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도민일보에 실린 홍중조 선생의 고금산책 ‘갓데미 산’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여항산의 한자 표기도 일제 이전에 쓰던 것으로 알려진 표기로 되어 있어 정이 갔습니다. 게다가 6·25에 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내용도 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갓데미산의 명칭에 대한 유래는 아무래도 ‘아닌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항산을 이 고장에서는 ‘곽더미산’·‘갓더미산’ 혹은 ‘필봉’이라고 합니다. 그 말은 천지개벽 당시 세상이 모두 물에 잠겼는데 그 산의 주봉 바위만이 ‘곽(시체를 넣는 관)더미’, 또는 ‘갓(남자들 의관)더미’만큼 남았다고 하는데서 유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곽더미나 갓더미가 곽데미·갓데미로 불려지는 것은 우리말 음운현상의 하나인 ‘이’모음역행동화 현상에서 온 것입니다. ‘아비, 어미-애비, 에미’로 발음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또 깎아지른 암벽으로 되어 있는 이 산의 정상에는 10여명이 앉아 놀 수 있는 넓은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를 곽바위·갓바위 또는 마당바위라고 부르며 기우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이 마당바위를 더불어 구전되어 오는 애절한 사연의 노래 하나가 있습니다.
‘곽(갓)데미 마당바구 비온둥 만둥 / 조그만 신랑품에 잠잔둥 만둥.’
“갓데미산에 비구름이 묻으면 한 시간안에 우리동네에 비가 온다’는 말이 제 할아버지 그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제가 일제시대 때 처음 들었습니다.
‘비록 전설은 역사처럼 객관적 진실성을 가지는 사실만의 서술이 아니라 하더라도, 비록 주관적으로 진실한 것이라고 믿어지는 사실이나 형상을 내용으로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신화처럼 초역사적인 것이 아닐진대, 그것은 일정한 시대에 일정한 지역에서 일어난 것으로서의 시간적·공간적 제약 밑에 서있는 것’이라는 말을 믿고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적어도 ‘갓데미산’이라는 명칭은 6·25 이후 ‘God deme’이라는 영어에서 온 말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편으로 당시 미군들이 이 산의 이름을 물었을 때 어느 주민이 ‘각(갓으로 들림)데미산’이라고 대답하여 그 뒤로 미군들이 갓데미산이라고 한 것을 미군의 전쟁사와 결합 유추하여 ‘God deme’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하는 추리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