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오랜 동안 지도해 온 찬솔 시인의 제자 모임인 '달메 시조 동인'들을 모시고 시하늘 시 낭송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달메 동인들의 시 낭송회에 회원 님들을 초대합니다.
일시 : 2003년 2월 21일(금) 오후 7시 30분
장소 : 카페 '스타지오'
(대구 MBC 문화방송국 맞은편 삼성화재 빌딩 지하 1층)
-주차는 3시간 무료입니다.
2003 달메시조 시 낭송회 원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며
-14대 박재주
길 위에 녹아버린
눈 같은 소릴 아는가
무심히 지나치는
의미 없는 잡음들처럼
세상엔
눈물로 사는 이가
너무나도 많더라
보도 블럭 사이의
바람 같은 소릴 아는가
아무도 듣지 않는
침묵의 호소인것을..
가끔은,
귀를 열어서
잡음들을 들어보자.
고향
-16대 이혜연
초록 잎새 물 머금은 해맑은 이슬방울
저녁의 고운 빛깔로 다시 태어날 때
애틋한 어머니 향기 피어나던 그곳
하아얀 모시옷 입고도 더우신
아버지의 땀 냄새가 땅 속에 스며들어
황금빛 물결 뿌리던 정겨운 그 곳
소박한 풀꽃들이 풍성하게 피어나
따스한 마당을 가득히 채우던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리운 고향
십자매
-14대 이배진
어쩌면 조롱 속에 행복할지 모른다
공중을 날고 날아 집 찾는 수고보다
창살에 갇혀 있는 것에 안도할지 모른다.
문 앞에 놓여있는 한통의 물 마시고서
가공된 먹이에 길들여져 사는 새는
자신이 정말 행복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먹이에 길들어져 죽어가는 새처럼
길들여 살아가는 건 스스로를 잊는다
때로는..길들기 위해 스스로를 버린다.
빈 틀
-16대 박유란
처음부터 빈틈없이
꽉 찬 틀은 없었다
채워지길 기다리다
지쳐버린 내가 싫어,
하나,
둘,
채우다 보니
또 다시 빈 틀이다
흩어진 퍼즐 조각
하나하나 모아다가
기억의 파편들을
그렇게 쓸어 담았다
억지로 채워만 가던
틀 앞에서 울었다
어긋난 조각일랑 뒤엎어 버리고서
모든 걸 잊은 채로 빈 틀만 들고서
내 마음
끝자락 향해
내 달리고 있다
나비가 되길 거부한 애벌레
-14대 홍선영
꿀이다!!
노란 꿀 속
향긋한 꽃 냄새에
더듬이 늘어뜨린
흰나비가 날아 든다
흰나빈 주어진 꿀만 빨아대고 있었다.
애벌레는 슬펐다.
나비되긴 싫었기에
애벌레는 꿈꿔왔다.
딱정벌레 된 자신을
믿었다
딱정벌레가 꼭 될 수 있음을
윤나는 딱정벌레의 껍질을 닮으려고
투명한 실을 뽑아 온몸을 감았다
그렇게
부동의 시간이 흐른 뒤..
흰나비가 태어났다
봄의 문턱에서
-14대 최경아
겨우내 얼었던 들녘을 나서면
구름이 준 선물에, 움츠렸던 아이들
흥겨운 노랫가락으로 실눈을 틔운다
씨앗들의 밀어에 살 에이던 문풍지도
회색빛 낮은 하늘 기지개와 함께
어느새 간지럼처럼 하늘대는 봄바람 된다
햇살이 좋아, 햇살이 좋아
봄나물 캐러가는 아낙네 모습이
가만히 나의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가을아! 너는...
-16대 손유진
푸른 산
초록물결
모두
잊어버리고
텅-빈
도화지에
알록달록 채색하듯
새로운,
꿈으로 가득
물들이며 가거라.
가을의 입김 받아
일렁이는 황금물결
농부들의 구슬땀
살며시 식혀주듯
조그만
마음속 불안
식혀주며 가거라.
새벽과 아침
-14대 김현정
길가에 작은 들꽃
눈물로 새벽을 담아두고
닮고픈 노승의 초연함
애타게 새벽을 바라본다.
새벽녘..공허를 채워가는
소리 없는 울림이다
자연의 진리라
아침은 다시 왔다.
섬세한 작은 떨림
일어나고픈 생명의 갈망
기다림...내 마음을 흔드는
소리없는 울림이다
너구리
-16대 변다정
녹슬은 철창 안
빛 잃은
슬픈 두 눈
상처 난
붉은 앞 발
몰려든 수많은 시선
공포의 수렁 속에서
잃어버린
야생의 자유
추위와 굶주림에 잡혀버린
작은 두 발
뚝…
뚝…
뚝…
몸부림에 죄여오는
이기심의 독
괴물들의 웃음에 놀라
미친 듯이 울부짖던…
생기를 잃어버린
야생의 황금빛
그대 인생의 봄날
-14대 곽신혜
꿀 먹은 햇살 따라
솜 먹은 바람 따라
소녀들의 웃음소리
빠알갛게 베어나는
흰 종이 가득 채워 놓은
그대 봄날은 진달래.
푸른 가지 만들어준
초록빛 그늘사이로
스쳐 가는 손끝아래
남겨둔 시간들은
푸르게 담아가고픈
그대 인생, 에메랄드.
봄
-14대 최세린
태양이 너를 닮아
대지를 감쌀 때면
보드랍게 녹아내린
개나리 빛깔보다
순수한 너의 소리가
마음에 물든다
바람이 너를 닮아
꽃 내음 물들 때면
새색시 수줍은 듯
피어나는 진달래
나 또한 너를 닮아서
꽃씨하나 품는다
바라보는 이의 노래
-15대 김주희
언제나 바람은
엇갈려 분다
봄을 안은 사람과
겨울에 매인 나
공존은
소리도 없이
녹아버린 얼음일 뿐.
안녕 안녕
목소리는
제 자리를 모르고
눈물은
얼음 되어
마음에 들어 붙는다.
안녕히
바라만 보던
바라만 볼 사람아.
미 감 아
-소록도의 미감아 이야기를 듣고
-16대 구은진
눈물의 꽃에 뒤덮힌 아픔의 섬 소록도
붉은 빛 이슬을 머금고
새벽 안개 속 피어난 꽃은
차가운 철망 사이에 소리 없이 흐느낀다
꿈에도 그리운 엄마 보고파서
가까이 다가가 잡으려 손 내밀어도
코 없는 엄마 얼굴은 슬픔으로 미소 짓는다
철망을 사이에 두고 아무리 불러도
귀가 없는 엄마는 듣지 못하고
인자한 두 눈가에는 이슬만 맺힌다
아이는 그리움에, 서러움에 목이 매여
굵어진 눈물만을 흘리며 서 있는다
아이의 눈물방울이
작은 꽃으로 피어난다.
창틀에서
-15대 정보나
푸른 휘장 드리워진 투명한 창틀 위
햇빛이 부서지다 박혀버린 이 곳에
가만히 나비 한 마리 소리 없이 앉아있다.
액자 속 풍경화는 노래하는 흔들림
나뭇잎 손짓으로 실바람 부르고
구름 핀 하늘 도화지 잔물결이 이는데
창틀 너머 이곳에는 하얀 나비 한 마리.
멍멍한 공기만이 여백을 채운 채
멈춘 듯 숨죽이는 듯 정적 속의 흰 나비.
톡하고 떨어지는 잎 하나, 소리 하나
나비의 귓바퀴에 걸리어 넘어진 듯
팔라당 날개짓하며 멀어지는 흰 나비.
살터로 돌아가자
-15대 김수민
얼룩진 흰나비처럼 세상이 날 물들이면
저 숲에 홀로 서서 햇살을 받아보자
오로지 초록빛만이 내 몸에 남을 때까지
속세 빛 눈물일랑 투명케 승화시켜
울부짖는 물결에 한없이 뿌려보자
동화된 내 슬픔마저 완전히 부서질 때까지
희지만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 속
그 속의 허상들로 마음을 채울 바엔
차라리 허물마저 벗어낸 살터로 돌아가자
그리움 변조
-지도 교사 김 석 근
<1>
하루를 열기 위해
창을 열고 바라본 하늘
내 머무는 그 눈길 위에
살포시 먼저 와 앉는
네 고운
흔들림의 영상
열 두 폭
다홍치마.
---아침 그리움
<2>
그냥
그저
이름만 불러도
밀물로
밀려오는 사랑
그냥
그저
목소리만 들어도
바람으로
일렁이는 가슴
그리움
그 한 자락마저도
묻어 두고
아껴야지.
---이런 날 사랑은
<3>
바람으로 날려 줄까
꽃비로 내려 줄까
꽃동산
봄하늘 돌다
너에게로 날아가서
네 가슴
고 옹달샘에
물무늬로 띄워 줄까.
---너를 향한 그리움
<4>
빈 잔은
채우려고
찬 잔은 비우려고
술잔을
기울이지만
가슴은 늘 비어 있는,
갈림길
그 어디쯤에서
삶은 그냥 빈 잔인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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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회 시하늘 시 낭송회-달메 시조 동인 편(찬솔 지도)
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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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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