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권 PD의 QBS 오리지널 예능 '탕비실'. 탕비실 사용 매너로 각자의 회사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은 '빌런' 일곱과 가짜 빌런인 '술래' 한 명이 섞였다.
공용 얼음 틀에 콜라를 얼리는 사람
정수기 옆에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사람
인기 많은 커피믹스를 잔뜩 집어가는 사람
공용 전자레인지 코드를 뽑고 개인 무선 헤드셋을 충전하는 사람
탕비실에서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
공용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몇 개씩 넣어두는 사람
공용 싱크대에서 아침마다 벼락 같은 소리를 내며 가글하는 사람
누구나 싫어할 법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을 놓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가 가장 싫습니까?” (내 기준으로 충전은 순한 맛, 가글은 매운 맛이다.) 하나같이 싫은 사람뿐이라 내려갈수록 미간이 찌푸려진다. 니체는 당신이 심연을 깊이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도 당신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은 직장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빌런을 관찰하고 있는 탕비실에서 그 역시 나의 '빌런'적인 면모를 읽고 있다. '얼음'이라는 별명으로 이 쇼에 출연하게 된 서술자 '나'는 이 인간들이 정말 싫다는 생각, 내가 여기에 올 정도로 그렇게 잘못됐냐는 생각 사이에서 갈지 자를 그리며 쇼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인간은 너무도 복잡하고 우리는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는 탕비실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알라딘에서
- 회사의 탕비실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 각각 개성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다. 내가 탕비실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책을 덮고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