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
오늘 복음의 말씀은 부활시기 계속해서 듣게 되는 요한복음의 말씀으로서 오늘 복음은 그 가운데에서도 제자들에게 건네는 예수님의 고별사입니다. 이제 곧 아버지의 곁으로 떠나셔야 하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남기며 다음의 말씀을 건네십니다.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요한 14,27ㄴ-28)
사랑하는 제자들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건네는 말씀 안에서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내가 떠난다고 해서 너희들의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기를, 겁에 질려 두려움에 떨고 있을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밟혀, 차마 떠나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위해 떠나야만 하는 예수님. 그 분께서는 바로 그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마지막의 인사말을 건네며 두려움에 마음이 산란해질 제자들을 위해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를 제자들에게 남겨주시고 떠나가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를 남겨주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제자들에게 하시는 예수님의 이 약속의 말씀에 머물러보고 싶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평화를 약속해 주십니다. 권력과 재물, 명예와 권위가 아니라 평화를 약속해 주시는 예수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이 평화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란 과연 무엇일까? 복음의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이 그 답을 제시해줍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이 말씀 그대로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가 재물과 권력 그리고 무력에 의한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고 한다면,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는 단순한 갈등의 부재, 안전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 온전한 상태의 평화, 완전한 평화를 의미합니다. 어떤 곤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누리는 완전한 평화, 단순히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없애고 그 어려움을 피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평화가 아닌 그 어려움 모두를 포함한 것은 뛰어넘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평화를 뜻하는 것입니다. 아무 것에도 내 마음이 메이지 않고 그 무엇에도 내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으며,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태, 완전한 의미의 자유로부터 비롯되는 마음의 평화,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약속해 주시는 평화의 의미이며, 그 평화는 바로 다름 아닌 예수님이 스스로 하느님으로부터 누리시는 평화입니다.
예수님께서 약속해주시는 이 같은 하느님의 평화로 제자들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고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 없이 자신들이 겪게 될 모든 일들, 곧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안에 담긴 예수님의 자신들을 향한 사랑을 깨닫고 예수님이 전해주시는 평화의 성령을 통해 온 세상에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바로 제자들의 이 같은 모습이 오늘 독서의 사도행전의 말씀 안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안티오키아와 이코니온에서 복음을 전하던 바오로와 그의 제자들은 박해와 환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가는 곳마다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웁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돌을 던지며 사도들을 죽이려 하는 유다인들의 위협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움 없이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묵묵히 해나갑니다. 그 가운데에서 돌에 맞아 죽을 뻔한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제자들을 향해 던진 다음의 말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사도 14,22)
목숨이 위험한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오히려 자신들의 그러한 처지로 어려움 속에 있는 교회의 지도자들의 마음에 힘을 북돋워 주는 사도들의 모습 속에서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내 평화가 너희를 지켜줄 것이며 언제나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전해 주시는 이 평화의 약속을 통해 자신들이 겪는 모든 시련과 어려움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언제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최일선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언제나 자신들과 함께 해 주시는 예수님을 체험하며 기쁨과 평화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를 세워갔던 것입니다. 그들의 이 고백, 곧 하느님께서 자신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순간들과 또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주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일에 감탄하며 그 안에서 용기와 힘을 얻게 계속하여 예수님을 전하는 일에 주저함 없이, 그리고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사도 14,22)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한 이 말을 꼭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오늘 말씀이 전하듯 예수님이 전해주시는 평화를 통해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도 예수님이 함께 해주시는 그 사실로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고 복음을 전했던 제자들과 같이 여러분의 삶 안에서 언제나 평화를 주시는 예수님과 함께 기쁨과 평화 속에서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