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한 물고기 열전 ***** "까나리"
글 : 부경대 김진구 교수
강원도에서는 대략 11월부터 까나리 조업이 시작되고 12월이 되면 어획량이 절정에 달한다.
이 무렵이 되면 강원도 어디에서나 짚에 매달린 까나리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강원도에서는 까나리를 양미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왜 그럴까?
정문기 선생의 한국어도보(1977)에 의하면 까나리(Ammodytes personatus)의 황해도 지방의 방언으로 까나리를 기록하였을 뿐 동해 지방에서의 방언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하지만 까나리와 별개의 종인 양미리(Hypoptychus dybowskii)에 대해서는 울릉도 방언으로 양미리, 야미리, 포항 방언으로 앵매리를 기록하였다.
한편,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동해어류지(1980)에 의하면, 까나리의 방언으로 대양어, 양메리, 양미리, 양어를 기록하고 있어 북한 동해 지방에서는 까나리를 양미리로 불렀던 것 같다.
또, 조선동해어류지에서는 양미리(H. dybowskii)의 방언도 양매리, 앵매리, 야미리로 기록하고 있어 북한에서는 까나리와 양미리 두 종을 같은 방언으로 불렀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양미리(H. dybowskii) 분포는 정문기 선생의 한국어도보에 의하면, 동해에 분포한다고만 되어 있고 방언으로 제시한 내용으로 추측컨데 울릉도와 포항에서도 출현한 것 같다.
정리하면, 까나리와 양미리 두 종이 비슷한 체형 때문에 혼동되어 불렸을지 모르겠으나 까나리와 양미리의 방언이 함께 사용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이로 인해 동해 지방에서는 아직도 까나리를 양미리로 부르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서해에서는 까나리를 양미리로 부르지 않는데 그 이유는 실제 양미리(H. dybowskii)란 종이 서해에는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혼동되어 불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동해산 까나리가 서해산 까나리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동해산 까나리는 짚에 매달아 말린 후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 먹는 반면, 서해산 까나리는 그대로 액젓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해산 까나리가 서해산 까나리보다 척추골수가 더 많고, DNA에서도 약 7%의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왜 이런 크기 차이, DNA 차이가 있을까에 강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관련 문헌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까나리는 냉수성 어종으로 수온이 18℃ 이상 올라가면 모래 속에 몸을 파묻고 여름잠을 자는 매우 흥미로운 생태를 가진 어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 때문에 아마도 까나리는 생활 영역이 넓지 않고 비교적 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나라 남해 동부와 동해 남부는 남쪽에서 북상하는 고온 고염의 대마난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곳이다.
아마도 더운물을 싫어하는 까나리에게 이 대마난류는 까나리가 동해에서 서해로 이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 결과, 오랫동안 동해산과 서해산 까나리가 격리되어 만나지 못하게 되어 유전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