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에게 쓰는 어미의 편지 “오중아, 지금 네 방엔 불이 꺼져있다만 ...
그전에는 시내를 활보하다가 군인들을 보면 아저씨라고 생각되었다. 군복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는 군인들이 의젓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게 아니다.
군인간 아들이 보고 싶어 노심초사하던 어미에게 의젓해 보이던 군인들이 꼭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들 같아 보이기 마련인 듯 하다. 열흘 전 우연히 서랍을 뒤지다 10 여 년 전 군대에 간 둘째 놈 오중이에게 아내가 보낸 편지를 찾아내 읽다 새삼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도 늙어가는 것일까?
지금이야 두 놈 다 군대를 갔다 왔고, 나이도 벌써 40 이 넘었지만, 이번 주를 성당에서 군인주간으로 설정, 옛날 생각을 자주 나게 하는 통에 환장하겠다. 아내의 그 편지를 다시 꺼내 여기 싣는다.
“사랑하는 오중이에게, 아들아, 여전하리라 믿는다. 얼마나 군 생활이 어려우냐!
네가 논산으로 군대에 들어간 날도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가을날이었다. 그리고 첫 서리가 내리던 날, 누런 소포가 내가 없는 사이에 아파트에 도착하였는데 너의 옷가지며 운동화가 도착, 그렇게도 부둥켜안고 울던 날이 엊그제 갖고나!
아들아, 정말로 이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 앞집에 윤식이 말로는 요즈음 군대가 옛날하고는 달리 부식도 그렇고 매우 좋아졌다고 하더라. 그러나 군대는 군대 아니냐! 그 말은 나를 위로하려는 말일 테고! 소대장님이나 중대장님 말씀을 잘 들어, 내 아들은 얻어맞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특히나 너의 고질병인 소화불량엔 약을 밥 먹은 다음 꼬박꼬박 챙겨 먹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네가 1병으로 진급하고, 네 밑에 2병이 와서 쫄 병이 생겼다고 좋아 하드만, 인간적으로 대하도록 하고 너를 좋아하도록 하여야 한다.
사람이란 조금만 애쓰면 상대방도 너를 좋아하게 된다. 군 생활을 시작한 그이도 너 같은 약골이었고, 아빠와 엄마가 계시리라 생각한다. 정말로 우리 아들은 남을 보호하고 배려해 주리라 믿는다.
오늘 따라 네가 왜 그리 보고 싶으냐! 얼마 전 네 여동생 정희는 수시 모집에 서울대학에 되었단다. 기뻐해 주지 않겠니! 네가 있으면 아빠랑, 나랑, 그리고 정희랑 정희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불고기 파티를 하여 주지 않았겠니! 참으로 너는 정희를 여동생이라고 끔찍하게 위해 주었었지!
네가 군대를 가고 나서 그 동안 엄마는 군인들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군인 아저씨였는데, 이제는 물가에 내어놓은 철부지들 같아 보이는구나. 아무쪼록 우리 아들은 모범적으로 군 생활을 마치고, 사람이 많이 달라져서 돌아오리라고 고대한다.
너의 아버지 말씀대로 군대는 사람을 키운다고! 그래서 이 엄마는 걱정이 없다. 비록 우리 아들 방에는 지금 불이 꺼져 있지만, 우리 오중이가 돌아오면 다시 집안에 활기가 차리라고 생각한다. 오중아, 엄마는 너를 끔찍이 사랑한다. 사랑하는 엄마가 서울에서 이 편지를 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