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바람 탓에 뼈 속까지 사무치는 추위를 보듬고 막내 아들을 학교에서 픽업을 했습니다 ;; 내년이면 이 임무도 끝이에요. 하이 스쿨에 입학하거든요 ^^
저녁에 피쉬 앤 칲을 만들려고 장 보고 주차장에서 나와 칼바람을 맞으며 아파트 출입구까지 힘차게 달렸어요 ㅡㅡ
자동문 열리고 휴우~ 한숨 쉬는 찰나에 낯익은 할머니 한 분이 영어로 뭐라고 하셨는데 중국 악센트가 강해서 다시 되물었더니 택시 예약했는데 2시간이 다 되도록 무소식이라고 저더러 병원까지 태워달라고 하지 뭐에요;;
참 당황스럽고 난감한 부탁이었죠 ;; 아들은 이미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서 안 보이고 저는 갈팡질팡하는데 이 분이 병원에서 온 편지를 보여주는 거에요.
Peter Mac Cancer Centre!!! East Melbourne에 있는 암 전문 병원이더군요. 예약 스케줄을 바꿨다는데 오늘 병원 가면 거기서 머물 거라고 해서 흑~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들을 찾아 들어가니 아들은 손에 든 장미 한 다발을 핑계로 꽃병에 꽂아야 된다고 집에 먼저 가겠다는 거에요. 제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꽃은 어쩌다 한 번 기분 전환으로 사는데 이런 식으로 아들의 무기가 될 줄은 몰랐네요 ㅠㅠ 그래서 결국 차를 입구에 대고 할머니와 트롤리를 실고 병원에 갔어요.
작년에 시각 장애인 할아버지가 전립선 암 수술 받아서 몇 번 가본 병원이라 쉽게 찾아 갔어요. 가는 동안 서로 신상 털기 ㅋㅋㅋ
할머니가 아닌 58살 중국인 미혼녀네요 ㅜㅜ 암땜에 폭삭 마른 모습이고 체구도 많이 작아서 여든살로 봤거든요 ;;
친정엄마와 살려고 미국에서 6년 살다 호주에 와서 30년째 살고 암은 15년째 됐다고 치료 중인지 정기 검진인지 잘 모르겠지만 친정엄마는 8년 전 돌아가셔서 혼자 사는가 봅니다. 마음이 짠했어요.
병원 입구에 비상등 켜고 트롤리 챙겨 드렸더니 돈 준다고 지갑 꺼내길래 제가 됐다고 거절했는데 자꾸 돈 꺼내려고 해서 얼떨결에 본성을 드러내고 말았네요. ㅡㅡㅋ " Ah~ shut up. Shut up please" 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부서질까봐 허그는 못 하고 돌아올 때는 문제 없겠냐고 물었더니 병원에서 택시 불러준다고 오늘 밤은 병원에 있을 거라고 해서 Good luck. 하면서 이름과 집 주소 알아냈어요 ^^
마음이 짠해서 운전하면서 집에 오는 내내 눈에 물이 고일랑 말랑 ㅜㅜ 좋은 일 하는 것은 좋지만 왜 신은 저에게 암 환자와 자꾸 인연을 맺게 해주냐고 혼자 중얼거렸네요 ㅋ
혈액암 걸려서 키모 치료 받고 되살아난 사람 전립선 암 걸렸던 동네 시각 장애인 할아버지에 이어서 이 분까지 .......
저는 한국에서는 친인척 장례식도 접한 적 없었고 심각하게 앓은 사람을 본 적도 없었는데 여기에서 요양원 일하면서 죽음은 고통의 끝인 평온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믿게 되었고 주위 사람들 보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뼈 져리게 느끼고 살아요.
하필 왜 나야 ㅠㅠ 이런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선행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불금해야 되는데 감정 복받치게 이게 뭡니까 흑 ㅋ
여러분도 오늘 칼바람은 따끈한 술안주와 캬앜~ 목구멍을 따끈하게 데울 수 있는 술술술님으로 이겨내시고 혹시 불금 안 하시는 분들 히터 끌어안고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 즐감하세요 ^^
좋은일 하셨네요 하기 쉽지가 안을건데...저라면 아마 주시는 돈을 못이기는척 받았을것같네요 ㅎㅎ 저는 예전에 시티에서 운전중에 어떤청년이 갑자기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더니 어머니가 쓰러지셨다고 단데농에있는 병원으로 가야된데 돈이없다고 50불만 달라고 울먹이며 다급하게 말하더라구요 진짜 한참을 생각하다 50불이 너무 아까워서 제가 태워다준다고 타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당황하더니 그게아니라 자기가 패트롤을 차에 너어야된다고 머라고 머라고 계속 50불을 달라고해서 그냥 지나친 기억이 있습니다... 뭐 주제랑은 상관없지맘 갑자기 생각나네요 ㅎㅎ
첫댓글 좋은 일 하셨네용 ㅎㅎㅎㅎ 나중에 몇 배로 더 큰 친절로 님한테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걸 바라고 선행을 하는 거죵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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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탈 때 15초 기다려주신다는 거에요? 긴 시간이네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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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에주름이 자글자글 해요 ㅠㅠ
@너나나나 그래요? 그래도 속는 셈치고 도와드릴 거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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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가 택시 불렀어요 아줌마는 핸폰도 없는 생활보호자에여 ㅠㅠ
좋은 일 하셨네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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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여 저도 그래서 요양원에서도 늘 대화를 하려고ㅠ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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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그래요 저는. 몸이 하나 뿐이라 ㅎ
좋은일 하셨네요 하기 쉽지가 안을건데...저라면 아마 주시는 돈을 못이기는척 받았을것같네요 ㅎㅎ 저는 예전에 시티에서 운전중에 어떤청년이 갑자기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더니 어머니가 쓰러지셨다고 단데농에있는 병원으로 가야된데 돈이없다고 50불만 달라고 울먹이며 다급하게 말하더라구요 진짜 한참을 생각하다 50불이 너무 아까워서 제가 태워다준다고 타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당황하더니 그게아니라 자기가 패트롤을 차에 너어야된다고 머라고 머라고 계속 50불을 달라고해서 그냥 지나친 기억이 있습니다... 뭐 주제랑은 상관없지맘 갑자기 생각나네요 ㅎㅎ
잘 하셨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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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되면 언제든 봉사를 하면 되죠 ^^
제가 다 감사하네요. 수고하셨어요
수고는요 ^^ 좋은 일 해서 기분은 좋았어요
글에서 느껴져요.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것이... 매달 돈으로 후원하니까 됐다고 그걸로 면죄부를 주고 있었던 제자신이 반성이 되네요. 행복하세요
돈도 요긴하게 쓰이는데 반성까지야;; 그냥 형편껏 타인을 돕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
잘봤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
훌륭한 아주머니이십니다.
고맙습니다 ^^
따뜻한 분이셔요. ^^ 그 분에게 큰 도움을 주셨네요. 맘 속으로 그 분 많이 고마워했을거에요.
그렇잖아도 고맙다시면서 닭고기 집에 많이 있다고 주신다는 것 사양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