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공항에 도착 후, 베트남 돈으로 환전하고 면세점에서 담배도 한 보루(레종 한보루 10000원 정도)장전하고 택시를 잡기 위해 공항을 나왔다.
저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들고 있던 피켓의 글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낯익은 한국말이 써있는 피켓이 유난히 나의 시선을 끌었다. 바로 내 이름 석자가 적힌 피켓이었다.
너무 기뻐서 마중 나온 그 친구(그녀의 이름은 ‘비-Vi’다)를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껴안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실물을 보니 사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여기도 뽀샵을 하나보다. 그건 그렇고 그 아가씨 말고도 한 명이 더 나왔는데 그 친구(이름은 ‘릉-Ling’이다)가 베트남인 같지 않게 얼굴도 하얗고, 이쁜 것이 나의 베트남에서의 장미빛 일주일을 예고 하는 듯했다.
그렇게 그 둘과 어색하게 영어로 인사했다. 그 아이들은 영어를 잘 못했다. 발음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말을 건네려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택시를 잡아주고 자기네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겠덴다. 이 저녁에 다 큰 아녀자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니. 이상했다. 알고 보니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천국이었던 것이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죄다 타고 다닌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마자 거리는 자동차없이 온통 오토바이의 무리로 뒤덮였다. 자동차는 기껏해야 한 두대 정도? 신호등도 없는 것 같았다. 순전히 지 꼴리는데로 가는 거다. 사고가 안 나는게 신기할 뿐이었다.
그녀들이 호텔이라고 소개하며 잡아준 곳은 우리나라의 모텔보다도 수준이 현저히 떨어졌다. 하긴 그녀들이 우리나라의 나이로 따지면 20살인데 몰 알겠냐마는. 싼게 비지떡이라 생각하고 벨보이 비스무리하게 생긴 놈의 안내를 받고 지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짐은 벨보이가 들어주고 나는 몸뚱이만 움직였다.
약해보이는 놈이 보기보다 힘이 셌다. 근데 짐을 내 방에 놔두고 나갈 생각을 안하고 내 얼굴만 멀뚱히 쳐다본다. 이놈도 벨보이라고 팁을 원하나 보다 하고 거금(우리나라돈으로 2000원)을 찔러주었다. 그 돈 받고 좋덴다.
여장을 풀고서 밖에서 기다리는 소녀들에게로 갔다. Vi가 떠듬거리는 영어로 어디 갈꺼냐고 물었다. 일단 배가 고팠다.
베트남 쌀국수가 생각나서 영어로 ‘rice noodle’ 먹고 싶다고 했더니 그런 말은 모른덴다. 가장 기본적인 영어를 대학생씩 되어서 못한다는 것이 답답했다.
하지만 여차해서 쌀국수를 먹으로 갈 수 있었다. 가게는 지저분하고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현지에서 쌀국수를 먹는 것에 만족했다. 맛은 거의 비슷했다. 맛있게 먹고 나와서 야외카페테리아도 가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그 소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들은 한국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한류열풍 덕에 한국 연예인들 이름도 많이 알고 있었다. Vi가 Ling에 비해서 그나마 영어를 잘해 그녀와 거의 얘기를 나누었는데, 자꾸 Vi와 얘기를 해도 내 관심은 오직 Ling에게만 가 있었다. ‘일단 오늘은 참자(?)’ 피곤하기도 하고 밤인데도 오지게 더운 날씨 때문에 빨리 호텔로 들어가 샤워하고 자고 싶었다.
나는 오토바이가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호텔로 고고씽했다. 옆에서 운전하는 베트남 남자쉐퀴들이 하나 같이 다 나를 쳐다보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자오토바이에 남자가 뒤에 같이 타고 가면 창녀와 함께 여관으로 가는 남자라는 것이었다.
호텔 도착 후, 지배인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들어가 얼른 씻고 잠을 청했다. 잠이 안 왔다. 왜냐하면 Vi가 친구들을 더 데려와 나를 소개 시켜준덴다. 크하하하 NICE! 그렇게 나의 베트남에서의 하루 밤이 지나가게 되었다.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나는 잠이 깼다. 프론트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내려오라는 거였다.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젠장 그놈의 잠은... 그러고 보니 오늘 Vi의 친구들이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미안한 마음에 적당히 씻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서둘러 로비로 갔다. 호텔 입구에서 Vi가 환하게 웃으며 반겨 주었다. Ling은 학교 땜에 못나왔덴다. 아쉬웠다. Vi옆에는 5명의 소녀들이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지네들끼리 쑥덕거리며 웃는다. 마치 순수한 북한 처녀들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왜 그런진 몰겠지만)
Vi가 자기가 아는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얼른 그녀의 애마 뒷자리에 탔다. 일단의 소녀떼들과 함께 거리를 질주했다. 행복했다. 여자들의 무리에 둘러싸이기는 간만이다.
역시 거리에는 온통 오토바이들로 북적 거렸다. 헬멧의 의무 착용화때문에 나도 어쩔수 없어 헬멧을 썼는데 핑크빛의 여자 헬멧이었다. 쪽팔리지 않았다. 어짜피 여긴 외국이니까..ㅋㅋ
이윽고 허름한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같지가 않았다. 밖에는 야외 테이블 몇 개와 안에서는 큰 도마를 올려 놓고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잘게 고기를 다지고 있는 주방장과 서빙하는 늙수그레한 할매가 전부였다. 일단 위생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가게 내부는 어두 침침하고 수십마리의 바퀴벌레가 살 법한 곳이었다. 또 주방장이 쓰고 있던 도마도 나무라 물을 잔뜩 먹어 곳곳이 썩어 있었다. 하지만 인상을 쓸 수 없었다. 얘네들이 생각해서 온 곳이고 자주 먹으러 온다고 하니 애써 웃는 표정을 짓고 주문을 했다.
그녀들이 몇마디 하자 주방장이 음식을 준비한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Vi의 친구들과 이야기 했다. 생김새들은 다 고만고만 했다.(한마디로 별로였다) 얘기도 잘 안통하고 별로 재미도 없었다. 걱정이 하나 있었다면 음식을 먹고 계산을 내가 해야 되는데 도대체 얼마나 나올 것인가 였다. 쪽팔려서 Vi한테는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한국남자답게 쿨하게 내고 싶었다.
음식이 나왔다. 튀김국수 였다. 먹어보니 맛있었다. 주위환경을 신경쓰지 않고 나는 맛있게 한그릇 다 먹었다. 한그릇 더 시켜서 먹었다. 드디어 음식값을 지불해야 된다. 가격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적게 나왔다. 7명에서 먹었는데 한국돈으로 10000원 정도를 냈던 것 같다. 일단 싸서 좋았고, 그녀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어 기분이 좋았다.
소화도 시킬겸 여러군데 돌나다녔다. 저녁때는 클럽에 가젠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바로 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한숨 잤다. 약속시간 1간 전에 일어나서 샤워를 깨끗이 하고 머리에 왁스도 발라주고, 날씨가 더웠지만 셔츠에 청바지로 깔끔하게 코디했다.
약속시간에는 마찬가지로 Vi가 오토바이를 대기 시켜 놓았다. 그녀도 하얀드레스를 입고 왔다. 피부가 시커매서 드레스가 순백색으로 보였다. 그래도 그렇게 이뻐보이진 않는다. 미안하다 Vi 난 널 교통수단으로 밖에 이용할 수 없다.
(밤엔 그야말로 무법천지 "클럽아 기다려라 오빠가 간다" 이때 난 어떤 남자놈의 오토바이에 매달려 갔다.)
거리가 꽤 멀었다. 오토바이 타고 간다고 해서 절대 시원하지도 않다. 셔츠까지 입어서 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다.
(클럽입구)
도착해 보니 클럽 입구에는 벌써 선남선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복장들이 만화에서 나오는 주인공들 같다. Vi가 아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거의 남자들이었다. 얘가 은근히 인기가 많구만.... 남자 쉐퀴들은 그런데로 잘생겼다. 하지만 피부는 여전히 시커멓다는 것. 살은 탔지만 상대적으로 하얀 피부를 가진 나는 우쭐했다.ㅋㅋㅋ 줄을 기다리면서 하는 얘기들의 대부분이 '오디션'(온라인 댄스게임)얘기다. 왜 클럽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할까? 이상했다.
또 어떤 이상한 코스프레 입은 이쁘장한 여자가 오더니 오디션 잘하냐고 물어봤다. 난 잘 못한다고 했더니 고개를 돌려서 다른데로 그냥 가버린다. 알고보니 이곳은 오디션 게임이 열리는 춤추는 클럽이 아닌 게임 클럽인 셈이다. 젠장 난 오디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다.
하지만 충분히 눈요기는 되고 있다. 여자들이 거의 이쁘다. 호주에서처럼 드레스로 차려 입은 여자들의 모습들이 꼭 공주 같다. ㅋㅋ
밖에도 더운데 클럽안은 그야말로 한증막이었다. 이날의 메인인 자칭 공주들의 행진과 무대에서의 장기자랑이 끝나자 더이상 볼것도 없었고, 그 자리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술이라도 있으면 술먹고 취하고 싶은데 콜라 밖에 없다.
춤도 안춘다. 오로지 오디션 게임에만 관심있다. 참 풋풋하고 건전한 젊은이들이다. 내가 Vi 한테 가자는 의사를 표시했다. 내가 오디션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바로 나가 젠다. 좀 씁쓸하다. 내가 바란 것은 이게 아닌데..... 제대로 된 클럽을 갈때는 얘를 떼놓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3,4,5일 째도 나는 혼자서 클럽 갈 시도는 못하고 Vi와 Ling하고만 놀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베트남 출국 하루 전인 6일째, 하루에 모르는 베트남 여자 세명을 만나 즐겼지만, 나한테 정말 어이없고도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한국에도 못 갈뻔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