분명하게 인종주의, 국가사회주의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하고 있으며, 네오 나치 주의자들과 사이가 매우 안 좋다.
이런 경향 때문인지 기존의 주류문명(기독교문명)에 반대 위치에 서 있는 노르웨이의 블랙 메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노르웨이의 블랙 메탈 뮤지션들 중에서도 네오 나치와 공산주의자가 있기도 했다.
실제 북유럽 국가권의 민족주의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소재가 이 노르드 신화였으며, 노르드 신화의 재건을 위한 활동을 했던 게르만 민족의 뿌리를 둔 네오나치들을 형제처럼 여긴 탓도 있다. 더구나 당시 1세대 블랙 메탈의 주동자들은 십대였으니 중2병에 잘못된 사상이 결합하여 자신들의 명작과 반비례되는 사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네오나치들이 하켄크로이츠 대신 쓰는 상징들도 바로 이 신화에서 유래한 심볼들을 많이 쓰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