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바뀐 이래 최대의 방송 혁명이라 불리는 DMB. 그 멀티미디어의 첨단 세계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DMB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위성 DMB와 지상파 DMB의 경쟁, 뉴미디어 운동으로서의 가능성까지 DMB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이제 영화가 극장을 떠난다?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의 출범은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 통신 환경, 이른바 유비쿼터스 시대가 개막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DMB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이동전화, PDA, 차량장착용 수신기 등 휴대형 또는 이동형 단말기로 보는 방송을 말한다. 또한 FM 라디오보다 뛰어난 CD 수준의 고음질로 이뤄지는 오디오 방송이기도 하다. 차에서든 길거리에서든 언제 어디서나 DVD급 화질의 멀티미디어 동영상을 즐길 수 있고, 듣고 있는 음악의 제목이나 가사를 자막이나 사진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흑백TV로 컬러 방송을 볼 수 없듯 DMB는 오직 DMB 단말기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단말기가 일정한 메모리 용량을 갖추고 있다면 녹음과 녹화도 가능하다. 마음에 드는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를 단말기에 저장하고,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예약해 시청할 수도 있으니 이제 우리의 관람 행위는 굳이 집과 극장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내 손안의 TV’ ‘테이크 아웃 TV’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 DMB 종주국 선언
DMB를 새로운 방송 미디어로 정립시켜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다. DMB의 출발이 유럽의 DAB(디지털 오디오 방송)라는 얘기도 있지만, DMB는 단순히 DAB의 진화된 형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방식과 형태의 방송이다. 곧, 세계 최초의 디지털 휴대 방송의 등장이라 보면 된다. DMB가 이동통신의 확장 모델임을 감안할 때 이동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문자 서비스, 무선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앞서 구현해온 우리나라에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인 DMB로 나아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DMB 도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DMB야말로 투자비를 최소화하면서 이동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바로 방송과 무선 통신의 융합에 따른 산물이 DMB다. 그리고 그것은 2005년을 기점으로 멀티미디어 시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2010년까지 가입자 규모는 지상파 DMB 1,140만 명, 위성 DMB는 457만 명에 이르고,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상파 DMB 7,481억 원, 위성 DMB 6,04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계의 고용 창출 효과도 서비스 시장 규모가 무려 6조 2,878억 원에 이르는 2012년까지 6만 7,682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특히 오디오, 비디오, 데이터의 멀티미디어 이동 방송인 지상파 DMB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것이다. 유럽, 중국 등지에서도 한국의 지상파 DMB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방송위원회(CSA)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형 지상파 DMB를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시험 방송했고, 독일 바이에른주 민영방송위원회(BLM)는 한독 지상파 DMB 공동 프로젝트에 따라 지상파 DMB로 독일월드컵 중계 방송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며, 지난해 11월에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영국 앤드루 왕자가 2006년 4월부터 영국 런던 지역에서 한국과 영국 공동으로 한국형 지상파 DMB 실험 방송을 한다고 공표했다. 이 외에도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지상파 DMB를 눈여겨보고 있으며 멕시코도 한국의 지상파 DMB를 채택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등도 도입에 대한 협의를 이미 나눈 상태다. 지난 1997년 3월 정보통신부가 ‘지상파 디지털방송 추진협의회’를 구성하며 시작됐던 DMB 도입 논의가 불과 10년도 안 돼 그 주도적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 어떻게 다른가?
현재 DMB는 위성과 지상파로 나뉘어져 있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는 전파를 송출하는 방식에 따라 나뉘어진 개념이다. 위성 DMB는 지상의 송신소에서 일단 정지 궤도 위성으로 전파를 쏜 뒤, 위성이 이를 다시 지상의 전용 단말기를 향해 재송신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비해 지상파 DMB는 방송국 송신소에서 보낸 전파를 단말기가 직접 수신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권역에도 차이가 있다. 위성 DMB가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반면 지상파 DMB는 일부 권역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위성 DMB가 개인 기업 형태로 먼저 유료로 도입된 반면 지상파 DMB는 무료 서비스를 전제로 한 국책 사업으로 출발했기에, 지상파DMB의 유료화는 DMB 정책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반발을 살 우려가 높아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지하 공간까지 원활한 수신망을 구축하려면 중계기 확충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광고 외에 특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지상파 DMB 예비 사업자들 간에는 부분 유료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는 각각의 장단점과 지향점을 통해 차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TU미디어 박기한 상무는 “TU미디어는 위성 전송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전국이 동시에 볼 수 있으나, 지상파 DMB는 일정 기간 동안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으로 커버리지가 한정된다. 다소 적은 채널을 서울과 수도권 내에서 보고자 하는 분들은 지상파 DMB를, 보다 많은 채널을 전국 어디에서나 보고자 하는 사람은 위성 DMB를 선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차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한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의 본격적인 경쟁은 새해 들어 지상파 DMB 서비스 활성화의 최대 관건이었던 지상파 DMB 유통망이 전면 개방되면서 불붙을 전망이다. KTF와 LG텔레콤은 지난 1월 1일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팬텍앤큐리텔로부터 지상파 DMB폰을 공급받아 공식적인 판매에 나섰다. KTF와 LG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1월 10일까지 팔린 지상파 DMB폰은 약 3,900대로 집계됐는데 LG텔레콤이 2,500대, KTF가 1,400대 정도 판매했다. 지상파 DMB폰이 시장에 첫선을 보인 것이 지난 1월 2일이기 때문에 하루 평균 400대 가까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시중에 물량이 본격적으로 공급돼 판매가 본격화된 것이 지난 주말부터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판매량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위성 DMB 가입자도 지난 1월 10일 현재 39만 명으로 지난해 말 37만2천 명에서 1만8천 명 증가, TU미디어의 당초 2005년 목표인 6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어느덧 4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한 이 달에만 5∼6종의 지상파 DMB폰이 시중에 선보일 전망이며, 아직 SK텔레콤의 최종 입장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유통망 개방에 따라 지상파 DMB 서비스 활성화가 기대된다.
양 DMB의 경쟁 구도 안에서 업계는 지상파 DMB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을 가장 큰 경쟁 우위로 꼽고 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커버리지에 대해 KBS DMB 엄민형 추진팀장은 “오는 6월 열리는 독일월드컵 이전에는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방송을 볼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만큼 4년만의 방송가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월드컵이 DMB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거란 얘기다. 반면, TU미디어는 가입자 목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료인 지상파 DMB 서비스가 시장에 본격 진입했을 때 가입자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위성 DMB는 지상파 DMB와는 달리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상파 DMB는 당분간 수도권과 경기도 지역에 한정되며 지하철 중계망도 오는 6월에야 개통된다. 따라서 TU미디어 측은 지상파 DMB 사업자들이 전국 서비스 커버리지를 갖추기 전에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제 남는 문제는 서비스의 질이 아니라 콘텐츠의 질이다. ETRI 정보통신서비스연구단 기술경제분석팀 변상규 연구원은 “각 DMB간의 장단점을 떠나 결국 누가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향후 시청률 확보를 위한 서비스 사업자간의 경쟁이 장기적으로 품질 향상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MB 시대의 개막과 서비스 자체가 지난해의 화두였다면 올해는 보다 본격적인 확산과 경쟁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역시 문제는 콘텐츠
미디어의 기하급수적인 팽창은 필연적으로 콘텐츠의 궁핍을 불러온다. 일단 TV를 보자. 수십 년 동안 5개 안팎에 지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TV 채널 수가 1995년 이후 10년만에 15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성공한 채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단말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DMB나 와이브로(WiBro 등 차세대 기술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려 줄을 서고 있다.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은 역시 콘텐츠 부족이다. 콘텐츠를 보여 줄 수 있는 플랫폼은 늘어나고 있으나 정작 보여 줄 내용이 없는 것이다. IT 기술의 진화를 따르지 못하는 콘텐츠 부족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DMB의 경우에도 현재 대부분의 방송 시간을 케이블 TV나 위성방송에서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플랫폼이 생겼으면 그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함께 고민해야 함에도 부족함이 느껴지는 사항이다. 콘텐츠 부족은 비단 DMB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반 성장을 모색해야 할 모바일 게임 시장 등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3사의 다운로드 상위권에 올라있는 게임들은 여전히 ‘테트리스’ 혹은 ‘맞고’(고스톱)류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게임 콘텐츠에 다른 나라와 차별되는 독특한 개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DMB는 조금 다른 성질의 콘텐츠를 요구하고 있다. 이동성, 개인성, 쌍방향성, 소화면 등에 적합해야 하는 까다로움을 보이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무선 인터넷과 DMB는 주요 콘텐츠가 각각 데이터, 비디오란 점에서 차이가 나지만 휴대 단말기를 통해 수신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데 시청 행태를 보자면 위성 TV는 소극적, 무선 인터넷은 적극적이다. DMB는 이 둘의 중간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반면 수용자측의 콘텐츠 소화 성향은 전혀 까다롭지 않다. MBC의 지난 2004년 ‘지상파DMB 서비스 수요 예측을 위한 소비자 조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비디오 방송의 경우 드라마(30.4%), 뉴스(27.0%), 스포츠(13.0%)순으로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DMB 방송 초기에는 단순히 TV의 시공간적 제약성에 대한 보완재로서 콘텐츠 대부분이 기존 방송과 별 다를 바 없는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전망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여러 다른 모바일 게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테트리스’와 ‘맞고’가 유행하는 상황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DMB 사업자들이 공중파 재전송에 역점을 두게 되고 여기서 지상파 프로그램이 DMB를 잠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케이블TV 방송에서도 공중파 프로그램의 점유가 심각한 상황인 걸 보면 그것은 단지 우려를 넘어 실제적인 상황이다.
콘텐츠, 지상파를 넘어라
콘텐츠 확보라는 측면에서 지상파 DMB는 다소 안심하고 있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KBS DMB의 경우 현재 공중파 KBS 1과 2를 갖고 있어 이미 ‘비디오 2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콘텐츠에 대한 재가공은 필수불가결하다. 앞서 말했듯 DMB 콘텐츠가 지녀야 할 이동성 등의 특징 때문에 단순한 재전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TRI에서 조사한 ‘DMB 서비스 수용도 및 경제성’을 살펴보면 사용자의 64%가 하루 평균 1시간 이하로 DMB를 시청하고 있으며, 선호하는 콘텐츠 편당 길이도 66.7%의 사용자들이 ‘5분 이하’ 포함 ‘30분 이하’를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유료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무료인 지상파 DMB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볼거리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새드 무비> <소년, 천국에 가다>에 이어 올해 1월 <파랑주의보> 등 ‘프리미엄 무비’라는 이름의 코너를 마련했다. 또한 1월부터 미국 프로레슬링 WWE, 강풀의 애니메이션 <바보>, 해외 TV 시리즈인 <스몰빌> 등도 방영하고 있다. 설날을 맞아서는 마치 지상파TV의 ‘설 특선 프로’처럼 <간큰가족> <남극일기> <천군> 등의 최신 특선 영화와 22일, 24일 양일간 열리는 한국과 중국의 농구 올스타전도 생중계할 계획이다. TU미디어 박기한 상무는 “사업 개시 1년이 채 되지 않은 초창기인 지금, 경쟁력 있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면서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 및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던 콘텐츠들을 골고루 편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채널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고정민 연구원은 “무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지상파 DMB와 경쟁하기 위해 위성 DMB는 방송 채널을 몇 개로 묶어 각각에 대해 차등화된 수신료를 적용하는 ‘티어링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사업 초기에 높은 콘텐츠 개발 비용 부담과 적은 가입자로 인해 사업자들의 적자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임을 감안해보면, 적극적인 콘텐츠 활성화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콘텐츠 활성화 측면을 영화에 집중해 보자면 좀 더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이른바 DMB 영화를 포함한 ‘모바일 영화’의 세계는 극장을 기준으로 한 종래의 영화 제작, 배급, 상영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 컴퓨터와 휴대용 단말기 등 좀 더 작은 스크린에 기반해 제작, 배급되는 영화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경험해왔던 인터넷 영화, 퀵타임 무비,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이 이 범주에 해당된다. 여전히 ‘모바일만을 위한 영화’ 세계는 요원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영화 작업과 유사한 시스템을 견지하고 있기에 영상 인력 구성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2005 KBI와 TU가 함께하는 DMB 콘텐츠 공모전’에서 세탁기를 발견한 남극 펭귄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애니메이션 <거지 포핀>이 대상을 차지했다. 이를 만든 김성영 감독은 “DMB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모바일 영화만을 위한 전문 프로덕션이 생길 거라 보지 않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상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들을 수용할 일자리가 늘고, 채널이 다양해지기에 장기적으로 영상 산업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세네프영화제는 지난해 처음으로 ‘모바일&DMB 영화제’ 섹션을 진행했다. 세네프영화제 이강옥 프로그래머는 이러한 모바일영화가 단순히 ‘단편영화의 연장’이라 보는 시선에 이견을 제시한다. “단말기도 갈수록 해상도가 높아지고 성능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 아마추어적인 영화, 단순히 ‘짧은 영화’라는 개념으로는 접근이 힘들다.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미학적인 측면에서는 작은 화면이기에 클로즈업이 빈번하고 복잡한 스토리텔링보다는 짧은 시간에 시선을 끌 수 있는 시청각적 요소가 중요하다. 모바일영화의 미학이라고 한다면 역시 촌철살인의 미학”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매체에 대한 집요한 고민이 독창적인 콘텐츠를 낳을 수 있는 법이다.
DMB, 충무로와 어떻게 만날까?
DMB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의 충무로 진출은 지난해 하나의 원을 그리고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단지 대형 자본의 유입 때문만이 아니라 앞으로 영화 산업 전체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이통사 충무로 진출은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TF는 싸이더스FNH 인수에 앞서 투자, 배급사 쇼박스의 영화 펀드에도 투자했고, SKT는 정우성, 전지현 등 유명배우들이 소속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IHQ의 지분 21.7%를 144억 원에 인수했다. 이통사들이 영화 산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으로 DMB와 차세대 모바일 등 새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단말기용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럴 경우 영화 유통 구조와 시장 판도에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통사는 DMB를 중시하기 때문에 극장 개봉 뒤 바로 DMB로 방송하거나 극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DMB에서 상영되는 등 새로운 영화 유통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국영상산업정책연구소 김도학 수석연구원은 “이통사들의 영화 산업 진출이나 투자가 한국영화 부가 판권 시장의 기존 홀드백(출시 유예 기간) 순서를 뒤로하고 DMB 우선을 내세우며 투자 조건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문제”라고 지적한다(2005년 6월 정책 리포트 ‘이동통신회사의 영화산업진출에 고려되어야 하는 문제’ 중). 현재 영화의 수익 구조가 DVD & 비디오 판권 수입(35.5%)이 극장 매출(25.3%)을 넘어선 미국과 비교할 때, 국내는 여전히 극장 매출(75.9%)이 DVD & 비디오 부가 판권 시장(8.3%)을 월등히 압도하고 있기에 재원 확보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수익 구조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비디오&DVD 홀드백 기간이 최소 4~6개월 정도 보장됐지만, 최근에는 극장 개봉 뒤 2개월 정도면 케이블TV 등을 통해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산업으로의 진입이 오히려 부가 판권 수익 규모를 축소하고 더 나아가 한국영화 산업의 수익 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한맥영화 대표이기도 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김형준 회장은 “이통사가 충무로를 장악해 DMB를 통한 선 개봉 등의 방식으로 유통 구조를 변형시킬 경우 비디오, DVD 등 부가 판권 시장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김도학 연구원도 “DMB 방송에 적합한 5분, 10분, 30분 분량의 디지털 영상 콘텐츠 개발을 위해 한국영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극장 개봉 영화의 홀드백 조정에 따른 부가 판권 수익 감소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이통사들의 진출과 투자를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DMB 시대 개막을 바라보는 충무로의 시선은 양 갈래로 교차한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기존 영화 스타일의 숨겨진 스펙트럼을 드러낼 것이라는 긍정적 시선과, 과거 대기업들의 영화 산업 철수처럼 기본적으로 이윤 창출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뉴미디어의 에너지가 하루아침에 거세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이다. 하지만 새로운 매체에의 적응이 실패냐, 성공이냐에 관계 없이 휴대전화와 단말기의 보급은 여전히 버전업을 거듭하며 늘어날 것이고, 세계의 전위에 서 있는 국내 IT 기술은 계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가 정착할 만한 토양 자체는 튼튼하다는 얘기다. 방송진흥원 진흥사업팀 정경미 팀장은 “DMB 등장으로 기존 매체와의 홀드백 문제 등의 갈등이 우려되는데 그건 일시적일 거라 본다. 콘텐츠 구성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수익이 발생하는 창구 자체가 늘어나는 거니까 콘텐츠 분야로의 투자가 결국엔 늘어날 것”이라 내다본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채널의 증가, 새로운 IT 서비스의 확산이 장밋빛 청사진이 될 수 있을지, DMB의 미래는 바로 2006년에 달렸다.
“기존 산업의 판도가 바뀔 것” TU미디어 박기한 상무 인터뷰
TU미디어에 대해 소개해 달라.
미국에서 이미 도입돼 있던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 사업에만 머물 경우,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비디오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향후 위성 DMB로 불리는 개인멀티미디어위성방송(Personal Mobile Satellite Broadcasting; PMSB)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02년 1월 SK텔레콤 내부에 PMSB사업추진단이 조직됐고 이 조직은 2003년 12월, 별도 회사인 TU미디어로 독립해 현재까지 추진해 오고 있다. 실제 깨끗한 화질과 추가 투자 없이 많은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DMB만큼 적합한 서비스가 없다고 생각했고 점점 시대의 흐름이 통신, 방송 융합의 시대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DMB 사업을 처음 추진할 즈음 문제점들은 무엇이었나?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대두됐다, 첫째는 위성 DMB 사업에는 위성 제조·발사에만 수천억 원에 이르고 음영 지역 해소를 위한 중계기 투자에도 추가로 수천 억이 필요한 거대한 투자 사업인 데 반해, 법적 미비와 강력한 규제로 인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컸다. 또한 세계 최초의 서비스로 벤치마킹할 사례도 없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 두 번째는 SK텔레콤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와 충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방송, 각종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트나 준(JUNE) 등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됐던 거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충돌은 예상했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 영역을 침범해 수익을 떨어트리기는커녕 보완하는 역할로 각자의 영역에 시너지 효과를 제공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지상파 DMB와의 경쟁은 어떻게 보고 있나?
일단 지상파DMB가 지난 12월 1일 본방송을 개시함으로써 DMB 시장은 전체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TU미디어는 차별화된 콘텐츠, 전국적인 커버리지, 제휴사 유통망 등 지상파 DMB 대비 경쟁 우위 요소를 기반으로 조기 가입자 유치에 노력할 것이다. 특히 방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몇몇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 CD급의 깨끗한 음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디오 방송은 기존 라디오 방송에서는 보지 못한 다양한 채널을 구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현재 84개 시단위 지역까지 해소된 음영 지역을 좀 더 보강하여 차별화된 전국 커버리지를 제공하려 한다.
우리나라만큼 TV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지 않은 유럽에서는 DMB 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DMB로 볼 수 있는 것은 드라마 뿐만은 아니다. 뉴스, 교육, 스포츠 등 다른 콘텐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특히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축구 등의 스포츠는 유럽 DMB 시장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유럽에서는 한국의 DMB와 유사한 이동 휴대 방송인 DVB-H(Digital Video Broadcasting-Handhelds) 등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가 시험될 것이다.
개봉한지 한 달도 안 된 <새드 무비>를 무료로 서비스했다. 이는 기존 부가 판권 시장의 유통 체계를 흔들 수 있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데?
<새드 무비>를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했지만 <새드 무비>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아이필름 측에는 판권에 대한 대가를 지급했다. 기존 부가 판권 시장의 유통 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DMB의 등장 자체가 기존 산업의 판도를 바꾸어놓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 바뀐 판도에서 각각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연구하고 변화시키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VOD나 DMB 방송을 위해 영화를 제공하는 것은 복제 방지 기술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불법복제를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처와 입장은 어떠한가?
현재의 저작권 문제는 급속한 방송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뉴미디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TU미디어 입장에서는 방송 콘텐츠를 다운받을 경우 유료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며, 향후 구체화될 경우 관련 업체 및 기관들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위성 DMB에 대해서는 녹화, 녹음을 할 수 없게 조치해 놓은 상태다.
DMB 관련 용어 완전 정복
PMP
‘Portable Multimedia Player'의 약자로 기본적인 구조는 기존의 MP3 플레이어와 같다. 하지만 음악 재생 기능만 있는 MP3플레이어와 달리 동영상도 재생할 수 있고, 디지털카메라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그 외 FM 방송 수신 기능, 게임 기능, 전자 사전 기능도 제공한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DMB 단말기와 맥락을 함께하지만 ‘실시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WiBro
와이브로(WiBro)는 유선 초고속 인터넷이 가지는 이동성의 한계, 이동전화 무선 인터넷이 가지는 이용 요금과 단말기의 한계, 무선 초고속 인터넷이 가지는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됐다. 와이브로는 '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줄임말로서, 무선 광대역 인터넷 또는 휴대 인터넷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름이 뜻하는 대로 언제 어디서나 시속 60km 이상의 속도로 이동 중에도 다양한 단말기를 이용, 높은 전송 속도로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와이브로는 도심지 내에서 1Mbps 이상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휴대전화처럼 기지국 간에 이동 중에도 끊김 없는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준비 중인 KT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세계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첫선을 보였으며, 올해 4월 서울 및 수도권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RFID
RFID는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의 약자로 실리콘 반도체 칩을 내장한 태그, 라벨, 카드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무선 주파수(RF)를 이용해 리더에서 자동 인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기존의 바코드 태그를 읽는 것과 비슷하지만, 바코드처럼 리더를 가까이 대지 않고 한 번에 여러 개의 태그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RFID 기술의 표준화 요구를 반영해 RFID의 한글 용어를 ‘무선인식’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IT 전문가들은 RFID가 현재의 바코드를 대체할 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 물류, 서비스 산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미래 사회의 상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식 거리가 3~5m 정도이기에 대형 할인점에서 쇼핑한 물건을 쇼핑 카트에 담아 계산대를 통과하면 물건 가격이 바로 집계돼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수업 출석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어 학생들은 강의실 입구에 설치된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이름, 학과, 사진 등 자신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실시간 출석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모바일 RFID는 RFID 리더가 부착된 휴대전화로 각종 사물 및 위치에 부착된 RFID 태그를 읽어 무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즉시 조회 및 관련 콘텐츠 검색이 가능하다. 즉 RFID 리더기가 탑재된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 및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 가령 음반이나 DVD에 RFID 태그를 부착해 일정 시간 음악 내지 동영상을 담은 화면을 제공받을 수 있다.
TPEG
TPEG는 ‘Transport Protocol Expert’의 약자로 교통정보 데이터를 지상파 DMB를 통해 단말기에서 보여 주는 기술 방식이다. 쉽게 말해 DMB의 ‘교통 여행자 정보 서비스’다. 이를 통해 지상파 DMB 단말기상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길이나 밀리는 길을 표시하고, 최단 거리를 단말기에 표시하는 등 각종 교통 정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 줄 수 있다. 또 목적지 근처의 주차장 내 빈자리나 대중교통 정보, 여행지 숙박 현황, 날씨 등도 제공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TPEG 구현을 위해서는 이통사와 방송사, 단말기 업체, 자동차 회사의 공조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지상파 6시간에도 첨예하게 이해관계를 달리하고 있기에 구현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