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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1983년 비가 오는 어느 날
서인우(이병헌)의 우산 속으로
갑자기 뛰어든 한 여인 인태희(故이은주)
태희
죄송하지만 저기 버스 정류장까지만
좀 씌워 주시겠어요?
인우는 처음 보는 태희와 함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지만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태희는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뒤로 한 채
버스를 타고 떠나고
(참고로 버스는 면목동 ↔망원동
131번 버스네요
혹시 아는 분이 있을까 봐)
인우는 떠나간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사랑에 빠졌나 봅니다
그 후로 인우는 며칠 동안
비가 오지도 날씨에
우산을 들고 밤낮으로
태희를 기다리지만
만나지 못합니다
그 얘기를 들은 친구들
차기석(김정학), 이대근(이범수)에게
구박을 받는데 그때 우연히
같은 학교에서 태희를 발견합니다
조소과인 태희를 인우는
몰래 쳐다보고 있습니다
인우는 혹시나 태희를 볼 수 있을까
늘 창밖만 바라보는데
마침 우연히 태희를 발견하고
뛰쳐나갑니다
일단 태희를 마주했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인우
한참을 망설이다
인우
아이.. 그거 알아요?
제가 태희 씨한테 마법 걸었어요
물건 쥘 때 새끼손가락 이렇게 피라구요
...
그거 얘기 할려고..
태희는 커피를 마시다
우연히 새끼손가락을 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인우의 말이 생각났는지
살짝 웃습니다
그때 밖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태희 친구
바로 쏟아 지네 우산도 안 갖고 왔는데
태희
나 가지고 왔어
일기예보에서 오후에 소나기 온다고 그랬거든
태희 친구
역시 인태희 답다
이상하죠? 태희는 일기예보를 꼼꼼히
챙겨 보는 성격인데
인우와의 첫 만남 때는 우산이 없어
우산 속으로 뛰어들었으니?
MT 가는 날 인우를 기다리는 친구들
하지만 인우는 본인의 국문과 MT가 아닌
조소과 MT에 가는 것이었죠
그렇게 기차가 떠나고
계절이 변했듯 시간이 흘러
태희와 인우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온 인우와 태희
태희
저 아래 뛰어내리면 어떨까?
인우
죽겠지
태희
음.. 저렇게 폭신해 보이는데?
태희
인우야 나 뉴질랜드 가고 싶어
인우
뉴질랜드?
태희
응 거기 가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있대
인우
뛰어 내릴려고?
태희
어, 뛰어내려두 끝이 아닐 거 같애
인우
그래 같이 죽자
태희
흐흐흐 안 죽어 안 죽게 해놨다니까
인우
아니야 그냥 같이 뛰어내려
까짓것 뭐 같이 죽어 같이 뛰어내려
태희
너 진짜지??
태희
나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왜 젓가락은 시옷 받침이잖아?
근데 숟가락은 왜 디귿 받침이야?
인우
어?!
태희
'수'에 디귿 받침 한 글자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말을 안 하겠는데 국어사전 찾아보면
숟가락 딱 하나밖에 없거든
어차피 두 개가 발음도 똑같은데
숟가락도 시옷 받침 해도 되잖아?
인우는 국문과임에도 똑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둘은 같이 웃으며 넘어갑니다
인우
사실 난 첫눈에 반하구 영원을 생각하고
뭐 장담하고 그런 거 다 웃기는 얘기라고
생각했었거든
태희
나도 그랬어, 너 처음 봤을 때
우리 사랑하게 되겠구나..
그리고 태희는
언젠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그때 주려고 만든 라이터라며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라이터를
인우에게 선물합니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깊어져 갑니다
친구 대근은 인우에게
태희와 잠자리를 가졌냐고 물어보며
슬쩍 인우에게 방법을 알려주는데
대근(이범수)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말해야죠 선생님
남자답게 말한다고
나 너랑 자고 싶어 이러면 좆 되지
너 내가 시키는 대로 해
태희한테 진솔하게 둘이 얘기 좀 하자 그래
그런 다음에 추우니까..
인우
야야 내가 바보냐?
나도 그 정도쯤은 아는데
태희랑 나는 그런 사이 아니래니까 인마
그렇지만 인우는 대근에게
은근 슬쩍 다음 얘기를 물어봅니다
추운 겨울비가 오는 어느 날
인우와 태희는 크게 싸우고
태희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걸어갑니다
인우
알았어! 나 따로 갈 테니까
이 우산 니가 가져가라고!
태희
싫어 니꺼 집에 가져가고 싶지 않아
인우
뭐? 뭐라고?
태희
못 들었니? 니꺼 집에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다고
꼴도 보기 싫어..
왜? 또 못 들었니 다시 말해줘?
니 물건..
화가 난 인우는 태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산을 박살 내 버리고 자리를 떠납니다
태희는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며 덜덜 떨면서도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잠시후 다시 뛰어 돌아온 인우
인우
고마워 안 가고 있어줘서.. 고마워
떨고 있는 태희에게 외투를 벗어주며
인우
오면서 계속 생각했어
인태희 가지만 말아라
그대로 있어라 제발
그럼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한다
태희
왜 따라 해..
나도 여기 서서 생각했어
서인우 다시 돌아와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앞으로 니가 하자는 대로 다 한다
그렇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둘은
비를 피해 공중전화박스 안으로 들어오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인우
나 너랑 자고 싶어
잠시 정적이 흐른 후
태희
나두..
친구 대근의 조언보다
솔직한 인우의 진심이 통하는가 봅니다
부서진 우산을 들고 헤메다
여관 안으로 들어온 둘은 어색하기만 하고
인우는 심하게 딸꾹질을 합니다
태희는 본인이 있는 자리가 따듯하다며
가까이 오라고 하지만
인우는 괜찮다며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지쳐 잠이 듭니다
시간이 흐른뒤 잠든 인우를 깨우는 태희
태희
시간 얼마 안 남았어
태희는 셔츠 단추를 하나씩 푸는데
인우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딸꾹질을 합니다
태희
너 긴장하면 딸꾹질 하는구나?
아님 흥분하면 하는 건가?
태희는 조용히 인우를 안아주며
태희
걱정하지 마 나 어디 안가
나 그대로 있으께
지금 모습 그대로
인우의 딸꾹질이 멈춥니다
용산역에서 태희를 기다리는 인우
인우는 학기 초에 별생각 없이
휴학계를 내버린 탓에
군 입대를 하게 된 것이었죠
그렇게 모든 사람이 떠나고 날이 새도록
태희는 오지 않고
인우는 태희와의 약속을 떠올려 보지만
태희
그럼 당연히 내가 같이 가야지
근데 혹시 좀 늦더래두 꼭 기다려야 돼
알았지?
태희는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00년 3월 현재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중앙에는 이 영화의 주연급인
임현빈(여현수) 학생이고
왼쪽에는 지금과는 다른 이미지의
배우 남궁민씨네요
임현빈의 친구 김성철(남궁민)로 나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된 인우
인우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실을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실이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니들이 지금 이곳
지구상은 하고많은 나라 중에서도
대한민국 중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세연고등학교
그중에서도 2학년
그거로도 모자라서 5반에서 만난 거다
지금 니들 앞에 옆에 있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엄청난 확률로 만난 거고
또 나하고도 그렇게 만난 거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인연이라는 게 좀 징글징글하지?
내가 앞으로 1년 동안 너희를
못살게 굴 담임이다
국어 담당이니까 아주 지겹게
보게 될 거야
그리고 내 이름은 서인우다
안 써줘도 되지?
어차피 니들 앞으로
담임, 꼰대 뭐 이런 식으로 부를 거 아냐?
현빈과 인우의 첫 만남입니다
현빈은 3월 14일 화이트 데이 때
같은 학교 어혜주(홍수현)에게
선물을 합니다
선물은 사실 속옷이었고
현빈의 짓궂은 장난에 혜주는 화를 내지만
혜주도 결국 현빈을 좋아하게 됩니다
화이트 데이에 사탕들은
다 줬냐고 묻는 인우
학생들은 인우에게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고 합니다
인우
첫눈에 반했어..
그것도 비 오는 날
학생
그건 샘 뻥이잖아요
그거 그냥 여자 꼬실 때 하는 말 아니에요?
현빈
그건 샘 뻥 맞지
현빈
첫눈에 보고 사랑에 빠졌다는 건
지금 니 얼굴이나 니 몸매가 마음에 든다는
얘기거든
같은 반 친구
근데!!
현빈
근데 사랑은 그렇게 순간적으로
풍덩 빠지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을 알아보는 거지
드디어 임자 만나는 거야
나랑 어혜주처럼
인우는 과거 태희와의 만남이 떠오른 건지
현빈을 조금 다른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인우는 우연히 본인 반 교실을 지나다
문이 열린 교실로 들어가
학생들의 책상과
물건들을 정리해 줍니다
현빈의 책상을 정리하던 그때
현빈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벨 소리에
인우는 무언가 생각난 듯
그 자리에 멈춰 섭니다
바로 대학교 시절 조소과 MT에
따라왔던 날이죠
태희
그리고 그때 우산도 잘 썼어요
인우
기억하세요?! 기억하시는구나!!
근데 왜 그동안..
태희
근데 왜 아는 척 안 했냐면요
조심하고 싶었어요
아는척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봐요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았거든요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 장면을
여러 번 봤지만 태희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태희는 요즘 교양 체육시간에
왈츠를 배운다며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배경으로 인우와 왈츠를 춥니다
태희는 콧노래로 인우를 리드하고
인우는 딸꾹질을 합니다
인우
손이 차가워요
태희
저 원래 손 차요
마음이 뜨겁다 보니까
저도 저 시대에는 저 말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손이 찬 편이라ㅎㅎ
참고로 인우와 태희가
추는 왈츠의 배경 음악과
현빈의 핸드폰 벨 소리는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Shostakovich - Waltz No. 2
입니다
그때 현빈의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오는데
문자 내용은
'♨열라게사랑해♨'
아마 어혜주에게 온 문자인거 같습니다
인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 문자를 삭제하고
그런 본인의 모습에 당황하는 인우
체육 선생님(박철민)은 내일 있을
체육대회 때 사제지간 2인 3각 달리기를
누구와 뛸 건지 물어보는데
인우의 반에서 가장 빠른
조재일 이라는 학생을 추천하는데
인우
아니요 잠깐만요..
인우는 현빈과 같이 2인 3각을 하게 되는데
갑자기 딸꾹질을 합니다
그렇게 2인 3각에서 1등을 한 인우와 현빈은
같은 반 아이들과 같이 기뻐합니다
혜주와 현빈은 미술실에서
장난을 치다 우연히 손을 잡는데
혜주
손이.. 차네?
현빈
응 마음이 뜨겁거든
(손을 계속 놓지 않는 현빈)
혜주
왜~에??
현빈
한 번만 만져보자
혜주
뭘??
현빈
니 가슴
혜주
아 이 변태! 야!
그런 혜주와 현빈의 모습을 지켜보는 인우
혜주가 있는 6반 국어 시간
책을 읽고 있는 혜주
인우는 평소와는 다르게
혜주의 발음을 집요하게 지적하고선
인우
혀 짧은 소리 내서 귀여운 건
다섯 살 때까지야
그렇게 인우가 나간 후
학생들은 혜주를 위로하고
오늘따라 인우가 왜 저러냐며
숨쉬기도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하교 하는 현빈과 혜주
혜주
자긴 뭐 그렇게 한 글자도 안 틀리고 말해?
흥 재수 없어
현빈
틀린 거 가르쳐 주는 게 선생님이
하는 일이잖아
혜주
뭐?!
현빈
그렇잖아 억울하게 야단맞은 것도 아니고
니가 틀린 거 지적하신 거 아니야
재수까지 없을게 뭐냐
혜주
너 지금 담임이라고 편드는 거야?
현빈
편은 무슨 편.. 유치하게
혜주
내려줘 걸어갈래
현빈
그럴래? 잘 가라
그렇게 현빈은 진짜 돌아갑니다
이 장면은 현빈과 인우의 특별한
관계를 떠나서 많은 남자들의 문제점이죠
위로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아닌 잘잘못을 따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말이죠
근데.. 혜주 네가 잘못하긴 했잖아..ㅋㅋ
인우
여보.. 주연이 내가 낳은 거 맞지?
인우의 아내(故 전미선)
무슨 소리야? 내가 낳았지
인우
나 남자 맞지?
인우의 아내
(인우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대답하지 못합니다)
인우
나 문제없는 거지?
인우는 현빈에게 끌리는
자신의 모습 때문인지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인우는 잠들기 전 아내에게
진한 애정 표현을 하다 이내 멈추고
어떤 생각에 빠진 듯
얼굴을 감싸고돌아눕는데
인우의 아내는 이 상황이
의아하기만 합니다
인우는 신경정신과를 찾아 진료를 받습니다
의사
일단 심리 검사 결과는 지극히 정상이세요
자신의 성에 대한 자긍심도 누구보다 강하고
성 지향성도 정상적으로 이성에게
끌리는 걸로 나왔습니다
의사
뭐 앞으로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현재 제 소견으로는
지금 선생님께서 느끼시는
동성애 대한 호감은
그냥 인간적인 호감으로
편하게 받아들이셔도 될 거 같아요
아마 현빈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동성애 인것인지 아니면
현빈에게 보이는 태희의 모습 때문인지
혼란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빈과 혜주는 데이트 중 우연히 좌판에서
라이터를 발견하는데
과거 태희가 인우에게 선물했던
그 라이터였죠
현빈은 그 라이터에 끌립니다
현빈은 라이터에 새겨진 태희의 얼굴을 보며
현빈
근데 이 여자 유명한 여자냐?
혜주
몰라? 왜?
현빈
아주 낯이 익어
어디서 많이 본거 같애
혜주의 반대에도 현빈은
그 라이터를 가져갑니다
수업 중인 인우에게 누군가 수업과
상관없는 질문을 합니다
"근데 왜 숟가락은 디귿 받침이에요?"
태희가 인우에게 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에 잠시 멈춰 선 인우
인우
누구야?
인우
임현빈..
현빈
죄송합니다..
다음날 수업 시간
라이터를 보며 그림을 그리는
현빈을 발견한 인우
그 그림을 뺐으며
인우
임현빈..이게..
이게 누구야?
현빈
예? 아..
현빈의 손에 태희의 라이터가
있는 것을 본 인우
인우는 현빈의 멱살을 잡으며
인우
너 누구야??
임현빈..너 누구야!
너.. 도대체 누구야!!
인우는 현빈에게 화를 냅니다
현빈의 친구들은 인우가 현빈을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우가 동성연애자라는
소문이 돈다며 현빈에게 말해주지만
현빈은 오히려 인우를 변호하고
친구들과 싸웁니다
그런 현빈을 뒤에서 바라보는 인우
현빈은 마치 태희처럼
물건을 쥘 때 새끼손가락을 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인우는 태희와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인우
난 다시 태어나도 너만 찾아다닐 거야
악착같이 너 찾아서
다시 너랑 사랑할 거야
태희
정말? 근데 그 사람이
전생에 나라는 걸 어떻게 알아?
인우
그건 알 수 있지.. 알 수 있어
태희
어떻게?
인우
내가 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거 아냐? 응?
태희
응
인우
그럼 그게 바로 너야
태희
그게 뭐야
그럼 아무나 사랑하고 나서
나중에 난 줄 알았다고 우기면 되겠네?
인우
하.. 아니야.. 알 수 있어
너 아니면 누구하고도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거니까
현빈은 화장실에서 자신과 인우의
사이를 비웃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크게 싸웁니다
그렇게 교무실로 불려 오고
담임인 인우는 싸운 아이들을
따로 불러 자초지종을 묻는데
유난히 현빈에게만 모질게 매를 듭니다
다음날 농구를 하고 있는
현빈과 친구들 앞에 인우가 나타나는데
현빈은 인우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며
화를 냅니다
인우
이게 무슨 짓이야
너 왜 이래!!
현빈
왜 이러냐구요?
선생님은 왜 그러는데요?
선생님.. 도대체 이게 뭐냐구요!
도대체 이게 뭐냐구요!!
현빈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떠납니다
그날 밤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인우는
하지 말라는 아내의 부탁에도
아내와 강제로 관계를 가지고..
인우의 아내
당신.. 여자 생겼어?
인우
(술에 취한 목소리로)
아니..
다음날 현빈의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밤이 되어서 교실로 들어온 현빈
현빈의 자리에 인우가 앉아 있습니다
인우
어디 갔었냐?
너 술 마셨냐?
현빈
선생님.. 호모 라면서요?
선생님 나 좋아한다메요?
학교에요.. 소문이 쫙 다 났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진짜로 연애나 할까요?
예? 선생님?
인우
태희야..왜..어째서 넌..
날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니
난 널 이렇게 느끼는데
널 이렇게 알아보는데...
이 장면은 영상으로 보셔야 합니다..
이병헌의 연기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음날 학교 출입문에는
인우가 학생을 강제로 추행했다는 등
인우의 수업을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고
밑에 반가운 사이트 유니텔
인우의 반 학생들은
인우의 수업 시간에
수업을 거부하며 교실에서
나가 버립니다
그렇게 인우는 학교에서 잘리게 됩니다
교실에 떠다니는 건
풍선이 아니고 콘돔입니다
아내
당신 동성연애자였어?
인우
아니
아내
그럼?
인우
한 사람만 사랑해..
아내
허.. 근데? 그 한 사람이 하필이면
17살 먹은 남자 제자야?
인우
아니.. 태희
아내
누구? 태희?
아내
당신 미쳤구나?
인우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근데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눈물을 흘리며)
혜주는 현빈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얹습니다
현빈은 혜주에게 가슴을 만져보고 싶다고
했었던 과거의 말과는 다르게
혜주의 가슴에서 손을 내립니다
혜주
정말이야?
거짓말이지?
사실 아니지?
니가 좋아하는 건 나잖아!
넌 나 좋아하잖아!
혜주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현빈은 애써 외면합니다
당시에 신인급이었던 홍수현 씨의
눈물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고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
이성도 아닌 동성을 사랑해서
나를 떠나간다면 그 슬픔은
어떤 감정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현빈과 인우의 관계는
동성연애와는 좀 결이 다르지만요
수업 시간 라이터를 보고 있던 현빈에게
자신도 모르는 기억이 떠오릅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태희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급하게 뛰쳐나갑니다
태희
언니.. 나 갈게
태희가 본 누군가가 바로 인우였죠
둘의 첫 만남 장면인데
사실 인우보다 태희가
먼저 사랑에 빠졌던 것입니다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현빈은
급하게 학교를 뛰쳐나가 버립니다
현빈과 인우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하는 선생님들
영어 선생님
저 그때 체육대회 때
서선생(인우)이 현빈이 하고
뛰고 싶다고..
그때부터 좀 이상하더라구요
체육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그때 현빈이가...
지난 체육대회 전 날
뒤에서 쳐다보는 영어 선생님
인우
현빈이랑 뛸게요..임현빈이
체육 선생님
임현빈이? 가만가만
그때 현빈이가 농구 시합에 출전하는데?
인우
아아.. 그러믄 뭐 아무나 정해주시면
같이 뛰죠 뭐
체육 선생님
오케이! 조재일이
그때 인우의 뒤에 서 있던 현빈
인우
넌.. 왜.. 종 쳤잖아 지금?
현빈
네 체육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인우
그럼 빨리하고 들어가
어디론가 급하게 향하는 현빈의 화면 뒤로
체육 선생님의 말이 이어집니다
체육 선생님
농구 시합에는 다른 친구 내보내고
자기가 2인 3각을 뛰겠다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농구시합에 너무 나가고 싶어 해서
바꿔주기로 했다고 그러길래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죠
태희와 인우의 첫 만남처럼
인우가 아닌 태희가 먼저 다가왔듯이
현빈과 인우의 사이도 그랬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17년전 입대 바로 전날 인우는
라이터를 태희에게 맡기고
세월이 흘러 그 벤치에
현빈이 혼자 앉아 있습니다
용산역에 도착한 현빈이
횡단보도에 서있고
신호등이 바뀌어 출발 하는 순간
17년전 태희의 모습과 함께
화물 트럭의 급정거하는 소리
널브러진 물건들 끝에
라이터를 줍는 현빈의 손
이날의 현빈은 다행히
트럭 때문에 넘어지기만 했을 뿐
사고가 나진 않았습니다
아무도 올 리가 없는 기차역에서
멍하니 한곳을 바라보고 있는 인우
그때 멀리서 현빈이 나타납니다
현빈과 인우가 만나는데
기차 유리창으로 비친 모습은
현빈이 아닌 태희 입니다
인우
왔구나..
태희
미안해.. 너무 늦었지
인우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서로의 존재를 완전히 이해하는
순간입니다
과거 태희와 그랬듯이
같이 등산을 간 인우와 현빈
현빈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요?
인우
아니.. 뛰어내려도 끝이 아닐 거 같애
둘은 태희가 가고 싶어 했던
뉴질랜드를 갑니다
번지 점프대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는 두 사람
둘은 그렇게 뛰어내리는데..
뒤에서 들리는 놀란 목소리
watchout!! what happen!!
네.. 둘은 안전장치 없이
그냥 뛰어내렸습니다
자살을 한 것이죠
그렇게 영화는 오프닝 화면으로 돌아옵니다
그 자연경관이 바로 뉴질랜드에 있는
번지점프 장소였던 것이죠
태희
이번엔 여자로 태어나야지
인우
근데 나도 여자로 태어나면 어쩌지?
태희
그럼 또 사랑해야지 뭐
인우의 독백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엔딩곡은 김연우가 부른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원곡은 '들국화'가 불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인우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답은 없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작중에서 환생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전후 상황으로 볼 때 현빈은 태희의 환생인 것이었죠
어쨌든 환생한 현빈과 인우는 서로를 알아보고
인우와 태희가 산 정상에서 농담처럼 했던 말처럼
같이 뛰어내립니다..안전장치 없이..
결국 영화일 뿐이지만
그들의 했던 말처럼 뛰어내린 곳이
그들의 끝이 아니길 바랍니다
첫댓글 20년 전 영화 포스터 방안에 붙여 놓았는데 ㅠ 이은주배우를 생각하면 너무 아쉽습니다. 그리고 쇼스타코비치 왈츠는 자주 듣습니다 ㅎ아 그리고 저는 뛰어내릴 용기는 없습니다.
번지 자체는 뛰어내릴수 있을거 같은데요ㅋㅋ근데 저때의 시대상은 어땟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굳이 자살 하려고 뛰어내렸어야 했나 싶기도 합니다
@페야 스토야코빛 다시 태어나 만나서 사랑하겠다는게 저 둘의 생각이었으니 ㅎㅎ
예전에 너무 좋아했던 영화네요 추억에 빠져서 잘 봤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거 학창시절에 몇번 봤지만, 작년인가 할인 행사해서 십수년 만에 다시 사서 봤는데,
확실히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내러티브나 상황 설정이나 좀 낡은 느낌이 있어요.
아마 그런 게 클래식이냐, 당대의 일반적인 수작이냐를 가르는 기준이겠죠.
그래도 이병헌, 홍수현 특히 이은주 한창 때 모습을 보니
그런 허점들도 다 용서가 될 정도로, 영화라는 매체를 떠나 영상 기록물로서 그냥 보기에 좋았습니다..
소재가 좀 특이해서 기억에 강하게 남기는 하지만 수작으로 치기에는 조금 빈약한 느낌이 있죠
배우들의 매력이 그걸 커버 치는거 같습니다.. 현빈이라는 캐릭터의 남배우는 생각보다 잘 안되셨지만요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들으면서 카페에 들어왔더니..타이밍이 절묘하네요ㅋㅋ
군대에서 주말에 보여줘서 봤다가 여운이 크게 남아서 고참이랑 길게 이야기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내용 자체가 다 보고 나서도 그냥 재밌다 재미없다를 떠나서 대화를 길게 할만한 내용이죠ㅎㅎ
아 감사합니다
넵 저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 정말 인상적으로 본 영화이고 상당한 명작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회사에서 이야기하다가 30대 초반만 되어도 이 영화를 모르더라고요. 신나게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다 문득 아저씨 주접인가보다 했죠.ㅎ
그 당시에도 엄청난 히트작은 아니었으니ㅎㅎ 저도 사실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지나고 보니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죠.
이은주는 이은주대로..홍수현은 홍수현대로 매력있게 나왔었죠..
저에겐 손꼽힐만큼 좋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 자체는 알았는데 사실 홍수현씨가 나온다는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ㅎㅎ
이은주, 홍수현, 전미선.. 모두 제가 좋아했던 여배우들이네요.
지금 봐도 아름답습니다.
요즘 배우들과는 느낌이 다르죠
유투브에서 검색하니 무료로 올라와있어 다시봤습니다... 왔구나, 미안해 너무 늦었지,,
딱 그장면의 연출이 너무 좋았습니다..기차 유리창으로 비치는 태희의 모습
저정도 사랑이면, 미련없이 뛰어내릴수도 있을것 같기도 하고 못할것 같기도 하고......
요즘엔 동성애도 사실혼으로 받아주는 세상이라 어쩌면 안뛰어 내렸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못봤던 영화인데 이런 내용 이었군요
저도 이번에 처음본거라 세부적인 내용은 처음 알았어요
군대에서 봤던 영화입니다.
민감한 소재인데 군대에서 보셨군요ㅎㅎ
정말 좋아했던 영화입니다. 이은주 전미선 너무 아까와요
그렇죠..두 분다 너무 좋은 배우셨는데ㅠ
아 이은주 제가 잴 좋아한 배우...
특유의 매력이 있는 배우셨죠
갑자기 제 젊은 시절이 떠올라 눈물이 나네요. 주책맞게.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눈물 한방울도 흐르지 않는 매마른 인간ㅠ
전 감정이 좀 마른 편이라서 그런지
옛날에 극장에서 볼 때도......
'민폐 오지게 끼치네 지들 둘 사랑만 중요한가?'
라고 생각했었던게 기억나네요
남겨진 아내와 아이는?
뉴잘랜드 번지점프 사장님은??
처음에는 둘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이도 있는 이병헌의 아내는 어쩌라는 것인가?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재밌게 봤던 영화인데, 에로영화로 '번지 점프중에 하다' 가 나온 이후 이 영화 생각하면 이것만 떠오릅니다
저도 웃긴 에로영화 제목 하면 그거부터 생각납니다ㅋㅋ
호오.. 개인적인 추억이 담겨있는 영화이긴 한데 이런 내용이였군요. 전에 여자친구랑 신나게 싸우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가 다시 돌아가서, 저 대사 "오면서 계속 생각했어 가지만 말아라 그대로 있어라 제발 그럼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한다"를 했고 여자친구가 답으로 "나도 여기 서서 생각했어 다시 돌아와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앞으로 니가 하자는 대로 다 한다" 이 대사를 해줘서 둘이 실컷 웃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근데 정작 내용은 기억을 못하고 있었네요ㅋ
좋은 추억이 있으시군요ㅋㅋㅋ
아침 출근 전에 괜히 이 글을 클릭해서 보다가 지각할뻔 했습니다^^ 정성 가득한 글 감사해요. 너무너무 좋아했던 영화네요. 군대에서 휴가나와 극장에서 봤던 영화인데 무엇보다 이병헌이 먼저 좋아한게 아니라 이은주가 먼저 좋아했다는 부분에서 머리를 쿵 할정도로 가슴 떨림이 있었지요. 다시한번 추억에 빠지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그 부분에서 놀랐죠 도도한 스타일의 이은주(태희)가 이병헌한테 먼저 반했다는게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한 동성연애 영화로만 생각하고 봤다가 스토리가 탄탄하고 연기력이 다들 훌륭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저도 예고편만 대충 봤을때는 뭔가 싶었지만 상당히 심오한 내용이죠.. 특히나 이병헌의 연기가 대단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