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든 당신을 응원하는 최고의 밥상!
위로의 음식
글|곽재구・황인철・최은숙・김영미・소병훈・서명숙・최승주・서형숙
최익현・박경태・최성현・강량원・허수경・김용택
판형|150*200
쪽수|192쪽
가격|13,000원
펴낸 곳|책숲
ISBN 978-89-968087-3-2 03810
기운을 내게 하는 음식, 용기를 주는 음식, 용서하게 만드는 음식, 기쁨을 주는 음식, 지금 내게 필요한 음식은 무엇일까?
몸이 아파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을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렸을 적 먹었던 어떤 음식의 기억, 큰일을 앞둔 자식이나 친구에게 먹이고 싶어 하는 한 끼의 든든한 밥상,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있을 법한 세월의 벽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그들만의 소통의 음식,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기꺼이 찾는 호젓한 위로의 밥, 함께 나누고자 하는 떠들썩한 잔치 음식상까지,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고, 그리움을 향유하며, 소통합니다. 그래서 음식은 위로이자 나눔이며, 화해이자 평화입니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음식은 어떤 음식입니까?
14인의 작가가 차려내는 치유의 밥상!
호롱불 빛 속의 삶은 콩 한 접시-곽재구(시인)
저물 무렵 랄반 호수가 바라보이는 그 작은 노천 식당에서 아이로부터 나뭇잎 한 그릇의 식사를 받아들고 내 허름한 영혼이 조금씩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로부터 건네받은 나뭇잎 위의 삶은 콩을 천천히 먹으며 내 남은 시의 시간들이 어떻게 밥값은 할 수 없을까 생각하는 동안 색색의 반딧불이들이 천천히 호숫가의 마을을 떠돌았다.
매워서 우는 것이란다-황인철(산부인과 의사・아기받는 남자의 아주 특별한 레시피 블로거)
차례를 지내고 잘 구워진 조기의 살은 아이에게 모두 주고 머리가 맛있다고 그것만 드시던 모습이 측은하셨나 보다. 모든 이웃들이 가족과 고향을 찾아 멀리 떠난 명절 오후 술안주로 드시는 조기찌개만큼은 아무한테도 방해를 받지 말고 드시라는 어머니의 깊고 따듯한 배려였다.
나를 불러 앉히던 고마운 밥상-최은숙(교사・시인)
삼십 년 후의 나는 그냥 할머니가 아니고 따순 내가 나는 부엌을 가진 착한 할머니다. 채소밭은 같이 밥을 먹기 위한 것이다. 그때는 살림이 몸에 배어 있을 것이다. 누가 불현듯 찾아오더라도 반가이 맞아들여 고추를 따고 상추를 씻고 가지를 볶아서 조촐하고 따뜻한 한 끼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다큐를 알려 준 돌마-김영미(분쟁지역 전문 피디)
그동안은 이라크 전쟁터라는 특수한 안경을 쓰고 이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돌마로 인해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라크나 한국이 아니라 그냥 그들은 주부들이고 엄마들이었다. 이라크라는 전쟁터로 그들에게 접근하지 않고 우리네 이웃으로 나의 카메라가 접근하기 시작했다.
평등의 밥, 계란 비빔밥-소병훈(정치인・도서출판 산하 대표)
아이들이 어느 날 문득 삶에 허기질 때 아빠가 만들어 주던 밥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계란노른자가 태양처럼 떠오르듯이 또다시 희망이 떠오를 것이라는 것을 믿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언제나 어머니의 그 소박한 음식에서 곤궁한 세상과 맞설 큰 용기를 낸 것처럼.
천상 제주 여자-서명숙((사)제주올레 이사장)
거의 기다시피 빌빌거리면서 들어갔다가도 김이 무럭무럭 나는 몸국이 나오면 눈이 번쩍 뜨였다. 아, 바짝 마른 논바닥에 찰랑찰랑 물이 고이는 느낌으로 그 국을 퍼마셨다. 시쳇말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폭풍 흡입’을 했다고나 할까. 그러고 나면 비로소 허리가 곧추세워지고, ‘그래, 한번 끝까지 붙어 보자’ 세상과 직면할 용기가 솟곤 했다.
고단한 하루를 소화시키는 단맛-최승주(푸드 스타일리스트)
아버지는 달착지근하면서 향긋한 식혜를 유난히 좋아하셨다. ‘나는 감주 배 따로 있다!’며 밥 한 그릇 다 비우고도 식혜 한 대접은 거뜬히 드셨던 아버지. 49년 함께한 남편을 생각하며 만든 식혜를 집에서 처음 지내는 기제사 상에 올리지 못했으니, 늘 정확하고 꼼꼼했던 어머니는 그런 실수가 믿기지 않는지 한동안 말씀이 없었다.
내 나라 향기는 모르겠는데, 고향 음식은 진짜 그립더라-서형숙(엄마학교 대표)
오늘 먹고 있는 것은 그저 그렇다. 너무 넘쳐나서 식상해한다. 주변에 있는 게 당연해서. 반대로 지금 먹지 못하는 것은 어찌 그리 그리운 것일까? 아이들의 타향살이 먹을거리 타령 덕에 우리는 오늘, 이 순간을 누리고 사는 법을 아주 잘 배울 수 있었다. 아, 맛있는 것, 훗날 그리울 것, 오늘도 누린다, 한껏 음미하며…….
뜨거운 잔치 국수에 떨군 눈물-최익현(교수신문 국장)
어떤 말로도 부끄러움을 사죄할 수 없었던 그 시절, 나는 뜨거운 잔치 국수를 먹으면서 하염없이 울고 말았다. 삶의 방향을 선명하게 잡지 못해 조바심 피우던 못난 아들이, 어버이를 멀리 떠나 가슴 가득 부끄러움의 회한을 안고 있었던 그 시절의 못난 자식이, 비로소 용서를 구하는 울음 말이다.
닫힌 사춘기를 보내던 아들의 창문을 두드린 노크 소리-박경태(성공화대학교 사회학부 교수)
가까워지고 싶은 누군가와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갈 수 있는 기회만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매일 먹던 밥과 아주 조금 다른 음식을 맛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충분할 것 같다. 그곳에 당신의 ‘오믈렛’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기적-최성현(농부)
우리 마을에서는 3월에만 땅 주인이 없어지는데, 왜 그럴까? 그 까닭은 단순하다. 3월에는 아직 논밭에 농작물이 없고, 그곳 여기저기에 난 봄나물은 어느 집 땅이나 자유롭게 가서 캐고 뜯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삶을 잘라 내며-강량원(연극연출가)
세상에 의지할 곳이 없었던,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에게 견고한 기둥이 되어야 했던 청년은 마침내 일어나 무거운 발을 끌고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천천히 움직일 때 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울려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떠 있었던가.
잘 차린 한 상-허수경(시인・고고학자)
가끔 생의 한순간은 그냥 한순간이 아니라 ‘마술적인 순간’으로 마음속에 깊이 남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밥 한 상을 잘 차려 주던 순간들을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그 한 상을 차려 주었던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8년 동안 다슬기 국을 끓이신 어머니-김용택(시인)
우리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간이 좋지 않으셨다. 간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이른 봄 깊은 산골짜기 논에 가서 돌미나리를 캐다가 아버지를 먹이셨다. 봄 내내 그렇게 아버지의 건강을 챙기셨다. 그러다가 날이 풀리고 다슬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논밭 일을 끝내고 돌아오며 날마다 다슬기를 잡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