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存齋公의 無忮契 序 飜譯文
(이 飜譯文은 存齋公께서 無忮契의 情神과 後孫들에게 종친간의 和合을 부탁하는 글로, 序文을 전주대학교 한국고전연구소에서 번역한 글을 그대로 옮겼음을 밝혀 둔다)
사람이 萬物 가운데 가장 귀하고 영명한 存在인 것은 천지의 맑고 순수한 기를 부여 받고 인의와 중정의 본성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禽獸는 탁하고 잡된 기를 타고 남으로써 그 본성은 사납고 탐욕스러우며 비꼬이고 사악하다. 이 때문에 서로 猜忌하여 무리를 이루지 못하고 다투어 싸워 서로 용납하지 않으며, 완고하여 서로 배울 줄 모르고 나쁜 짓을 하고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심한 경우에는 부자와 형제가 서로 잡아먹어 마침내 어리석고 완악하며 지극히 천한 물건이 된다.
사람도 타고난 기가 맑고 순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습은 사람이지만 본성은 금수이다. 금수의 본성은 통괄하여 말하면 오로지 시기하여 해치기만 한다. 이 때문에 성인이 ‘시(猜)’자를 만들면서 ‘견(犭)’ 변에 ‘정(情)’자를 붙였으니 대개 개의 마음이고, ‘기(忮)’자를 만들면서 ‘심(忄)변’에 ‘지(枝)’자를 붙였으니 대개 함께 하지 않는 갈라진 마음이다.
이 때문에 시기하여 해치는 사람은 매번 질투심을 품어 별도로 옆으로 달려가는 마음이 생기니 이는 온갖 악의 근원이고 온갖 선의 원수이다. 어린아이가 뱃속 태아로 있을 때 그 큰 아이를 질투하여 병들어 파리해지게 하니 성인이 이를 기병(鬾病 : 아이귀신병)이라고 했다. 그 글자는 ‘귀(鬼)’ 변에 ‘기(忮)’ 자를 붙인 모양이니 남을 해치는 귀신이 그 태반에 들어간 것을 말한다. 이는 뱃속 태아로 있을 때에도 오히려 그 兄을 해친다는 것이다. 하물며 태어나고 자라면서 세상일과 물욕(物慾)이 더해진 경우이겠는가. 그러니 영명하지 못하여 금수가 되는 것은 진실로 당연한 일이다.
萬古에 흉악한 소인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근본은 모두 남을 헤치는 마음이 빌미가 되었다. 고수(瞽瞍)가 聖人인 아들 舜을 죽이려고 한 일, 象이 성인인 형 순을 죽이려고 한 일(주1), 管叔과 蔡叔이 각각 형이고 동생이었던 周公을 죽이려고 한 일(주2), 공공(共工) 환두(驩兜)가 고도(皐陶), 기(夔)와 화합하지 못한 일(주3), 少正卯가 공자의 정사에 대해 반대한 일(주4), 환퇴(桓魋)가 공자를 죽이려고 한 일(주5), 曺節․王甫․章惇․蔡京이 많은 현인을 무함하여 죽인 일(주6), 柳子光․鄭順朋․南袞․沈貞이 여러 현인을 무함하여 죽인 일(주7)은 모두 남을 헤치는 마음이 빌미가 되었다.
저 흉악한 사람들은 재능․지식․지망(地望:지위와 명망)․언어․풍채가 모두 월등하게 뛰어난 자들이었다. 만약 남들과 일을 같이한다면 위로는 고도․직(稷)․설(楔)․대순(大舜)․주공․공자 같은 사람이 충분히 되고도 남을 수 있었고 아래로는 이응(李膺)․사마광(司馬光)․김한훤(金寒暄)․김굉필(金宏弼)․조정암(靜菴 趙光祖) 같은 사람이 충분히 되고도 남을 수 있었지만 단지 남을 헤치는 마음이 안에서 근질근질하게 하여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어찌 기꺼이 만고의 소인이 되어 저 사람들이 죽음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통쾌하게 여기기를 마치 달기(妲己)가 포락(炮烙)의 형벌을 보고서 즐겁게 여겼던 것(주8)과 같이 한단 말인가. 이는 참으로 속담에 “쥐가 마음의 경락을 간지럽혀 헤치는 일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본성을 지닌 자는 선한 사람 보기를 원수처럼 하고, 소인 만나기를 엿과 꿀처럼 한다. 차라리 수원(疏遠)한 사람과 친할지언정 근밀(近密)한 사람을 견디지 못하며, 차라리 다른 사람을 좋아할지언정 집안사람을 몹시 기피하고, 차라리 수준이 낮은 사람을 벗할지언정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따르기를 부끄러워한다.
크게는 세상과 나라를 패망시키고, 작게는 친족과 자신을 죽음에 빠지게 하면서 죽을 때까지 뉘우칠 줄 모른다. 타인의 입장에서 말하면 소인에게 밀고 당김을 당하니 통탄스러움이 더할 나위 없이 심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논하면 사람이지만 금수와 같으니 슬픔이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심하다. 이 때문에 요순이 선을 남과 함께 했고(주9) 공자와 맹자는 충서(忠恕)를 주로 했으니(주10) 이것이 그들이 성인이 된 이유이다.
우리 위씨가 성(姓)을 얻은 뒤부터 4천년 동안 중국의 큰 성씨가 되었건만 어찌하여 우리나라에 온 뒤 천 년 동안 외로운 겨레가 되었는가. 다행히 우리 당곡(唐谷) 선조께서 덕을 닦아 후손들을 넉넉하게 해 주었으며, 우리 5대조의 형제와 자손이 조금 번성했지만 지금 현재도 그 수가 역시 많지 않다. 내 자식과 조카 항렬에 이르러서는 이미 7, 8대 전에 갈라진 일가이기에 기쁨과 근심이 서로 상관이 없어 거의 길에 오가는 사람과 같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다행히 한 동네에 수십 집이 같이 살면서 농사짓거나 땔나무할 때 서로 부르고, 죽거나 태어날 때 같이 방문하니 화목한 정이 백대(百代)나 유지되고 정분이 한 집에 사는 것처럼 깊다. 그러나 빈부가 고르지 않고 습성이 가지런하지 않아 그 가운데에서 만일 남을 헤치는 마음으로 서로 겨루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어리석은 자는 스스로 패망할 것이고 선한 자는 배척당할 것이다. 살아서는 못물이 혼탁해져 고을 이웃들이 비루하다고 침을 뱉고, 의리가 한 근원에 어긋나서 신명과 하늘이 보우하지 않는다면 마침내 상하 질서가 무너지고 쇠잔해질 것이다. 비록 상한(常漢)의 융성한 집안과도 나란히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을 것이니 생각하면 오들오들 떨리고 말하자는 마음이 아플 것이다.
다행히 너희 30명이 마음이 같고 의논이 합치되어 이 계(契)를 결성했다. 다른 사람 없이 형제들만 하나의 계를 구성했으니 삼행(주11)의 모임이다. 그러나 계에 이미 재산이 있으니 재산은 다툼의 창고가 된다. 재산으로 인해 알력이 생겨 형제간에 원수가 되고 부자간에도 용서하지 않는다. 하물며 촌수가 먼 일가의 경우이겠는가.
더욱이 남을 해치는 마음을 일으키는 곳이다. 이 때문에 초(楚)나라와 월(越)나라처럼 같은 마을에서 갑자기 사이가 나빠지고 한 자리에서 칼과 창을 서로 휘두른다. 남을 해치는 짓을 하는 자는 세상에서 버림받고, 남의 해침을 당한 자는 죽음에 빠져 옥과 돌이 모두 불타고(주12) 서로 침몰하여 패망한다. 도리어 위씨의 쇠망을 재촉하여 결국 계를 맺지 않느니만 못하니, 어찌 두렵고 통탄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존재공의 무기계 서 번역문 입니다..
존재공께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무기계를 만드셨네요.
잘보고 많은걸 공부하고 갑니다.
명문입니다.
시기에 대한 깊은 관찰을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중국고서와 조선 역사를 꿰툻어야 쓸 수 있지요. 후대에 경계삼으신 글로 존중받아야 마땅한 문장입니다. 후손들이 외우고 연구하여 널리 알려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음(陰) 2월 1일 하드랫 날" 입니다..지난날 오늘 고향 방촌마을에서는 매귀(埋鬼)를 또 치면서 함께 어울리며 화합하였습니다.
하드랫날 콩을 볶아 먹고, 칡을 케 먹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