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로 대사가 안들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봐도 가끔 그런 영화들이 있어요. 이건 꽤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장감, 연기와의 일체감, 애드립의 생명력 이런걸 생각하면 당연히 현장에서 동시녹음을 하는게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스튜디오에서 목소리만 따서 넣는 후시녹음에 비해 명확도나 전달력이 떨어질수 밖에 없겠죠.
* 후시녹음의 사례, 범죄도시2
이건 그냥 제 귀로 판단하는 거라서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아마 범죄도시2의 대사는 대부분 후시녹음일겁니다. 대부분의 배우들 대사가 귀에 갖다 박히거든요. 범죄도시 대사가 잘 안들린다? 전 그런 평은 본적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범죄도시2의 영화적 완성도가 그리 높진 않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후시녹음 입니다. 비슷한 지적을 본 기억은 없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뒤에 따로 녹음된 배우들의 대사 전달력에 너무 신경쓴 나머지 현장감이 극히 떨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일반적인 영화에서 대사 볼륨이 10으로 밸런스를 잡는다면, 범죄도시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15 정도는 때려박아 넣어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당연히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볼륨이고 상당히 어색할 수 밖에 없죠. 어떤 느낌이냐면 그냥 장군의 아들 생각하시면 됩니다. 범죄도시가 장군의 아들 수준의 녹음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에 범죄도시 처럼 대놓고 대사 볼륨을 그렇게 처리한 케이스가 워낙 드물다 보니 전 장군의 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리고 아마 이건 감독의 의도라고 봐야할겁니다. 범죄도시2에서 마동석씨가 주먹을 휘두르면 일반적인 타격음이 아니라 뭐 터지는 소리가 나던데ㅋㅋ 그냥 감독은 현장감, 일체감 이런걸 어느정도 포기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더 쉽게 와닿게 처리하자.. 뭐 이런 의도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 전달력을 어느정도 포기한 사례,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관람평들을 보면 대사, 특히 서래(탕웨이)의 대사를 알아들을수 없다는 말이 상당히 많습니다. 더 나아가 ott로 넘어오고 나서 자막 켜놓고 봐야된다는 말도 꽤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서래의 대사가 100% 귀에 꽂히는건 아니지만 뉘앙스를 알아듣는데는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아주 섬세하게 잘 처리한 음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서래는 귀화를 했을뿐 성인이 될때까지 중국인이였고 한국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한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이지만 말 하나하나가 귀에 꽂히듯 이야기 하는 사람 혹시 보신적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서래의 대사는 그 정도로 들리는게 상당히 현실적인거죠. 실제로 박찬욱 감독 인터뷰를 보면 대사 녹음, 특히 서래의 대사는 음향팀 뿐만 아니라 이반 다른 직원들까지 모니터링 하면서 굉장히 신경써서 처리했다는 이야기도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박찬욱 감독은 (아마도) 간신히 알아들을수 있는 정도의 대사전달력을 원했고, 그 선에 절묘하게 잘 걸쳐놓은 것 같습니다. 그게 보다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사실 제가 후시-동시녹음으로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헤어질 결심 같은 경우 어느쪽이 더 많은지 정확하겐 모르겠습니다. 가장 이상적인건 동시 위주로 하되 부족한 부분은 후시로 보태주는 정도일껀데,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자 그래서, 헤어질 결심 짱짱짱 이야기를 하는건 아닙니다ㅋ 두 영화 모두 감독의 의도대로 음향이 잘 나왔다고 칩시다. 거기서 범죄도시의 경우 현실감을 잃었지만 보다 나은 대사전달력을 얻었습니다. 반대로 헤어질 결심 같은 경우 부족한 전달력이지만 현실적인 음향이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어느 쪽이 좀 더 취향이신가요?
결국은 이게 동시녹음 위주냐 후시 녹음 위주냐를 가르는 문제인것 같거든요.
당연히, 그냥 녹음을 못했을뿐인 영화들은 복잡하게 이야기 할 것 없이 그냥 반성해야 되는 거고요.
첫댓글 저도 어느순간부터 드라마 본방으로 안보고 자막있는 OTT로 보게되더라구요. 아마도 비밀의숲2 택이아버지 대사 안들린 이후부터 같네요.
저도 늘 생각하는 문젠데 연기자의 발성 문제는 아닌 것 같고...녹음이나 상영관 등의 기술적 문제는 있을 것 같기도 한데(음향에 얼마나 투자하냐 같은)...
무엇이 원인이든 저는 기본적으로 자막이 깔렸으면 좋겠어요. 연출의 의도를 이해하고 장면을 오래 기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막 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장군의 아들 ㅋㅋㅋㅋ 비유가 찰떡이네요.
이래서 자막 있는 OTT 영화들이 훨씬 보기 편했나봐요....
아예 현장감을 위해 전투장면에서 주변 전투 소음을 줄이거나 하질 않고 한국어 대사에도 자막을 붙인 한산 같은 사례도 있죠.
극장서 헌트 보고 집에서 넷플로 보는데 넷플로 자막 켜고 보니까 속이 다 시원 ㅋㅋㅋ
222 헌트가 진짜 심했습니다 ㅋㅋㅋ
전 개인적으로 자막에는 부정적인 편입니다. 예전에 어디서 보니 영어권에 사는 사람들은 자막으로 영화보는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외국어 영화를 보는데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주 어릴때부터 자막으로 외국 영상 보는데 익숙한데다가, 이제는 더 나아가 예능에서 대부분의 발언들을 자막처리를 해주다보니 사람들이 자막에 너무 익숙해져서, 하다하다 이젠 모국어 영화에서까지 자막을 찾는데, 상당히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모든 영상물은 자막 없이 온전히 화면만 보는게 정보량이나 몰입도 현실감 등등 모든 면에서 더 좋을 수 밖에 없거든요. 한산처럼 한정적으로 쓰이는건 모르겠지만, 전체 대사를 자막 처리 하는건 불가피하게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옵션으로 남아야지 그게 기본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자국어 자막은 없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막을 안 보고도 영화 감상이 원활해야 잘 찍은 영화아닐까요?
그냥 한국영화 전반적으로 대사가 안들립니다.
집에서 볼땐 무조건 자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