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버님, 당신 집에 머물기를 바라는 우리로 하여금 온전히 당신 법의
지배를 받게 하소서. 힘들 때나 순탄할 때나, 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선하신 뜻을
우리에게 나타내시고 몸과 마음으로 당신 명령에 복종할 힘을 우리에게 주소서. 우리를
온전케 하소서. 이는 진실로 온전한 사람만이 당신의 영광을 되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거룩한 성경을 통하여, 온전함으로 가는 길을 우리에게 보이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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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은혜로우신 아드님, 당신 가르침으로 우리 마음속 무지의 어둠을 물리치시고
당신 명령으로 우리에게 평화의 길을 밝혀주소서. 그 길을 걸을 때 우리로 하여금
당신 발자국을 보게 하시고 당신이 밟으신 그 자리를 따라서 밟게 하소서. 우리 힘줄이
약해질 때 힘 있게 해주시고, 우리 정신이 무거워 가라앉을 때 가벼이 일으켜주실 줄
믿습니다. 이는, 구원으로 가는 우리 걸음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이 당신께
없기때문입니다. 비나니, 언제 어디서나 우리 친구가 되시고 안내자가 되소서, 그리하여
당신 아버님의 하늘나라로 우리를 데려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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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앙하올 성령님, 당신 자비의 몰아치는 바람으로 우리 안에 있는 죄악의 흔적을
모두 날려버리시고 당신의 꺼지지 않는 불로 우리 영혼을 순결케 하소서.
우리는 당신을, 우는 자들에게 위로를 베푸시고, 절망해 쓰러져 있는 자들을
일으켜 세우시고, 헤매는 자들을 인도하시고, 외로워하는 자에게 벗이 되어주시고,
갈라진 자들을 화해시키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시는 분으로 믿습니다. 비나니, 우리의 단순하고 겸손한 마음에 거하시며,
우리 몸을 영광스런 당신 사랑의 성전으로 삼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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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은 항상 떠오르면서 결코 지지 않는 태양입니다. 당신은
모든 산 것들을 짓고 살아 있게 하는 생명의 근원입니다. 당신은 우리 영혼과 육체를
먹여 기르는 모든 물질적 정신적 양식의 근원입니다. 실책과 의혹의 구름을 흩어버리는
빛이요, 순간마다 제 앞에 가시며 저의 생각과 행동을 인도하시는 분입니다. 비나니,
저로 하여금 당신 빛 안에서 걷고, 당신 양식으로 자라고, 당신 자비로 살아가고,
당신 사랑으로 따뜻해지게 하소서.
● 에라스무스(Erasmus, 1469-1536)
당대에 가장 저명한 학자였던 에라스무스는,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개신교 지도자들의
스스로 의로운 열정에 모두 반대하였다. 개신교 지도자들에게 로마와 싸우지 말 것을
종용했지만, 교황청을 거스르는 풍자 때문에 교황이 그의 저술활동을 금지시켰다.
그가 남긴 기도문에는 날카로운 지성 대신 부드럽고 신심 깊은 가슴이 숨쉬고 있다.
- 이현주 역, ‘세기의 기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