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1000m대 봉우리에 주눅들지 않는 위풍당당 백운능선
경남 밀양의 백운산은 1000m대 봉우리가 즐비한 영남알프스 산군의 봉우리에 가려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적지만, 존재감만으로는 다른 봉우리에 뒤지지 않는다. 이는 대체로 숲이 우거져 있고 정상부만 바위가 노출된 주변 산과는 달리 거대한 화강암 암벽이 산의 한쪽 면을 고스란히 차지하고 있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백운산 암벽은 특히 맞은편의 능동산~천황산 능선에서 전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지난해 생긴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전망대에서는 바로 정면에서 백운산 암벽이 주위의 푸른 소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근교산 시리즈 20주년 기념으로 매월 한 차례 소개하는 추억의 명 코스 3월 코스는 '다시 찾는 근교산' 초기에 소개한 밀양 백운산(白雲山·891m)이다. 호박소 방향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아찔한 바윗길로, 당시엔 일부 산꾼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현재 삼양마을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해발 620m 정도의 갈림길에서부터는 좌우로 벼랑을 내려다보고 백운산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하얀 암벽을 올려다보며 오르는 길이라 어지간한 사람은 찾기 어려운 코스였다.
아찔한 암릉엔 처음 소개 당시에는 없던 로프와 철 계단 등 안전시설이 설치돼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바윗길인 만큼 조망은 여느 산과 비교할 수 없다. 남쪽으로 능동산에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길게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가지산에서 뻗어내린 능선이 능동산까지 연결된다. 정상에 오르면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날씨만 좋다면 올라서는 바위마다 전망대라 예상보다 산행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 아찔한 바윗길엔 로프·계단 등 안전시설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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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백운산 암릉인 백운능선을 오르고 있다. 뒤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능동산이다. |
이번 코스는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 버스정류장을 출발해 케이블카 승강장~백연사~호박소~이목굴(다시 호박소)~백연사 옆 식당~석남터널 행 도로~삼양마을 갈림길~전망대~암릉~철 계단~암릉~안부 삼거리~삼거리~삼각점봉~백운산 정상~다시 삼거리~무덤 삼거리~백운산가든을 거쳐 얼음골 입구 검문소 삼거리에서 마무리한다. 전체 산행 거리는 7.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 정도 걸린다.
얼음골 입구 버스 종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구연마을 표지석을 지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400m가량 가면 운행이 중단된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면서 콘크리트 도로로 바뀐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가지산터널 입구가 보이고 곧 도로 아래를 지난다. 잠시 뒤 주차장에서 포장도로가 끝난다. 백운산 산행은 여기서 주차장 옆 민박·식당 건물 왼쪽으로 이어진다. 산행 전 호박소에 들렀다 간다.
백연사를 지나면 곧 다리가 나온다. 다리 왼쪽으로 계곡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면 호박소다. 다리를 건너 목재 덱을 따라가도 된다. 계곡의 수량이 제법 풍부하고 호박소의 짙은 푸른색도 여전하다. 여기서 계곡 오른쪽 경고판과 심폐소생술 안내판 옆 산길로 5분 정도 올라가면 이무기의 전설과 관련한 이목굴이 나온다. 겉에서 보기엔 얕아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굴이 제법 깊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오르막에 들어선다. 주차장에서 건물을 바라보고 왼쪽 끝으로 들어가면 작은 마당을 지나 산길이 시작된다. 대나무 사이를 지나면 바로 급경사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석남터널로 가는 도로와 만난다. 도로를 건너 10시 방향 낙석 방지망 사이로 올라간다.
뒤돌아서면 아래엔 가지산 터널 입구가 나무 사이로 보이고 그 뒤로 까마득히 위로는 능동산~천황산 능선이 올려다보인다. 급경사 바위길을 올라가 흙길을 지나면 커다란 돌판 같은 바위들이 깔린 백운능선이 시작된다. 계속 바위가 깔렸지만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15분 정도 오르면 하늘이 조금 트이며 오른쪽으로 가지산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 중앙벽과 숨은벽 등 하얀 암벽 바라보고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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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의 전설이 얽힌 들머리의 호박소. |
곧 우뚝한 바위벽 앞 이정표가 선 삼거리다. 왼쪽 삼양마을(0.4㎞)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답사로는 암벽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암벽 위에 올라서면 조망이 시원하다. 올라가는 길 왼쪽으로는 가까이 중앙벽과 그 옆으로 숨은 벽 등 백운산 암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옆에서 보는 암벽은 아찔함을 더한다.
굵은 로프를 설치한 암릉을 지나면 잠깐 길이 순해졌다가 곧 또 다른 암릉과 만난다. 좌우로는 벼랑이라 발밑에 신경을 쓰며 올라야 한다. 다시 암벽을 만나 로프가 설치된 오른쪽으로 돌아 오른다. 올라오는 중에 가장 탁 트인 전망대에 선다. 주변의 영남알프스 봉우리들과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지나면 바위벽에 설치된 철 계단을 오른다. 정면에 처음으로 백운산 정상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좌우로 조망이 시원한 암릉 길이다. 속도를 내기는 어렵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위험한 길은 아니다. 널찍한 바위들이 이어지는 길이어서 중간마다 소나무 그늘에 앉아 주변을 구경하며 쉬어가기 좋은 구간이다. 완만한 암릉을 가다가 10여 m 암벽을 내려가면 안부 삼거리다.
오른쪽은 옛 호박소 주차장 방향이다. 직진한다. 계속 암릉을 가다가 로프가 설치된 바위 사면을 오르면 암릉이 끝난다. 이어 흙길과 돌길이 번갈아 나온다. 대체로 완만한 능선을 20분가량 가다가 급경사에 올라선 뒤 경사가 누그러지는 지점에 갈림길이다. 왼쪽 내리막이 하산로여서 정상에 올랐다가 되돌아와야 한다.
◇ 정상 서면 운문~가지~능동~천황산 두루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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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능선 바윗길 초입에서 본 백운산 암벽. |
삼거리에서 일단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정상으로 향한다. 잠시 뒤 삼각점이 있는 작은 봉우리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호박소 주차장으로 간다. 삼각점 봉에 서면 10시 방향에 운문산이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능선을 잠시 걷다 바윗길에 올라서면 백운산 정상이다.
나무가 거의 없는 정상에서는 정면으로 운문산에서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야를 압도한다. 남쪽으로는 천황산 정상도 보이고 서쪽으로는 삼양리와 남명리 마을이 넓게 펼쳐져 있다. 직진해 계속 가면 가지산 능선으로 이어진다. 하산로는 삼각점 봉에 오르기 전의 삼거리로 돌아가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급경사 바윗길을 지나면 흙길이다. 군데군데 낙엽이 두꺼워 길이 희미한 구간이 있지만 능선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된다. 하산로는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지는 않는다. 좌우로 급경사인 능선은 흙길과 바윗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20분쯤 내려가면 왼쪽으로 암벽이 바라보이는 전망대를 지나 곧 능선이 갈라지는 Y자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내려갈수록 소나무가 많아지고 길은 뚜렷해진다. 20여 분 더 내려가 완만한 길이 가팔라지는 곳에서 능선이 오른쪽으로 살짝 굽는다.
여기서부터는 나무를 베어내 길이 널찍해진다. 완만한 길을 잠시 걸으면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지지만 직진한다. 이어 무덤에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 임도로 내려간다. 울타리를 만나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울타리를 따라 내려가면 백운산가든 앞 콘크리트 도로로 내려선다. 계속 내려가면 석남터널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오른쪽으로 300m 정도 내려가면 얼음골 입구 검문소 삼거리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가지산 터널 뚫리며 버스 노선 변경으로 출발지 바꿔
이번 백운산 코스는 '가볼 만한 근교산'으로 처음 소개한 코스와 중간의 경로는 같지만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 다르다. 산길이란 게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발길이 잦은 곳은 반들반들해지고 그렇지 않은 곳은 점점 묵어 사라지기도 한다. 또 접근하는 도로의 변화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일도 흔하다.
10여 년 전 처음 소개할 땐 얼음골 삼거리에서 석남 터널로 가는 도중의 호박소 주차장이 출발 지점이었다. 몇 년 전까지도 이곳엔 식당과 숙박시설이 있었지만 가지산 터널이 개통된 뒤 노선버스의 이동 경로가 바뀌고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도 줄면서 문을 닫았다. 지금은 건물을 모두 철거해 공터로 남아 있다. 하산하는 길도 예전엔 삼양리의 상양마을 쪽으로 잡았지만, 길이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라져 이번에는 얼음골 입구 쪽으로 내려와 원점회귀에 가까운 형태로 마무리 지었다.
처음 소개 때와 확연하게 달라진 점은 암릉의 안전시설이다. 추락의 위험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확보물을 설치하고 굵은 줄을 연결해 두었다. 또 처음 답사할 땐 암벽을 기어 올라가서 얇은 로프를 한 가닥 매어두었던 곳엔 철 계단이 설치돼 큰 어려움 없이 지날 수 있다. 철 계단 이후의 암릉은 경사가 완만해 지나가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석남사행 버스 타고 얼음골 하차
백운산 산행을 하려면 일단 시외버스나 기차 편으로 밀양까지 가서 다시 얼음골로 들어가야 한다. 부산역을 출발해 밀양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5시5분(첫차), 5시40분, 6시35분, 7시10분, 7시50분, 8시42분 등에 있다. 밀양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시내버스나 택시로 이동한다. 택시비는 4000원 정도. 밀양터미널에서 얼음골 들어가는 버스는 오전 8시5분, 9시5분, 9시35분(농어촌버스), 10시40분, 11시30분에 있다.
산행을 마치는 검문소 삼거리는 얼음골 종점에서 가깝다. 밀양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2시40분, 4시20분, 5시(농어촌버스), 6시(막차)에 얼음골 종점을 출발한다. 밀양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무궁화 열차는 오후 5시49분, 6시12분, 6시55분, 7시34분 등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산IC에서 내려 석남사 방향으로 24번 도로를 이용한다. 가지산터널을 지나 얼음골 교차로에서 내려 얼음골 방향으로 가면 된다. 산행을 마치는 검문소 삼거리에서 얼음골 버스 종점까지는 2㎞가량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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