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오늘 하루가 지나면 2021년은 가고 2022년이 새로 옵니다. 이렇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가 되면 누구나 다 가는 해를 돌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한 것도 없이 시간이 갔네’, ‘하는 것도 없이 나이만 먹는다’고 푸념을 합니다. 저는 그런 푸념을 별로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있었어도 시간이 지나서 잊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크게 이룬 성과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살았기에 시간이 간 것입니다. 제가 어제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우리 동네 142번 채널인 올레티비에서 방영하는 ‘세계테마기행’을 우연히 봤습니다.
언제 촬영한 것인지도 모르는 멕시코의 것인데 거기에 고산지대에 사는 원주민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집도 없이 동굴이나 돌로 바람을 막는 움을 짓고 사는 사람들인데 추위를 막는 방법이 가족이 한 곳에 자면서 옷과 덮는 것뿐이라 밤이 되면 늘 추위에 떠는 모습을 보니 참 기가 막힐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는 것은 옥수수가 대부분인데 그나마 배불리 먹는 일도 별로 없어서 가장의 소망이 가족들을 배불리 먹게 하는 일과 딸에게 예쁜 옷을 사주는 것이라고 해서 정말 짠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라오스의 어느 소수민족의 삶을 잠깐 봤는데 산 속에서 집도 없이 돌아다니며 사는 30대 부부와 한 아이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나마 이 동네는 춥지는 않아서 추위에 떨 일은 없지만 나뭇가지 몇 개와 바나나 잎으로 지어 몇 달 살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냄비 하나와 그릇 몇 개가 전부인 살림살이가 전부였습니다.
그 부인이 남편과 함께 멀고 먼 시내에 나갔다가 상점에서 팬티를 사고 싶다고 하니까 남편이 그게 왜 필요하냐고 이해를 못하는 장면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 속에서 산다고 팬티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보고 꼭 사고 싶어하는 그 부인의 마음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열 살도 안 된 꼬마는 생전 처음 보는 신발, 장화를 신고는 얼마나 신나 하는지 보는 제가 놀랐습니다.
우리는 어렵게 살다가 많이 좋아지면서 가난할 때 소중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다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배가 고플 적에는 진수성찬을 찾느니 보다 배를 채울 감자나 옥수수 하나면 만족할지도 모릅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다보니 내가 가진 것이 뭐가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고 사는 현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며칠 전에 ‘싱어게인2’라는 티비 프로를 재방으로 보면서 거기에 나온 가수 ‘양현경’ 님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학교에 있을 적에 두 번째로 많이 노래를 듣는 가수가 ‘양현경’이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가장 많이 듣는 가수는 이선희인데 양현경의 목소리가 특이하고 당기는 맛이 있어 가끔 노래모음을 유튜브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양현경 님이 오디션 프로에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녀는 1958년생이었습니다. 제가 57년생인데 제 나이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 놀랐고, 그 나이에 오디션 프로에 나왔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제가 보기엔 가수로 충분히 성공을 한 사람인데 본인은 그냥 잊혀지는 것이 두려워서 나왔을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가 너무 좋았고 저는 잊지 않고 ‘양현경’을 성원할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또 남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저도 올 2월 말에 퇴직을 한 뒤에 건설현장에 페인트칠을 하러 나가도 봤고,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보다 지금 나가고 있는 배움터 지킴이 자원봉사가 제가 가장 나은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최저 임금의 반밖에 되지 않는 돈을 받는다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다시 학교에 나가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큰 즐거움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 바람은 80이 될 때까지는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해가 바뀔 때에 돌아보면서 잘못된 것들을 후회하고 반성하고 새해에는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설계합니다. 다시 돌아봤을 때에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낙심하거나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다들 열심히 살았고 또 그런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다들 열심히 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리는 새해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