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2010.1.4 스포츠조선] 200m·1500m도 한다면 한다… 볼 코치, 박태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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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1500m도 한다면 한다… 볼 코치, 박태환을 부탁해

호주 대표팀 코치 출신 전담 외국인코치 확실시… 오늘 연맹 회의서 결정

'로마의 충격'은 잊었다. 수영 스타 박태환(21)이 2010년을 호주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작년 로마 수영세계선수권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그는 올해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11월)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기 위해 호주에서 재도약의 날개를 편다. 박태환은 당장 이달부터 국가대표팀 노민상 감독과 호주로 건너가 지구력 위주의 동계훈련을 하면서 현지 유명 코치의 전담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새 외국인 코치는 누구

대한수영연맹의 특별강화위원회는 작년 하반기부터 박태환을 맡을 외국 전문 코치를 구하기 위해 미국과 호주·독일 등지 이름난 지도자들의 의사를 타진했고, 호주 지도자 세 명으로부터 "박태환에게 관심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마이클 볼(Bohl)·덕 프로스트(Frost)·켄 우드(Wood)가 그들이다. 특별강화위는 코치를 태릉선수촌에 입촌시켜 박태환을 전담시키는 방법 또는 박태환을 현지로 보내는 방법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노민상 감독과 함께 박태환을 업그레이드할 인물로 볼 코치가 사실상 결정됐다. SK텔레콤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코치 연봉은 볼 코치와 SK텔레콤측의 합의에 따라 발표하지 않을 전망이다.

 

볼 코치는 2008년 호주 '올해의 수영 코치'상을 받았다. 제자인 스테파니 라이스(Rice)가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200m·400m 개인 혼영, 800m 계영에서 우승하며 3관왕에 오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1987년부터 23년째 코치생활을 하면서 호주 올림픽 대표팀 코치 2회(1992 바르셀로나·2008 베이징), 2005·2007·2009 세계선수권 대표팀 코치 등을 지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수영의 양대 산맥인 호주에서 최고 지도자 자격증을 뜻하는 '플래티넘 라이선스(Platinum license)'를 보유 중. 여러 연령층의 남녀 선수를 두루 가르쳤고, 단거리 및 장거리는 물론 자유형을 포함한 다양한 영법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유형 200m와 400m·1500m를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박태환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확한 스트로크를 강조하고 체력에 중점을 둔다는 측면에서 노민상 감독의 지도 철학과도 맞아떨어진다. 선수의 인성을 존중하면서 인간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멘토(mentor)'로서의 장점도 널리 알려졌다. 스테파니 라이스는 볼 코치에 대해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낼 정도이다.

호주의 국민 스타이자 통산 올림픽 금메달 5개를 걸었던 이언 소프를 오랫동안 전담했던 프로스트 코치는 지나친 유명세와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드 코치는 제시카 쉬퍼(통산 올림픽 2관왕) 등 많은 올림피언을 배출한 명장이지만 작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선수들에게 훈련 프로그램을 고액에 팔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선수들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끌어내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코치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마이클 볼 코치. 전문성과 인격적인 리더십을 겸비한 지도자로 알려졌다./Getty Images멀티비츠

■'광저우 금메달 프로젝트'

특별강화위는 4일 오후 3시 올림픽파크텔(방이동)에서 새해 첫 회의를 열어 볼 코치 선임, 연간 훈련 일정 등을 확정 짓는다. 박태환은 이달 중순쯤 노 감독과 함께 볼 코치의 거점인 퀸즐랜드의 브리즈번으로 건너가 상견례를 할 예정이다.

박태환은 그동안 후원사가 자체적으로 꾸린 전담팀과 국내외 훈련을 했으나 대표팀 감독의 지휘 아래 해외에서 외국 코치의 도움을 얻어 훈련하는 방식을 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는 박태환에게 뜻깊은 곳이다. 2007 호주 멜버른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동메달을 따며 한국 수영사를 새로 썼다. '마린 보이'는 여세를 몰아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금메달(자유형 400m)과 은메달(자유형 200m) 하나씩을 걸어 세계적 강자로 떠올랐다. 작년 여름 세계선수권의 부진을 털어버리기 위해 11월 전지훈련을 떠나 몸과 마음을 추스른 장소 역시 호주 시드니였다. 호주엔 박태환이 어렸을 때부터 가장 잘 따르는 여덟 살 터울 친누나가 결혼해 살고 있기도 하다.

박태환은 한 달 일정 훈련을 마치고 2월 하순쯤 귀국하면 두 달가량 태릉선수촌에서 물살을 가른 뒤 다시 호주로 나가 3개월 집중 훈련을 하며 아시안게임을 대비한다. 볼 코치와 함께 '광저우 프로젝트' 밑그림을 그릴 노 감독이 동행하므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관리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