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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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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배려)
나는 프랑스 왕의 막내이자 6번째 아들임. 3녀 6남 무려 9명이나 되는 누나 형들 아래서 자란 나는 별 볼 일 없는 애임. 형누나들은 다 미남미녀였던 엄마아빠를 닮아서 영국 이탈리아 등등 주변 국가 왕족들이나 귀족들이랑 결혼하고, 장남인 첫째만 나라에 남아서 아빠한테 나랏일을 배우고 있음.
형은 나랑 다르게 미남에 천재고 심지어 체력까지 좋아서 신하들한테 사랑받음. 국민들도 형을 좋아함. 형은 나라에서 돈이 많은 집안 출신의 예쁜 귀족 여자와 약혼함.
어쨌든, 내 미래는 별 볼 일 없을거임. 난 대충 왕궁에 버려져있다가 나이가 차면 아버지가 정해주는 아무 귀족 여자랑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뒤 이어 왕위에 오를 형이 내게 줄 시골 영지에 내려가 영주를 하며 살게 뻔함.
내가 성년이 되길 고작 한 해 앞둔 17살. 우리 왕궁에 적국의 손님이 옴. 근데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아예 쌩판임. 형 말로는 쟤네 나라도 왕이라는 사람이 있긴 있어서 걔가 통치를 한다고 함.
손님들이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를 쌍방으로 개싫어함. 미개인이라고 보자마자 분위기 개싸해짐. 가톨릭교라서 싫다, 이슬람교라서 싫다 등등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는 분위기임.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 나라와 우리 프랑스는 수십년을 전쟁을 치룬 사이임. 내 삼촌들도 거기서 몇이나 죽었음.
종교도 다르고, 언어에 문화 등등 죄다 달랐던 우리 프랑스랑 수십년 동안 치고박고 싸우면서 별짓은 다한 사이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형이 왕위에 오를 때는 전쟁을 멈추길 바라는 마음에서 친선 목적으로 초대한거였음.
아무튼.. 우리 왕궁엔 적국 왕이나 오진 않고, 적국 왕의 첫째 아들 겸 후계자 겸 장군과 그 외 몇몇 애들이 딸려서 옴. 아버지와 형은 그 사람들을 모두 극진하게 대접함.
하지만 난 재미가 없음. 난생 처음 보는 미개인들도 싫고, 가족들도 싫고, 내 팔자도 싫음.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싫음. 그런데 한 적국 사람이 나한테 다가옴. 내 또래 남자임. 연한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인 나와 다르게 검은 눈,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애임. 역시 말은 안 통함. 그리고 걔도 날 좋은 눈으로 바라보지만은 않음.
나중에 알고보니 걔는 적국 왕의 사생아임. 걔네 엄마는 전쟁 포로였는데, 왕이 데리고 가서 아내로 삼아버린거임. 근데 결국은 이방인의 자식이고 전쟁 포로의 자식이니 한번도 높은 사람 취급 못 받고 오히려 적국 왕 가족 내부에서도 혐오받는 존재였음.
나는 걔한테 묘한 동질감을 느낌. 나는 그날 밤 내내, 말도 통하지 않는 적국의 사생아 왕자에게 눈을 뗄 수 없었음.
하지만 적국 사람들은 며칠 뒤 자기네 나라로 돌아감. 나는 사생아 왕자가 일행과 돌아가는 것을 바라볼 뿐임.
해가 지났고, 나는 시골의 돈많고 아버지에게 호의적인 귀족의 막내딸과 결혼함. 근데 나도 내 아내한테 딱히 관심이 없고, 아내도 딱히 나한테 관심이 없는듯함. 소문에 의하면 아내는 원래 내 형과 약혼하는 줄 알았는데 막내에다가 정치적 힘도 없는 내가 와서 실망했다고 함.
몇개월 후엔 그 동네 남자랑 바람핀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진짜라고 해도 어쩌겠거니 싶어서 내버려둠. 물론 형은 왕족 가족에 이런 소문이 돌면 안 된다면서 바로 소문을 끝장내버렸고 아내의 불륜 상대로 추궁받은 남자는 강제로 군대에 끌고가서 전쟁터로 배치시킴.
난 그렇게 아내의 아버지가 있는 영지에서 귀족 노릇을 하며 살아감.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노환으로 사망함. 형이 왕이 됐고, 동시에 형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 됨.
그러던 어느날, 우리 동네에 외국 상인들이 거쳐가게 됨. 사람들 말로는 동방의 신기한 물건들을 가져다 파는 상인들이라고 함. 동네에서 제일 돈이 많기로 유명한 우리 장인어른인만큼 상인들은 장인어른네 집, 그러니 우리 집에도 와서 호객행위를 함.
그런데 나는 상인들 중 하나를 보고 충격에 빠짐. 몇 해 전 보았던 바로 그 사생아 왕자임. 그와 나는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고 충격에 빠짐.
나는 그날 밤 한참 동안 잠들 수 없었음. 그의 검은색 눈동자가 눈에 훤함. 나는 결국 그날 밤 몰래 집을 빠져나와 상인들이 묵고있는 허름한 여관으로 찾아감.
사생아 왕자도 거기 있었음.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몸집도 커지고 힘도 세보이는 그는 우리나라 말도 조금 배운 것처럼 보임.
그와 나는 안에서, 간단한 대화를 하고 그가 건넨 술도 나눠마시며 예전의 기억들을 회상함. 우리는 우리의 비슷한 과거를 공유했고, 서로가 생각보다 꽤 닮아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느낌.
걔는 자기는 자신의 아버지, 자신들의 종교가 믿는 신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함. 물론 당연히 나는 그런 걔가 이해가 안 감. 근데 그러더니, 걔가 사실 자기가 여기에 온 이유는 상인으로 위장해서 지리적 정보를 캐갈려고 그러거라고 함. 적국의 왕이 우리의 본토까지 쳐들어올 생각이었던거임 ㅇㅇ
나는 당연히 충격에 빠짐. 지금 수도에서 아무 것도 모를 형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음. 근데 걔가 날 붙잡음.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가 닮아있던걸 알았다고, 우리의 다른 두 신이 우리를 서로 만나게 했고, 우리의 다른 두 언어, 우리의 다른 두 인격이 섞이게 했다며 열변을 털어놓음.
그리고 난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됨. 걔는 동성애자였음... 그리고 난 사실 양성애자였던거임... 나도 내가 양성애자인거 몰랐는데 걔는 어떻게 안거임 ㅅㅂ?
어쨌든.. 걔랑 나는 그날 밤 같이 밤을 보냄. 서로의 적국의 별 볼 일 없는 왕자인 우리는 연인이 되어버림.
며칠 뒤, 걔랑 걔네 사람들 (상인으로 위장한 군인들)이 떠나기 직전, 걔가 다시 한번 나를 붙잡음. 걔는 내가 자기들과 함께 가길 원함. 내가 적국으로 가서 사생아 왕자를 도와 내 나라를 치기를 원함. 내 정보, 내가 알고있는 작은 사실 하나조차 큰 도움이 될거라며, 나를 하대했던 내 가족들에게 복수하자 말함.
당연히 나는 싫다고 함. 근데 걔가 또 나를 붙잡으면서 하는 말이.. 내 가족에 대한 복수가 끝나면, 자기 가족에 대한 복수도 할거라고 하는거임. 걔는 자기 어머니를 감옥에서 죽게 만든 자기 아버지를, 자기를 이방인으로 본 형제들을, 단 한번도 자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신하들을 증오했음. 걔는 내 나라인 프랑스를 다 먹은 다음엔 세력을 불려 지 아버지의 자리마저 먹을 생각이었던 거임.
나는 그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간절했던 나머지 그 자리에서 짐을 싸 그대로 그와 적국으로 도주해버림....
내가 적국으로 가버렸다는 소식이 퍼지자, 프랑스는 발칵 뒤집힘. 형과 가족들은 당연히 분노했고, 내 남매들이 시집/장가간 나라 귀족 왕족들도 나를 지지하지 않기로 함. 일년에도 몇번씩 내 침실로 암살이 찾아오고, 형이 보낸 암살자들은 나를 노림. 그래도 어차피 상관없었는데, 적국에서 가장 별 볼 일 없는 왕자가 항상 나를 지켜줬기 때문이었음
프랑스의 정보들을 캐오고, 나를 통해 왕궁의 지형이나 군대에 대한 기밀까지 알아온 사생아 왕자는 자기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순식간에 장군까지 치고 올라옴. 나는 그 옆에서 연인이자 지지자 역할을 다함. 조국을 배반한다는 죄책감도 컸지만, 내 사랑이 더 컸음.
결국 전쟁의 날이 찾아옴. 그동안 유지된 평화 탓에 느슨해져있었던 프랑스의 군대는 적국의 군대 앞에서 모조리 무너짐. 사생아 왕자는 프랑스 전역을 휩쓸면서 순식간에 수도까지 점령함. 뒤늦게 동맹국들은 군사를 보내기도 했지만 역시 속수무책이었음.
일년 조금 넘는 시간이 흐름. 형은 적국의 지하감옥에 수감되었고 형의 아내와 내 조카인 공주왕자들은 적국의 포로가 되거나 적국 신하들의 아내가 됨. 왕비는 자신의 어린 아들이 눈 앞에서 죽고나서 아예 미쳐버렸고 형은 나를 볼 때마다 욕설과 저주를 퍼부음.
프랑스의 새로운 왕은 사생아 왕자가 되었음. 적국 내 모든 이가 승전을 기념하며 행복해하고 있었음. 하지만 이미 알고있던대로, 왕자는 더 큰 꿈이 있었음.
몇년 간 나와 비밀리에 세력을 키운 왕자는 결국 군대를 다시 세워서 이번엔 적국 본토로 다시 밀고 들어감. 영토 경계에서 몇개월 동안 치열한 전투가 있었지만 결국 왕자가 밀어버리고 들어감.
왕자는 새로운 나라를 선포함. 자신이 세운 나라의 왕위에 앉은 그는 새 역사를 쓰겠다며 법령부터 싹 다 고침.
그는 인질로 끌고 온 프랑스 귀족 여자와 결혼했고, 자신의 연인이자 동료인 내겐 나라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아내로 삼게 해줌. 물론 우리 둘 각각의 결혼 이후에도 우리의 비밀스러운 관계는 유지됨. 왕자가 새 나라를 세우고 새 지도자가 된 후에 우리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짐.
나는 옛 프랑스 땅의 왕족들의 동맹으로부터 멸시와 비난을 받음. 그들은 나를 살인자, 배신자, 자기네들의 신을 저버린 이단으로 부르며 매년 나를 죽일 공모를 함.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내 연인이자 이 근방에서 제일 강력한 나라의 군대가 향할 다음 목적지가 될까 두려워함.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음. 내가 그보다 더 큰 꿈을 꾼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내 연인의 침실로 암살자를 보냄. 피로 일군 이 나라의 주인이 내가 될 때까지...
크킹 이 스토리로 몇시간 동안 했는데 사실 내가 형=왕 입장이라ㅅㅂ 막내동생새끼 어렸을 때 죽일걸... 진짜 멘탈 갈려서 게임하는 내가 대신 죽을뻔ㅋㅋ ㅋ ㅋ ㅋ ㅋ 암살 치트는 ㄹㅇ 파면 팔 수록 괴담임 시발...
+존나 흥미진진..
첫댓글 Zzz크킹 재밌게했네
앞에는 그냥 저냥이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살렸네
크킹_크로세이더 킹스라는 어마무시하게 잼난 게임이 있는거구나 나도 사봐야겟다 댑가
글쓴이가 형으로 플레이 했을텐데 얼마나 개빡쳤을지 가늠조차 안된다 ㅋㅋㅋㅋㅋ
와.....아니....서사 너무 재밌는데?!?
하 개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
군침싸악맨
개존잼
악ㅋㅋㅋ시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