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특성-냄비근성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심거리는 늘 화제의 사건, 대세의 인물, 인기 검색어 1순위 등 이러한 것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작년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슈퍼스타 K2의 허각은 2010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인물 중 하나이다. 그가 보여준 인생 역전 신화는 연예계를 뛰어넘어 정치, 종교계에 이르는 사람들의 입에까지 오르내렸다. 하지만 현재 그의 행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의 관심사는 또 다른 ‘화제의 인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이처럼 냄비가 빨리 끓고 식듯이 어떤 일이 있으면 흥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성질을 우리는 ‘냄비근성’이라고 부르고, 우리 민족 특유의 성질 중 하나이다. 이런 ‘냄비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실제로 별것도 아닌 사건이 네티즌이나 언론을 통해 거품이 더해져서 국민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일명 ‘마녀사냥’을 당하는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냄비근성’의 원인은 무엇일까? ‘냄비근성’은 한반도처럼 반도 국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특성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이슈가 생겼을 때에는 떠들썩하게 흥분하고 관심을 보이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그런 일이 언제 있었나 하듯 잊어버리고 마는 일들이 너무 많아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권력과 언론의 결합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냄비근성은 권력과 언론이 만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설정해 보았다.
오늘날 ‘언론플레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언론플레이란 언론이 여론을 좌지우지한다는 뜻으로, 한국에서 언론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몇몇의 주요 언론사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이들이 정치권과도 어느 정도 결탁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지난 몇 개월 사이에 발생한 사건들 중 국민들이 정부가 권력을 언론에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들 수밖에 없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 아랍 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의문, 구제역 원인을 둘러싼 바이러스 전파경로 등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채 넘어갔다. 어떤 사건이 발생을 하면 정부에서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불리한 사건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한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정부는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 대통령 전용기 고장 등의 사건들을 일정기간 보도를 유보하는 엠바고를 언론에 요청해왔다. 엠바고 요청은 결국 비밀을 전제로 하는 권의주의의 산물로, 권위주의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얼마 전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가 이혼을 했고, 재산 분할소송중이라는 기사가 BBK사건 판결 다음날에 나서 이를 은폐하려고 낸 기사가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확산되었다. 위의 예들처럼 언론이 공개된 정보를 통해 국민과 정부가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를 필요에 의해 공개하고 이슈화를 시키고 있기 때문에 음모론이 생길만큼 국민들이 정부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국민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권력이 언론과 결합을 하면 국민의 성격을 더 좌지우지하기 쉬워진다. 그래서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필요에 의해 언론을 이용해서 다른 이슈로 국민들의 관심을 옮겨가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런 선동성 기사에도 쉽게 동화되어 이전의 이슈들을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냄비근성’은 과거부터 개선되어야 할 국민의 성향이었지만, 언론플레이에 의해 계속 재현되고 있다.
첫댓글 사회과학은 인과관계를 검증하는 절차이자 과정입니다. 무엇이 냄비근성의 원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