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1일 일요일, 아침 9시!
황매산 릿지 중 전더미의 메아리 릿지 초입에 선 우리들은 15분 남짓한 어프로치와 더운 날씨로 땀범벅이 되어있고, 가뿐 숨을 쉬고 었지만, 모두 밝게 웃고 있었다. 두 시간 전인 아침 7시에 성서를 출발한 우리들(나, 경민, 경옥언니, 그리고 경민과 내가 속한 산악회 회장님)은 아까 20여분 전 릿지 들머리인 도로변에 차를 세우면서 불안했었다. 이미 주차되어있는 차 두 대. 그리고 목련길 릿지와 전더미의 메아리 갈림길(산목련 조형물)에서부터 들리는 "출발" "텐션" "완료" 등의 구호로 가득찬 저어쪽 숲!
난이도가 좀 있다고 들은 릿지에다가 초행길인데다가, 들리는 소리들은 거의 십여명에 달해 있어 자칫하면 오늘 릿지를 시작도 못하겠구나 싶은 불안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며 걸어왔다. 막상 도착해보니 텅 비어있는 릿지. 소리들은 바로 오른쪽 모퉁이 목련길 릿지에서 들리는 것!
밀리는 걱정 없이, 혹은 치이는 걱정없이 편한 마음으로 모두 장비를 착용하고는 릿지를 시작한다.
총 12피치이지만, 너무 욕심내지 않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하자는 마음!(근데, 난 10피치 인공등반 루트에 대비해서 레더를 준비해왔다! ㅋ)
1에서 4피치는 슬랩, 5피치부터는 크랙 등반이 주를 이룬다. 볼트가 거의 없는 구간도 있어 캠을 두 조(나 1조, 김권 회장님 1조)나 챙겨왔다. 거기다 혹시나 토템캠도 몇 개, 링크캠도 하나 챙겨왔더니, 만반의 준비는 갖추었지만, 캠 무게로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허리가 아파온다.
1피치에서 자신있게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아니다! 큰일났다!
암벽화를 잘못 들고왔다. 티씨프로가 너무 발이 아파서 발편한 암벽화를 들고왔는데, 그새 또 발 살이 빠졌는지 암벽화가 크다. 슬랩에서 딜딜 돌아가는 암벽화를 신고 선등하려니 온 세상이 저승같다!(ㅜㅜ)
겨우 첫 볼트 걸고는 내려옴. 왜냐하면, 우리에게 슬랩 천재 경옥언니가 있기 때문!
울클릿지 선등해놓고는 여기서 왜 빌빌대냐는 경옥언니의 잔소리를 숲속 소쩍새 소리처럼 귓등으로 듣고는 자일을 풀어 언니에게 건넨다. 슬랩에선 경옥언니지!
언니의 리딩으로 1에서 4피치 슬랩은 일사천리로 진행. 후등으로 가면 갈만한데 왜 선등만 서면 발이 안 떨어지지?
3피치까지 올라서니 오른쪽 바위능선에 목련길 릿지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같은 헬멧을 쓰고있는 걸로 봐서 어디 등산학교 수료 등반인듯.
4피치 까지 끝내고는 이제 드디어 5피치 크랙.
크랙 감은 좋으나, 중간 중간 캠을 설치하면서 가는 릿지길이라 캠 설치가 부담스러운 나는 결국 회장님께 리딩을 부탁드렸다. 그래도 첫볼트는 걸어드렸잖아요. ㅋㅋ
5피치 출발하시면서 흙바닥에 양손을 문지르시는 회장님. 무슨 의식인가? 세리모니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쵸크백을 안 가져오신 리딩자님! ㅋㅋ
(5피치 종료한 후 세컨보는 나의 쵸크백을 대여해드렸다.후등은 줄만 잡고 올라가면 됩니다, ㅋㅋ)
세컨으로 오르며 크랙에 낀 캠을 회수하려는데, 처음 설치한 것보다 더 안으로 걸어들어간 캠. 회수가 안 된다. 손가락과 손등이 두꺼워 손가락이 바위 안으로 안 들어가는 상황. 밑에서 보고계시던 경옥언니의 비수를 찌르는 한 마디! 너는 오늘 되는게 뭐냐?
ㅜㅜ
세번째로 오른 경민이 얇고 긴 손가락으로 캠 회수! 슬랩 영재에 캠 회수까지 소질을 보이며 오늘 톡톡히 칭찬을 받는 이 목도리 도마뱀(오늘도 헬멧 턱끈이 턱에 닿는 게 싫어서 손수건으로 대어 목도리 도마뱀 스타일 완성). ㅋㅋ 무럭무럭 커서 나중에 줄 걸어다오.
5,6,7 피치로 큰 봉을 하나 오른다. 이 봉 이름이 전더미봉 이다. 그만큼 이 구간이 이 릿지길의 백미라 할수있다. 오르고 보니 과연 그렇다. 세 피치를 연결해보니 마치 설악 장군봉 느낌도 난다. 암질도 화강암이고 난이도도 살짝 어렵고!
7피치를 끝내고 정상에 서고보니, 건너편 큰 오버행 바위 밑에 아까 목련길 릿지를 하던 사람들이 소복히 모여있다. 선등자는 전더미의 메아리 10피치를 오르고 있고 대부분은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자일을 깔고 이동.
정상에서 보니 왼쪽 귀퉁이에 쌍볼트, 오른쪽 귀퉁이에 붉은 점과 쌍볼트.(릿지 구간 내내 파란 화살표와 파란점은 전더미의 메아리와 관련, 붉은 화살표와 점은 목련길 릿지와 관련)
왼쪽으로 하강하면 되는데 건너편 인공등반 루트로 모두들 마음이 바쁜지 아무생각없이 오른쪽으로 하강, 하강하고 9피치를 하고 나서야 8피치를 빼먹은 것을 알게 되었다. 왼쪽으로 30미터 정도 하강하고 나서 좌측 작은 독립봉을 하면 여기가 8피치이다.
손맛좋은 크랙인 8피치를 못하게 되어 서운한 사람들과 또 다른 이유로 서운한 경민(빼먹을려면 울클릿지처럼 두 피치 정도를 빼먹어야지 고작 하나라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10피치 인공등반은 회장님과 나만 등반, 경옥언니와 경민은 오른쪽 우회로 자일깔고 이동하기로.
30여분간의 사투로 결국 10피치를 완등하신 회장님과, 40 여분간의 사투로 결국 퀵드로 18개를 모두 회수한 나! 장하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아직 회수해야 할 퀵드로는 10개나 남았다구!
오버행을 올라서면 직상이 아니라 우향으로 약간 비스듬히 이동해야 함.
키 크고 팔 길면 아마 회수도 쉬울 듯. 단, 키 작은 팔 짧고 겁많은 나는 완전 쫄면서 회수. 10피치 회수하고 나선 손가락이 안 펴질 정도.ㅋㅋ
10피치 종료 후 남은 피치와 8피치는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하기로. 좌측 잡목 숲을 혜치고 나가면 하산로와 만난다. 전더미의 메아리 릿지는 군데군데 탈출이 가능해서 더 좋은 듯.
하산길도 숲길이라 너덜길을 싫어하는 경민이 오히려 좋아한다. 그렇다고 또 오자는 뜻은 아니라 한다.
하산 완료하고 차까지 오니 저녁 7시 40분!
차에 두었던 아이스박스를 꺼내 그 안에 소중히 두었던 시원한 코젤 흑맥주를 한캔 딴다. 하루종일 벽에 매달리고 줄 하나로 묶인 사람들, 온 몸에 땀냄새 풍기고 땀으로 축축한 머리를 한 4 명이서 무사등반을 축하하며 마시기! 오늘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맥주 챙기기! 이 일 하나로 사람들의 폭풍 칭찬이 쏟아지고. ㅋ 사람들이 한없이 단순한 것이 이 차가운 맥주 하나로 나의 등반 기여도 점수 급 상승! ㅋㅋ 이건 맥주가 아니라 완전 구황작물 수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시원한 코젤 맥주 한 모금으로 기운을 차린 후 대구로 출발.
거창 휴게소에서 따뜻한 우동(땀이 식어서 그런지 추웠음)으로 저녁을 대신하고는 대구로.
아침 7시에 출발했던 장소에 도착하니 밤 10시!
늦어도, 산에서 살짝 어두워져도 하나도 겁 안 낫고 오히려 재미났고 뿌듯했던 오늘 하루, 덕분에 잘 보냈습니다. 다음 등반에 또 봐용!!!!
첫댓글 굿~~
좋은곳 다녀왔네
나두 좀델꼬가두ㅎ
형님 얼릉 재활하세요~^^
리얼 등반기~ㅋㅋ 다음엔 등반전날 좀 쉬고 오셈~ㅎㅎ
ㅋ. 아무리 피곤해도 릿지갈땐 꼬옥 코젤이나 파울라너를 아이스박스에 챙겨서 갈께요. ㅋ
에고 ㅡ보기만해도 어깨에 힘들어간다 ㅎ
어렵제?ㅜㅜ
센타운동 빡세게해야되는데
요즘 하향곡선임둥
선등자만 힘쓰면 됩니다. ㅋ. 설악생각날때 딱입니다! ㅋ
이날 오전 바윗골 가는 길에 중기한테 권이 근황을 물었는데 여기 있었구먼...,
등반기는 영희씨가 최고!
보기만해도 손바닥에 땀이...
멋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