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글>
백만불짜리 내 웃음
-'웃음을 팔아버린 꼬마 백만장자 팀 탈러/제임스 크뤼스/논장'을 읽고-
광주 남 초등학교 6학년
박하늘
방학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즐거울 것도 없다.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달리 달라진 것도 없이 용돈만 끊기는 기간이 내겐 방학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궤변에 의하자면 방학중엔 친구 만날 일도 없고 어디 갈 일도 없으니 용돈이 필요없잖겠느냔 것이지만 이건 한참 자라는 아들의 사정을 이해 못하셔도 한참 이해 못하시는 판단이다. 이토록 용돈란에 시달리고 있는 내게 '꼬마 백만장자 팀탈러'는 제목만으로도 솔깃해지는 책이었다. 꼬마가 백만장자라니? 유산상속이라도 부럽기 그지없고 재테크로 벌었다면 내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음을 팔았다니? 제목만 봐서는 꼬마 백만장자가 웃음을 팔았다는데 돈도 많은 아이가 웃음을 왜 팔았지?
팀탈러는 처음부터 백만장자가 아니었다. 보통 집에 살고있는 보통아이였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한 뒤 엄마가 돌아가시자 재혼을 하여 뒷골목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팀의 불행은 시작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런 대로 행복했다. 일주일에 6일간은 새엄마와 의붓형에게 괴롭힘을 당했지만 일요일이면 아빠와 함께 경마장에 가서 즐겁게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복도 오래가지 않았다. 아버지마저 사고로 돌아가시자 팀탈러는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아이가 돼 버렸다.
그 뒤 팀탈러는 새엄마와 의붓형의 사랑을 받기 위해 결국 결코 해서는 안 될 계약을 하고 만다. 내기를 하면 무조건 이기게 해 주겠다는 '마악'에게 웃음을 넘겨준 것이다. 알고 보니 백만장자 꼬마가 웃음을 판 것이 아니라 웃음을 팔고 얻은 내기에서 이기는 기술로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었다. 한 번도 돈을 따보지 못한 아빠대신 팀탈러는 경마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새엄마와 의붓형을 기쁘게 해준다. 하지만 팀탈러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팀의 얼굴에서 웃음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웃을 때 느꼈던 행복마저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팀은 그 웃음을 판 것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마악에게서 웃음을 되찾기 위해 치열한 머리 싸움을 벌이다가 마침내 웃음을 되찾는다. 마악의 돈을 다 챙길 수도 있었는데 겨우 인형극 하나만 챙긴 것이 너무 아까웠지만 팀은 이미 누릴 것을 다 누려봤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게도 그런 제안이 온다면 엄청난 돈과 웃음 중 난 뭘 선택할까? 내게서 뺏어간 간 것이 깔깔깔 대는 웃음소리에 불과하다면 난 고민할 것도 없이 돈을 선택하겠다. 내 돈이 생기면 난 당장 좋아하는 게임시디와 핸드폰, MP3, 컴퓨터를 최신형으로 바꾸고 바로바로 뜨는 최신형 컴퓨터 앞에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저절로 '히히'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뺏어간 것이 웃음소리뿐만이 아니라 이 즐거움을 느끼는 감정까지라면? 난 당연히 바꾸지 않겠다. 돈이 많이 필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맘대로 하고 싶어서인데 그것을 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사람이 즐겁고 행복할 때 저절로 나오는 것이 웃음인데 웃음이 없다는 것은 어떤 것을 봐도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는 말과 같다. 난 좋은 것들에 둘러싸여서도 '야호!' 하고 환호성도 내지르지 못하는 이상한 아이가 되기는 싫다.
쉽게 백만장자가 되는 사람은 없다. 백만장자가 되려면 그만큼의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거저 백만장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백만장자를 꿈꾸는 것이지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 것 같다. 웃음과 백만장자…… 마악은 웃음을 사기 위해 백만장자의 자리도 내놓았다. 웃음이 백만장자가 가진 부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안 사람은 웃음이 없던 마악이나 웃음을 잃어버린 팀이었다. 뭔가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
는다면 그만큼의 고통을 맛봐야 한다. 난 그러기는 싫다.
책 어디에도 내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백만장자가 되는 비결은 나와있지 않았다. '마가린을 고급스럽게 낱개 포장하여 판다'는 생각정도가 돈을 벌려면 남들이 하지 않는 참신한 생각을 하라는 교훈이 됐을까?.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나는 벌써 백만장자가 돼 있었다. 백만장자였던 팀이나, 마악이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백만불짜리 웃음이 내겐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우히히히히. 우헤헤헤헤. 으흐흐흐흐"
한 번 웃음이 터지면 소리가 높아지고 침이 튀는 내 웃음. 심할 땐 침이 흐르기도 한다. 웃음이 멈출 때가지 친구들은 그 침을 구경해야 한다. 좀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누가 이런 내 웃음을 사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난 결코 이 웃음을 팔 생각이 없다.
"친구들! 침 튀는 내 웃음, 앞으로도 잘 좀 참아 줘."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