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디바’와 ‘라이온 킹’
최 화 웅
제5호 태풍 다나스(DANAS)가 남해안에 물폭탄을 퍼부었다. 31번 국도에는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태풍을 피해 뭍으로 올라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고 광안리와 해운대 해변에는 쓰레기와 부유물이 뒤덮었다. 여름이면 갯가에서 겪는 연례행사다. 이번 태풍은 뭍에 미처 오르지 못하고 겁만 주고 스쳐갔다. 우리 부부는 태풍 뒷자락의 비바람을 즐기며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미리 점찍어 놓은 영화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와 디즈니의 ‘라이온 킹’을 보기 위해서였다. 매표 카운트에는 번호표를 뽑아 든 노부부와 많은 팬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극장의 좌석은 스크린 앞쪽 한두 줄을 남겨 놓은 채 매진되었다. 매표 진행이 늑장을 부려 상영시작이 임박해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휴대폰 전원을 끄자 영화는 곧 시작되었다. ‘디바(Diva)'라는 말은 본래 오페라에서 쓰던 말이다. 처음에는 가장 인기 있는 소프라노 가수를 칭하는 말이었으나 그 의미가 점차 영화나 대중음악으로까지 확대되어 탁월한 재능을 가진 여성 배우나 가수에게 두루 쓰인다. 영화 ’마리아 칼라스‘는 그녀가 출연한 주요 오페라 공연 실황자료와 인터뷰를 편집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을 열정적으로 산 매력 넘치고 영혼이 불타는 한 예술가의 삶과 정신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마리아는 그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름이라면 칼라스는 소프라노 성악가로서 공적이고 사회적인 예술인의 이름이다. 무대 위에서 펼친 화려함과는 달리 그가 살아온 삶은 외로움과 고독, 기다리고 참고 견뎌야 하는 여자의 일생이었다.
남편과의 오랜 별거와 힘든 이혼과 맞물린 오나시스와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배신을 오롯이 스스로 담당했다. 그의 인터뷰에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주십시오. 그러나 이겨낼 수 있는 용기도 부디 함께 주십시오. 아이도 낳고 싶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습니다.”라고 기도했으나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애태웠다. 그런 마음은 1968년 1월 어느 날 마리아 칼라스가 오나시스에게 썼듯이 “당신은 내 숨이야. 내 정신. 내 자존심. 부드러움 그 자체야. 몸과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도 나와 같기를....”이라는 편지글에 잘 나타나 있다. 자존심을 버린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듣는 이의 가슴 찡하게 울렸다. 재클린과의 결혼을 후회한 오나시스가 끝내 숨지고 그로부터 2년 뒤인 1977년 마리아 칼라스도 54살의 나이로 무대의 전설을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했던가.
영화 ‘마리아 칼라스’에 앞서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보았다. ‘라이온 킹’은 실물 같은 컴퓨터애니메이션 효과로 사파리여행을 체험하게 했다. ‘라이온 킹’은 1994년 판에 이어 사반세기 만에 리메이크한 영화로 반나절 만에 다녀올 수 있는 극장식 아프리카 사파리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2019년 판 ‘라이온 킹’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들뿐 만아니라 돌맹이 하나 ,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모든 것이 컴퓨터그래픽(CG) 처리되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많이 등장한 주인공, 아기 사자 ‘심바’와 그의 여자 친구 ‘날라’의 표정연기는 물론 모든 등장 동물의 표정이 시작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는 고정된 표정은 자연을 표현하려는 컴퓨터그래픽의 한계를 드러냈다.
‘라이온 킹’은 ‘생명의 순환’을 중심테마로 정서적 공감을 유도하려고 했다. 그러나 영화는 ‘무심한 긴 직선’처럼 밋밋하게 이어졌다. 심바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Narcissos)처럼 자신의 얼굴에서 아버지 ‘무사파’를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프라이드 랜드의 왕인 ‘무사파’의 후예임을 깨닫는다. ‘거울 효과’를 통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던 ‘심바’는 의욕 충만한 친구 ‘품바’와 ‘티몬’의 도움으로 희망에 부푼다. 어느 날 우연히 옛 친구 ‘날라’를 만나 ‘심바’는 과거를 마주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위대하고도 험난한 도전에 나선다. 이 부문에서 나르시시즘은 동심의 상상력과 정체성에 불을 붙인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듯이 컴퓨터그래픽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통해 현대인 스스로의 모습을 대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랜드’에 있던 심바의 털뭉치였다. ‘잘 될 거야’라는 의미의 털뭉치가 산 넘고 물 건너는 대장정을 통해 현자 맨드릴원숭이 ’라피키‘에게 당도하는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펼치면서 ‘라이온 킹’의 중심테마인 ‘생명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뿐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환경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정교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으나 등장 동물들의 표정연기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CG로 처리된 동물 연기자들의 픽스된 표정에 묶여 감정 전달이 미흡한 점은 옥의 티였다. 화려한 목소리를 가진 연기진들의 라인업이 관객을 사로잡았으나 동물의 표정은 고정되는 바람에 현존하는 전설의 음악가 한스 짐머와 세기의 팝스타 엘톤 존이 선사하는 노래 또한 감동을 반감시켰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 너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대자연의 메시지가 귀를 모았다. 예술은 사기인가? 영화는 자기의 삶만큼 보이리라.
첫댓글 덕분에 두 편의 영화를 간접 감상했습니다...감사합니다...^^*
저 또한 고맙습니다.^^*
영화도 함께 다니시고~
어디든 두 분이 동행하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함께 가시는 길이 늘 행복하시길 바래봅니다.^^*
아내는 저의 보호자입니다.
끝까지 함께 할겁니다.^^*
저도 영화관을 찾은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올 여름이 가기전에 집사람과 영화 한편을 봐야겠습니다.
무더운 날씨 건강히 잘지내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손잡고 영화관을 오가는 여름 나들이가 참 좋죠.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