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서 조기 강판한 기업형 임대 뉴스테이 부활 예고에 중산층 선택은?
한국일보, 김지섭 기자, 2022. 04. 10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부활도 예고했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달 말 "시행 3년 만에 지원을 축소한 데다 규제 강화 등의 제도 변화로 인해 뉴스테이 정책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민간임대주택 공급 불안을 야기했다"고 언급하면서 뉴스테이를 되돌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뉴스테이는 민간사업자가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기업형 임대아파트를 조성한 후 해당 주택을 8년 동안 임차인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건설사에 과도한 특혜를 주고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2017년 말 공공성이 강화된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제도가 개편됐다.
4월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뉴스테이 초기 모델로 운영되고 있는 사업장은 전국에 20여 곳이다. 대부분 중산층에 초점이 맞춰진 임대주택이다. 입주 자격에 제한이 없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고 최대 8년간 거주가 가능하다. 임대료 상승률은 2년마다 5% 이내로 제한된다. 모두 새 아파트에 중대형 평형이라 주거 환경은 좋다는 평을 듣는다.
다만 초기 임대료에는 제한을 두지 않아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2016년 11월 분양된 경기 수원시의 '힐스테이트 호매실' 전용면적 84㎡는 보증금 1억300만 원에 월 임대료가 62만5,000~66만 원이다. 인근에 1998년 준공된 호매실GS 84㎡ 매매가격이 2억5,000만 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뉴스테이 정책을 담당했던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기 전이라 집을 꼭 사지 않아도 내 집처럼 장기간 살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수요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자는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 수요자에겐 입지와 건설사엔 임대 후 분양이익에 솔깃하다.
인기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2015년 9월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이 뉴스테이 1호로 인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도화'는 평균 경쟁률 5.5대 1을 기록했다. 이듬해 1월 같은 건설사가 경기 성남시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는 10.1대 1로 경쟁률이 더 높았다. 이어 그해 8월 경기 화성시에서 GS건설이 분양한 '동탄레이크자이 더 테라스'는 26.3대 1로 최고 경쟁률을 찍었다. 서울과 가깝고 거주 환경이 뛰어난 곳에 수요가 몰렸던 것이다.
건설사에도 뉴스테이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택지 확보, 저리 융자 등 공공의 지원을 충분히 받으면서 임대기간 종료 후 분양전환 시 발생하는 이익을 모두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 메이저 건설사들이 참여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를 두고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 12개 사업의 이익 4조8,000억 원을 민간이 독식하는 걸로 돼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결국 뉴스테이는 건설사 특혜, 서민에게 버거운 임대료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공공성을 높인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뀌게 됐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90~95% 수준 초기 임대료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공급물량의 20% 이상은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지원계층에 특별공급되고 거주 가능 기간은 10년까지 늘어났다.
2. 뉴스테이 입주냐와 내 집 마련이냐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뉴스테이의 시계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예 없던 정책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제도를 회복시키는 수준이어서 시행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뉴스테이를 되살리더라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초기 모델처럼 민간사업자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줘서는 특혜 논란이 재연될 뿐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수익의 일정 부분을 영구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받는 방식도 거론되는 대안 중 하나이다.
뉴스테이가 부활한다면 중산층 무주택 수요자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길 수도 있다. 뉴스테이 아파트에 임대로 들어가느냐,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하느냐를 두고 말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도 갈린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내 집을 갖겠다는 수요가 워낙 강해 뉴스테이를 도입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아파트 월세 100만 원 시대에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우선 거주하고 마음에 들면 나중에 매수하면 된다"라는 주장이 맞선다.
수요자의 자산과 입지에 따라 선택지를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부담 가능한 내 집 마련이라면 조금 외곽까지 나가도 되겠지만 서울 접근성이나 직주근접, 기반시설들이 잘 갖춰진 곳이라면 임대로 사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내용을 보완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