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시간의 선택
2024.8.31.
1950년 한국동란은 미군이 철수한 뒤 생긴 힘의 공백으로 초래됐다. 미국은 소련과의 대결에서 한정된 경제와 군사 자원을 가장 중요한 서유럽과 일본에 집중하면서 한국을 애치슨(Dean Acheson) 라인에서 제외했다. 이는 세계를 공산화하려는 Joseph Stalin에게 기회가 되었다. 이것이 그가 김일성의 한반도 무력 통일 요청을 받아들이고 지원한 계기였다. 다행히 트루먼(Harry Truman) 행정부는 소련의 야심을 신속하게 간파하고, 소련이 불참한 UN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UN 역사상 유일하게 유엔군을 참전하게 했다. 이로써, 이승만 정부가 이끄는 남한은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자유 민주 사회가 되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 체제는 이런 역사적 선택의 결과이다.
만약 지금 우리나라가 다시 침략을 받는다면 아마도 중국의 지원을 받는 북한으로부터 일 확률이 제일 높다. 그러니,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 틀림없고, 그들의 조력자는 중국일 것이다. 이를 분명히 밝히지 못하는 정권은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몽상에 빠져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이다. 재래식 무기로는 도저히 남한을 상대할 수 없는 북한은 핵으로 남한을 위협할 수는 있어도, 중국이 지원 약속이 없이는 정권의 몰락을 자초할 남침을 할 수 없을 것이다.
Hal Brands와 Michael Beckley는 공저 <<Danger Zone>>에서 ‘다가오는 중국과의 충돌’을 논한다. Richard Nixon 정권은 소련과의 냉전에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같은 공산주의 국가지만 소련과 대립하고 있던 중국과 1972년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어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자유중국을 내쫓고 중화인민공화국을 대신 앉히는 등 중국이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있게 허용하고, 세계 무대에 중국을 등장시켰다. 소련이 침략할까 전전긍긍하던 모택동의 중국은 그의 사후 실용주의자인 등소평과 그 후계자들의 지도 아래 미국이 열어 놓은 세계 시장에 서방 민주국가들의 자본과 기술로 만든 제품을 수출해 세계 2강이 되었다. 많은 국제기구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질서를 바꾸려 한다. 인구만 많던 등소평의 중국은 ‘때를 기다렸지만’, 사실상 1인에 권력이 집중된 시진핑의 중국은 Belt and Road Initiative(일대일로), 위안화 기축통화 등의 정책을 통해 단지 물류의 제약을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당당히 세계의 패권국이 되고자 한다.
청조 말부터 서양과 일본의 약탈에 시달려온 중국이 부강해지면서 전 세계에 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유사 시대 이래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고, 지금도 그 영향에 놓인 한국은 중국이 어떤 사회인가 살펴봐야 한다. 해방 후 미군정을 거쳐 독립한 한국이 지향하는 사회는 서양, 특히 미국과 같은 자유 민주 사회이다. 군사독재를 거치기도 했지만, 4.19를 비롯한 무수한 민주화 운동을 거쳐 이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적인 사회가 되었다. 반면 중국은 통신 기기와 감시 장비 등 각종 첨단 기술을 동원해 의견이 다르거나, 소위 독재에 위협이 되는 사람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전 국민을 통제하는 사회이다. 현재 중국은 모두가 잘 사는 경제 성장에 대한 약속으로 국민을 달래지만, 실은 중국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자유가 없는 사회가 되었다.
<<Danger Zone>>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정점에 도달한 중국이 인구 고령화와 감소, 무리한 세계에 대한 영향력 확대 시도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반감 고조, 그리고 회복이 어려운 환경 파괴에 직면했다고 분석한다. 이는 Jared Diamond의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도 상통한다. 시진핑은 이런 내리막길에서 소련의 Mikhail Gorbachev처럼 평화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Adolf Hitler나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도조 히데키처럼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20 년대는 이런 위험한 시대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런 중국의 무력 도발을 막고, 중국이 Gorbachev의 소련처럼 조용히 막을 내리도록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미국의 전략에 일본은 한배를 타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의 확장을 막기 위해 타이완을 지켜야 한다. 그럼, 한국은 어느 편에 서야 할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로 실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될 때 우리 사회의 자유와 민주 원칙은 온전할까? THADD 배치 후 사실상 한국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유사 이래 주변국을 끊임없이 침략 병합해 온 중국의 영토욕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 조선 등 경제력과 세계 6위의 군사력으로 세계의 주요 국가 중 하나가 된 우리는 누구와 같은 선단을 이룰 것인가? 우리의 현재 번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성찰하고, 해방 이래 우리가 추구해 온 가치가 배의 키를 조종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참고 문헌
<<Danger Zone: The Coming Conflict with China>> by Hal Brands and Michael Beck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