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의학잡지 NEJM은 SF영화 '백투더퓨처' 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의 영화배우 마이클 폭스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그가 시상파괴술이란 수술을 받았는데 이것이 옳은 판단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시상파괴술이란 머리뼈를 동전 크기로 떼어낸 뒤 도관을 대뇌 깊숙이 삽입해 손떨림 증상을 유발하는 시상(視床)이란 부위를 고주파열로 파괴시키는 치료법.
그러나 NEJM은 그가 기존 시상파괴술 대신 심부(深部)뇌자극술이란 최신요법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폭스가 ▶진단 당시 31세로 나이가 젊었고▶배우로서 유창한 언어구사가 필요했고▶치료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부자이므로 심부 뇌자극치료가 훨씬 효과적이란 것.
실제 NEJM은 두 치료법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논문을 싣고 효과면에서 두가지가 서로 비슷하지만 부작용이 작다는 점에서 심부뇌자극술이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NEJM이 소개한 심부뇌자극술은 올해 2월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정상섭 교수팀에 의해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현재 신촌세브란스병원 외에 여의도성모병원.강남성모병원.인천길병원에서도 시술 중이다.
심부뇌자극술이란 뇌 깊숙이 위치하며 손떨림 등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시상까지 직경 1㎜의 가느다란 전극을 삽입한 뒤 전류를 흘려 자극하는 치료법.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를 가슴의 피부 아래에 이식해야 한다.
정교수는 "기존 시상파괴술이 뇌조직에 영구적 손상을 초래하는 반면 심부뇌자극술은 필요에 따라 일시적 전기자극만 가하므로 뇌손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장점" 이라고 밝혔다.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전극을 제거함으로써 쉽게 원상복구할 수 있으며 자극의 강약 또한 가슴에 달린 배터리 버튼의 조작으로 증상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시상파괴술이 주로 손떨림 증상에 효과가 있는 반면 심부뇌자극술은 손떨림 이외에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동작이 느릿느릿해지며 근육이 굳어지는 강직이 동반될 경우에도 효과를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시술하는데 5~6시간 걸리며 10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문제는 치료비가 비싸다는 것. 시상파괴술이 3백만원 가량 소요되는 반면 심부뇌자극술은 2천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시상파괴술과 심부뇌자극술을 동시에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신경외과 이경진 교수는 "언어중추가 있는 왼쪽 뇌엔 보다 안전한 심부뇌자극술을, 오른쪽 뇌엔 경제적인 시상파괴술을 적용할 경우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나이가 젊고 동반 증상이 많을수록 심부뇌자극술이 바람직하며 손떨림 위주로 증상이 나타나고 연령이 많을수록 시상파괴술이 권유된다.
파킨슨병은 손떨림과 가면처럼 굳어진 얼굴, 팔을 흔들지 않고 짧은 보폭으로 걷는 증상을 보이며 65세 이상 인구의 1%가 앓고 있을 정도로 드물지 않은 질환. 교황 요한 바오로2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빌 그레이엄 목사,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언론인 송건호씨, 재닛 리노 미 법무부장관도 파킨슨병 환자다.
모든 파킨슨병 환자가 심부뇌자극술이나 시상파괴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의 핵심은 여전히 약물요법" 이라며 "심부뇌자극술이나 시상파괴술같은 수술은 약물로 증상이 가라앉지 않거나 약물 부작용이 심한 난치성 환자에게 국한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는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10%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