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83>
노화 · 골 소실 · 발기부전 · 뇌혈관경화 - 삼지구엽초(淫羊藿)
살아가면서 노화는 기관이나 조직, 세포의 생리기능 전반이 쇠퇴하는 과정을 말한다. 노화가 발생하는 기전은 세포의 손상 및 사멸, 재생불량, 오작동과 관계가 깊다.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면 피부가 탄력을 잃게 되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쇠약해지며 골수의 혈액생성능력 부진과 함께 근육과 뼈의 무게도 줄어든다. 또 신경세포의 사멸은 정신능력을 감퇴시켜 내분비, 외분비, 면역계에 관여하는 기관들을 약화시킨다. 오감의 총기가 흐려지고 지각, 정서 등에 퇴행적 변화가 진행되면서 기운이 떨어지고 모습이 변하며 작아지고 마른다. 성격은 내향성으로 기울고 우울해지는 경향에 감정조절력 퇴보, 기억상실, 스트레스 대처능력 감소 등이 나타난다. 특히 혈의 점성이 높아지면서 순환장애로 인한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뇌혈관경화, 반신불수가 오기도 하고 심장과 가장 먼 하지의 수족냉증, 사지불인, 요슬무력, 양위(발기부전), 유정, 유뇨, 빈뇨, 골관절염, 골다공증, 근육통, 호르몬 감소, 암, 당뇨 같은 전에 없던 여러 만성적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현대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평균수명을 크게 늘렸음에도 근본적인 쇠약과 장부의 기능 감소, 퇴행적 만성질환 등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치료능력이 부족하여 노화방지 관련 약물치료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유전공학기술(줄기세포연구, 나노기술, 유전자조작 등), 호르몬보충요법, 항산화제, 비타민제, 태반추출물, 건강보조제, 열량제한요법 등 여러 노화방지요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임상적용의 기준이나 근거, 안전성, 효과 면에서 이렇다 할 수준의 확립이 없다. 『황제내경 소문 상고천진론』에 “사람에게는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에 따라 살게 되는데, 몸을 잘 아끼고 보존한 사람은 정해진 시간을 모두 누리고, 그렇지 않고 몸을 일찍 소모하면 병들게 된다.”고 기록한 것처럼 ‘정해진 수명’을 생기 있고 건강하게 오래 유지하는 방법은 우선 몸과 마음을 아껴 과하지 않고, 채식과 소식으로 소화기를 안정시키며, 초약으로 전신의 원천을 보하여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이라 했다. 음식 중 채소과일식은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먼저 실천해야할 과제이다. 빵과자류, 튀김류, 설탕류, 육가공식품들을 멀리하는 자리에 하루 한 번 양배추, 케일, 당근, 토마토, 사과, 콜라비, 비트, 파프리카, 데친 브로콜리 등의 재료들에 과일소스, 발사믹식초, 생들기름을 둘러 샐러드로 섭취하거나 이 재료들을 모두 쪄서 갈아먹는 방식이다. 더불어 하루 한두 끼 정도 소식을 고려하고 그 틈새에 해조류, 콩류, 통곡류 등을 보강한다. 한방의학은 이러한 양생적 가치와 섭생원리를 가장 잘 구현하여 허약과 노화라는 ‘병’을 가장 폭넓고 가장 근본적으로 도울 수 있다. 대표 보혈약(당귀, 천궁, 지황, 작약), 보기약(황기, 인삼, 산약, 백출), 보음약(맥문동, 구기자, 사삼, 옥죽), 보양약(음양곽, 두충, 파극천, 보골지)은 인체의 기혈을 돋우어 항병능력을 크게 길러준다.
노인성 허로에 사용되었던 약방문은 아주 많다, 그 중 연령고본단<延齡固本丹: 토사자 육종용 각 4, 천문동 맥문동 생지황 숙지황 산약 우슬 두충 파극천 구기자 산수유 백복령 오미자 인삼 목향 백자인 각 2, 복분자 차전자 지골피 석창포 천초 원지 감초 택사 각 1>은 “먹은 지 반 달이 되면 양사(陽事)가 웅장해지고 한 달이 지나면 안색이 동자(童子)와 같아지며 눈은 십리 밖을 볼 수 있게 된다. 석 달이면 백발이 검어지고 오래 복용하면 신기(神氣)가 쇠하지 않고 신체가 경건(輕健)해져 선위(仙位)에 오를 수 있다” 하였다. 마치 노인병의 상용 처방전들을 모두 아우르는듯하다. 이 방제의 생지황 또는 천초 자리에 추가하면 좋을 약재가 바로 음양곽이다. 노령에 원기가 쇠잔한 경우, 연령고본단의 간편한 변방으로 <토사자 복분자 구기자 맥문동 여정자 황기 각 3, 음양곽 숙지황 산약 우슬 복령 산수유 각 2, 오미자 차전자 감초 각 1>을 환제로 만들어 상복할 것을 권한다.
음양곽(淫羊藿)은 매자나뭇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의 지상부를 여름과 가을 사이에 채취하여 건조한 것이다. ‘양(羊)이 먹으면 음란하고 사람이 먹으면 성교를 잘하게 하는 콩잎처럼 생긴 풀’이란 뜻. 음양곽은 중부이북 강원도 지역에 많이 자생하지만 환경청 보호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수입 약재상에서 비싸지 않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성미는 맵고 달고 따뜻하며 간과 위경으로 들어간다. 음양곽 농축액은 정액분비를 증가시키고 전립선 정낭 및 항문거근의 중량을 증가시키는 등 테스토스테론 유사작용이 있어서 신양(腎陽) 부족으로 인한 양위, 유정, 유뇨, 요슬냉통, 요슬무력, 피부나 사지 감각이 무딘 것을 치료한다. 세포성 면역과 체액성 면역을 증강시키는 작용이 있으며,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상승을 뚜렷하게 억제시키므로 중풍으로 사망하는 비율을 낮춘다. 음양곽 제제는 학습능력을 개선시키고 기억력 감퇴를 개선하며, 골 형성 촉진 및 골 흡수 억제가 확인되었다. 특히 허혈성 심혈관질환을 가진 노령 환자에게 음양곽을 투여했을 때 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경화증 환자에서 70% 이상 심전도상의 개선과 뇌파의 개선이 확인되었다. 단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이나 간기가 커서 어지럼, 구갈, 코피가 잦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잎
꽃
온포기
음양곽(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