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개했던 벗꽃이 떨어 지고 있지요. 가히 낙화유수에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꽃이 흘러가는 하천을 바라보노라니 낙화유수가 실감나지요. 낙화유수는 떨어지는 꽃과 흘러가는 물이라고 풀이할 수 있고, 전반적으로 봄날의 풍경을 뜻합니다. 당연히 봄의 명곡 < 낙화유수 >가 떠오릅니다. <낙화유수>를 읊조리다 보면 찬란한 봄날의 광경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봄의 풍경을 노래한 가요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가사가 아름다워 <봄날은 간다>에 버금가는 명곡이라 여겨집니다.
<낙화유수>는 1942년에 오케레코사에서 발매된 노래로서 전설적인 미성의 가수 남인수 님이 불러 큰 인기를 모았지요. <낙화유수>가 발표된 시기는 일제가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침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전개될 때이지요. 일제는 애국반 편성, 공출제 실시 등으로 조선인들을 혹독하게 통제했고, 나아가 징병, 징용, 정신대 등으로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합니다. 그 때문에 고향을 떠나는 이들이 많았지요. 그 결과 사람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와 같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낙화유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버티자>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려 하지요. 노래가 주는 힘은 매우 크지요. 나라가 어려울 때 가수들의 노래가 큰 힘을 주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낙화유수>는 숨막히는 시국 아래에서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조선인들에게 강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는 곡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요. 실제 1942년도 음반을 들어보면 남인수 님은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듯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소리사랑 역시 신세를 한탄하는 어조가 아니라 희망을 고취하는 듯한 어조로 힘차게 <낙화유수>를 불렀습니다. 해방 이후 낙화유수는 정치적 사유로 인해 원가사가 대폭 수정되어 불려집니다. 해금 전까지 이 노래는 수정된 가사로 방송을 타지요. 아래는 1950년대 개사된 내용입니다.
1.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젊은 꿈을 엮은 맹서야
세월은 흘러가고 청춘도 가고
한많은 인생살이 꿈 같이 갔네
2. 이 강산 흘러가는 흰 구름 속에
종달새 울어 울어 춘삼월이냐
봄버들 하늘하늘 춤을 추노니
꽃다운 이강산에 봄맞이 가세
3. 사랑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
오면은 가는 것이 풍속이더냐
영춘화 야들야들 곱게 피건만
시들은 내청춘은 언제 또 피나
개사된 가사는 < 세월은 흘러가고 청춘도 가고 한많은 인생살이 꿈 같이 갔네 >, <영춘화 야들야들 곱게 피건만 시들은 내청춘은 언제 또 피나 >라고 하여 신세한탄조로 되어 있지요. 실제 남인수 님이 개사곡으로 불렀던 음반도 회한에 잠겨 노래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낙화유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금지곡에서 풀려납니다. 이후 <낙화유수>는 1993년 여성중창단 소리사랑이 리바이벌하여 널리 알려지지요. 소리사랑은 원래 가사를 복원하여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소리사랑이 부른 <낙화유수>는 유튜브에 게시되어 현재 300만을 상회하는 조회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회수가 많은 것은 뛰어난 가창력 외에도 노래의 배경 화면으로 실제 종달새, 홍도화, 영춘화, 봄나루, 포구, 물새들을 배치하여 노래를 더욱 생동감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라 보여집니다. 소리사랑이 부른 낙화유수를 듣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낙화유수>의 원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얽어 지은 맹세야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2. 이 강산 흘러가는 흰 구름 속에
종달새 울어 울어 춘삼월이냐
홍도화 물에 어린 봄나루에서
행복의 물새 우는 포구로 가자
3. 사람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
보내고 가는 것이 풍속이더냐
영춘화 야들야들 피는 들창에
이 강산 봄소식을 편지로 쓰자
<낙화유수>에는 요즈음은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이 다수 나오지요. 1절에는 새파란 잔디 얽어 지은 맹세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무렵에는 친구와 약속을 할 때 맹세의 표시로 잔디를 얽어매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2절에 보이는 홍도화는 붉은 복숭화꽃을 뜻하고, 홍도화가 물에 어린다는 것은 무릉도원을 연상시킵니다. 춘삼월은 봄의 경치가 가장 좋은 때인 음력 3월을 지칭합니다.
종달새는 주로 하천가에 서식하는 새로서 놀라서 날아 오를 때는 <삐르르, 쭈르르, 캬아>하며 운다고 합니다. 나루는 작은 강이나 하천 등 내륙에 자리하는 접안 시설로서, 가까운 거리를 운항하며 행인을 건네 주었지요. 포구는 큰 강이나 바다에 자리한 입, 출항지로서 주로 대형 선박이 출입합니다. 3절에 나오는 영춘화는 개나리와 매우 흡사한 노란 색의 꽃을 의미합니다. 영춘화는 꽃잎이 6개이고 개나리는 4개이지요.
낙화유수 각 절의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절은 주인공이 친구와 꽃같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각자의 소망을 달성하고자 열심히 살아가자고 굳게 맹세하는 내용이 들어있지요. 그리고 소망을 달성하려면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2절은 동네 근처의 작은 나루를 떠나 바다의 큰 포구로 나아간다는 내용이지요. 즉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여 점차 큰 일을 완수함으로써 소망하는 꿈을 이루자는 내용이라고 보여집니다. 한마디로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시적인 운율로 이루어진 미려한 가사들이 압권이지요.
3절에서 주인공은 사람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즉 사람은 낙화유수같이 헤어지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지요. 인정은 세태를 의미하며, 세태는 포구에서 이별하는 장면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곳에서 주인공은 세상은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곳이라는 것을 절감하지요. 메시지가 여기에서 끝난다면 이 노래는 <세상은 그렇고 그런 곳이고,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를 노래한 것으로 그치지요.
그러나 반전이 일어납니다. 주인공은 집에 돌아오자 들창가에서 야들야들하게 핀 영춘화를 바라봅니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영춘화는 삶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지요. 결국 주인공은 봄 소식을 편지에 씁니다. 봄 소식에는 1절, 2절에 나오는 봄날에 친구와 큰 꿈을 이루고자 약속했던 굳센 맹세가 들어 갑니다. 주인공은 비록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세태이지만 여기에 구애받지 말고 자기의 꿈에 도전해나갈 것을 다짐하지요. 낙화유수가 주는 메시지는 생명이 움트는 봄처럼 청운의 꿈을 이루자는 희망을 노래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HK94Hv1AGgc
https://youtu.be/a7M85FL1-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