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학교를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 옆의 은설은 상당히 꼼꼼하다는 사실이었다.
뭐, 수업도 안 듣고 열심히 자거나 딴짓을 하는 나에게는 숙제나 과제물 제출할때에는 언제나 구세주가 되었다.
숙제는 베끼면되고 제출할거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내용을 약간 바꾸는 식이었다.
말 때문에 이럴거라 생각은 못했는데…… 역시 사람은 완전히는 알 수 없는건가.
"강아. 잠깐 나좀 따라 와 볼래?"
담임선생님도 의외였다.
아마 맡은 과목이 음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담당과목이 영어였기 때문이었다.
유학갔다 와서 그런가?
아무튼 나는 예슬에게 선생님이 맡은 과목이 의외라는 점을 말해주자, 예슬은 선생님이 원어민과 대화를 나누어도 막히지 않을정도로 잘한다고 했다.
뭐, 나는 전혀 못알아 듣겠던데 - _-
아무튼 나는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에 선생님 쪽으로 달려갔다.
선생님은 복도를 따라 걸으시다가 말씀하셨다.
"아마, 부 신청은 오늘이나, 내일 하면 될거야. 근데 아마 내일하는게 좋을거야."
"네……."
"끝이야. 가봐."
"……."
그게…… 끝이라고?
나는 약간 황당한 기분에 휩싸여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런 나의 상황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계속 발걸음을 재촉하셨다.
하아…… 힘빠진다…….
무언가 더 중요한 얘기가 나올것만 같았는데.
아무튼 나는 반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 부 신청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 다음날.
5교시 수학. 역시 이 수면제인 이 선생님은 열렬한 공부광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을 잠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물론, 딴짓하느라 안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이따 있을 부 신청때문에 졸음이 오지 않는 상태였다.
"예슬아, 언제 가면 된다고……?"
내 말에 예슬이 짜증난다는 듯이 말한다.
"아 진짜! 몇번이나 물어보는거야! 7교시라고!"
"……."
아까부터 반복되던 질문에, 결국 예슬의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휴…… 너무 물어봤나…….
아무튼 나는 7교시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어떻게든 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7교시
후…… 드디어 끝났다…….
이제 그 인형을 만나러 간다는 불순한(옆에 예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한 나는 날라갈것 같은 기분으로 예슬에게 물었다.
"나 갈게~."
그 순간 들려오는 예슬의 말.
"나도 갈거야."
그 말에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예슬이 가면…… 그러면…… 예슬도 밴드부에 들겠다는 소리?
"너도…… 밴드부에 들려고?"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바로 예슬에게 물어보았다.
"당연하지."
"……."
예슬이 한번 마음먹은 일은 쉽게 돌이키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제길…… 이제 인형을 제대로 못보는 구나…….
아무튼 나는 예슬과 함께 특별실A로 향했다.
뭐, 거기로 오라고 했던것 같던데……
그나저나, 우리학교에 특별실 같은것도 있었나…….
아무튼 우리는 특별실A의 문 앞에 도착했고,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그렇게 인사를 하면서 들어갔다. 안에는 2학년들이 있었고, 나는 한바퀴 시선을 돌리던 중에…….
"……! 니가 여기는 왜 있어!"
나는 요한을 발견하고 외쳤다.
"뭐, 너때문에 잘렸다고 할까나? 아, 그러면 되겠다."
전혀 스스럼 없이, 거기에다가 얼굴에는 미소까지 띄우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옛말이 맞구나…….
요한때문에 미처 살피지 못했었지만, 마리선배는 안에 없었다.
어디있지…… 인형이?
내가 두리번거리면서 마리선배를 찾는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예슬이 옆에서 주의를 줬다.
"어이. 심장 '뿌셔!' 버린다?"
"……."
유난히 '뿌셔!' 에 강세를 둔 예슬의 말투 때문에 나는 마리선배를 찾는 일을 그만 두었다.
"강아~ 와있었네?"
그 때 뒤에서 문이 열리면서 마리선배가 들어왔다.
"아, 네."
좀 더 길게 말하고 싶었지만, 옆의 예슬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아무튼, 이제 다 모였나?"
마리선배가 그렇게 말하면서 인원을 세고 있었을때, 다시 또 문이 열렸다.
"죄송합니……."
"……."
나는 늦게 들어오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또 당황했다.
방금 들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찬이였다.
"넌…… 또 왜 여기냐……."
"혀…… ㅇ이 아니라 너야말로."
간신히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것을 피한 찬이는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아무튼 이제 다 온거지? 그러면 이제 2학년 부원들을 소개할게."
나는 찬이에게 뭐라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2학년들을 소개한다는 말에 그만두었다.
"뭐, 나는 잘 알지? 2학년 A반 성마리야. 맡는 거는 키보드. 잘 부탁해~"
마리선배의 소개가 끝나자, 오른쪽에 앉아있던 사람이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유라라고 해. 2학년 C반이고, 맡은 역할은 베이스야."
이유라라고 하는 선배는 흔히 볼 수 없는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약간 새침해보였다.
"나는 김민아라고 해. 맡은 역할은 일렉이야. 아, 반은 유라랑 같은반."
그 김민아라고 하는 선배는 전형적인 숏커트를 한 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약간 귀여운듯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아참, 내가 왜 선배 얼굴가지고 사람 평가하고 있지…….
자기 소개를 하는 2학년 여자 선배들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리고 있던 나는 얼굴이 중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는 2학년 B반 이요한이야. 맡은 역할은 보컬이야. 잘 지내자~"
요한은 왠지 예슬을 보면서 말하는것 같았다.
참…… 보지마! 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하군…….
"자. 그러면 2학년 소개가 끝났으니깐. 이제 1학년이 해야겠지?"
마리선배의 말에 예슬이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저는 1학년 C반 이예슬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예슬이 자리에 앉고 내가 일어났다.
"저도 1학년 C반이고 김강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내가 앉고 마지막으로 찬이가 일어났다.
"저도 1학년 C반이고 김찬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릴게요."
그런데…… 1학년이 3명인건가…….
아무튼 우리 1학년의 소개가 끝나자 마리선배는 미소를 띠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자, 우리가 정할 것은 MT장소야."
에? 무슨 MT장소를 만난지 하루만에 정한대?
왠지 쌩뚱맞은 일이지만, 앞으로 곧 시험기간이기 때문에 그것을 지금 정해야한다고 마리선배는 말했다.
그러고보니…… 곧 시험기간이네. 뭐, 거의 3주나 남았지만.
"그런데…… 언제 가요?"
예슬의 말에 요한이 친절한 미소를 띄면서 말했다.
"1차고사가 끝난날, 바로 간대."
"아……."
아무튼 우리는 산, 바다중에 어디로 가느냐에 대한 투표를 했고, 투표한 결과 산으로 가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면…… 시험보기 전에 딱 한번보고 그 다음에는 시험 끝나고 만나겠네? 아무튼 그러면 해산!"
마리선배의 말에 우리는 다 일어나서 각자의 교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교실에 돌아가서 가방을 싸고 밖으로 나왔다.
뭐, 종례는 이미 받았으니까.
이미 교문 앞에는 은설, 은화 자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은화가 반가운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첫댓글 ㅋㅋ 이건 강이의 기쁨도 아니고 아픔도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