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땀으로 키운 신토불이 농산물
[조선업의 부활, 외국인 노동자가 몰려온다④]
일손 부족 현장엔 어김없이 투입되는 '외국인 노동자'
오랜 수주 가뭄 끝에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수주 회복기를 맞았다. 그러나 거제지역 조선업계의 근심은 여전하다. 10여년 전부터 조선업계의 구조조정과 불황을 이유로 빠져나간 조선소 전문인력의 발길을 다시 돌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정부와 조선업계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인력난 해소를 해결할 차선책에 그칠 뿐이라는 여론도 적잖다. 수년 전 거제지역 및 조선업계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에 따른 기술 부족·송출비리·이탈 등 적잖은 문제를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는 거제지역의 조선업계를 구원할 유일한 대책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라면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상·파악하고 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기획은 거제의 조선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는 물론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안인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에 대해 취재할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경상북도 성주군은 지역의 먹거리산업인 참외재배 농가의 일손 부족 해결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성주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환영식 및 설명회 현장(사진제공 성주군청). @성주군 제공
경남도에 따르면 최근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경남지역 등록 외국인 노동자는 3만1347명,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까지 더하면 6만여명에 이르는 외국인이 경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조선산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거제지역 외국인 노동자 중 절반 가까이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기획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조선소 현장 이탈 문제 해결에 대해 고심하다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과 추진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계약한 사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어 계절 외국인 노동자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는 경상북도 성주군(이하 성주군)을 찾았다.
외국인 노동자는 거제지역과 같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조선산업 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현재 성주군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계절 외국인 노동자(E-8)는 거제지역 조선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정활동(E-7) 및 비전문(E-9) 외국인 노동자와 성격은 다르지만 부족한 생산력을 메우기 위해 채용된 인력이다.
더구나 성주군은 외국인 노동자가 체류하는 6개월 동안 그들의 관리 및 복지를 위해 세심한 운영계획을 세우는 등 배울 점이 있었다. 성주군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이 지역 대표 특산물인 성주 참외의 수확시기에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성주군은 올해 법무부와 협의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531명을 배정받아 이들을 위한 입국설명회와 고용주가 알아야 할 유의 사항이 소개된 책자를 제작해 배부했다. 성주군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지난 2017년 11농가 21명으로 시작해 2018년 7농가 11명, 2019년 7농가 15명 수준으로 큰 규모는 아니었다.
2020·2021년은 코로나 확산 등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진행하지 않다가 지난해 62농가 123명으로 규모가 늘었다,
이는 거제지역이 최근 조선산업 경기의 부활로 부족한 조선소 현장을 외국인 노동자로 채운 것처럼 성주군도 대표 특산물인 성주 참외 생산량 및 판매량이 늘면서 부족한 농가의 일손을 메우기 위함이다.
본지 최대윤 기자가 성주군청 담당 공무원에게 외국인 계절 근로자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최대윤 기자
외노자 안정적인 정착에 힘쓰는 성주군
거제시와 성주군의 외국인 노동자는 근로 현장의 특성상 비자 발급 종류부터 다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하려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가능한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 영리활동이 가능한 취업 비자는 △단기취업(C-4) △교수(E-1) △회화지도(E-2) △연구(E-3) △기술지도(E-4) △전문직업(E-5) △예술흥행(E-6) △특정활동(E-7) △계절근로자(E-8) △비전문(E-9) △선원(E1-0)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관광(H-1) △방문(H-2) 등이다.
이중 이번 기획에서 주로 다룰 비자는 E-7과 E-9으로 현재 거제지역 조선산업의 인력난을 메우기 위해 투입되는 노동자들이 발급받는 비자다.
E-7 비자는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우리나라 공·사 기관 등과의 계약으로 국내 취업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반면 현재 성주군의 외국인 노동자는 참외 수확시기 6개월만 투입되는 E-8(계절근로자) 비자다.
코로나 이전까지 3개월 체류만 가능한 C-4(단기취업)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했지만 지난해부터 체류 및 근로기간을 늘린 E-8 비자 외국인 근로자와 계약하고 있다.
성주군이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체류 기간과 규모를 늘린 이유는 전국 참외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 지역 특산물인 성주참외의 인기 상승에 있다,
성주군에 따르면 성주참외의 조수입은 2019년 5050억원, 2020년 5019억원, 2021년 5534억원, 2022년 5763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도 5500억~5700억원 수준의 조수입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주군의 참외 재배 농가는 3800여 곳으로 성주군 인구 4만2000여명 대부분이 참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성주군의 참외 제배농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700여 농가가 억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 4만 수준의 성주군은 참외 재배 농가에서 일할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조선사 및 하청업체가 직접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거제지역과 달리 성주군은 행정이 나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계절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위해 성주군은 지난해 8월부터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필요한 농가 및 고용주 현황 조사부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성주군은 필리핀 아팔릿시와 마갈랑시와의 MOU 체결로 예년에 비해 안정적인 외국인 계절 노동자를 확보한데 이어 성주군 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의 4촌 이내 친척 중 농업종사자 및 농업교육 이력자 31명을 추가로 도입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입국 전 성주군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고용주를 대상으로 외국인 사업 진행 절차 안내와 숙식·임금·인권 관련 고용주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안내하는 고용농가 사전 교육까지 실시했다.
또 외국인 계절 노동자의 입국부터 환영회 및 입국설명회를 열어 외국인 계절 노동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각 참외재배 농가에 배치된 이후에도 성주군은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점검하고 근로지와 고용주의 에로사항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성주군은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복지를 위해 고용주가 이들에게 부적합한 숙소(비닐하우스·컨테이너·창고 개조 숙소)를 제공하거나 기본적인 시설(냉난방·샤워시설·의식주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고 있다.
또 계약에 따른 근로 대우(4대보험 가입·하루 8시간 근무·최저임금 지급)를 받지 못하거나 인권침해 행위(언어폭력·폭력·성희롱·성폭행 등)가 일어나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고 있다.
성주군이 최근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체류 기간과 규모를 늘린 이유는 성주참외의 인기 상승에 있다. 성주참외의 조수입은 2019년 이후 5년 동안 매년 5000억원을 넘기고 있다. @최대윤
이탈노동자 발생 대책은
우리나라에 비자를 발급받아 이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가장 큰 문제는 이탈(불법체류) 노동자의 발생이다.
거제에 비해 규모가 작고 행정이 관리하는 성주군도 이탈(불법체류) 노동자의 발생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는 상태다. 전체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10% 정도는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로 어렵게 온 외국인 계절노동자 입장에선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에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도 돈벌이를 이어가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성주군은 우리나라 다른 지자체와 달리 필리핀 정부 및 지자체와 MOU 체결하고 이탈 가능성이 비교적 적은 성주군 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 가족을 초청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상북도도 이탈 외국인 문제를 줄이기 위해 광역단체가 직접 산하 시군 어디서나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하고 외국인 근로자 수와 취업 가능 업종 등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성주지역 참외재배농가와 달리 거제지역의 조선사의 입장은 다르다.
당장 현장 투입이 가능한 기술을 가진 노동력이 필요한데 전문인력으로 뽑은 E-7 외국인 노동자의 작업 능력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거제지역 조선소 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성주군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계약 연장에 따라 임금 인상과 체류 기간 연장이 가능함에도 꾸준히, 그리고 적잖은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어쩌면 외국인 노동자의 도입과 이들을 위한 정책에 대한 복지 등 전반적 고민에 앞서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취업하는 과정과 문제해결 없이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현장 이탈을 근절할 수 없어 보인다.
이를 위해 거제신문 취재팀은 거제지역 조선 현장에 가장 많이 투입되는 외국인 노동자의 국적지인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