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어느 날..
친정 아버지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습니다.
"애야...내가 대상이란다.!!믿어지지 않아서 다시 협회에 전화해봐도 대상이 맞다네.."
전화선 저쪽에서 아버지는 진짜 떨리고 기쁜 목소리로 당신의 수상 소식을 전했습니다.
퇴직 후..
아버지는 근처 복지회관에서 취미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결혼하여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버지는
가장의 무게를 견디시느라 한 번도 제대로 취미생활을 누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인생 말년에 서예를 시작하셔서..정말 열심히 글씨 연습을 하셨습니다.
원래 성실하고 열심이신 성격이라 하루도 결석을 하지 않고 열심히 복지회관을 다니시고..
거의 1년쯤 다니시고부터는 복지관 선생님의 권유로 대회에 작품을 출전하시기도 했던가 봅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홀로 되신 아버지는
붓을 드는 것으로 그 적적함을 극복하고 계신 듯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잠이 안 올 때에는 일어나 글씨를 쓰고..
운동을 나갔다가 돌아와서도 서예 연습을 하고.. 그렇게 견디어 내시고 계셨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복지회관에 나가지 못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내심 혼자 계신 아버지가 남아 도는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실까 걱정을 했는데..
아버지께서는 나름대로 그 시간을 참 알차게 보내셨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대한민국 서예 대전.대한민국 미술 대상 공모전> 소식이 우편으로 날아들었고..
아버지는 출품을 결정하고 매일 연습을 하시느라 적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마침내 작품을 출품해놓고 발표를 기다리느시라 또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런 기대와 설렘이 가끔 친정에 들를 때에도 아버지는 뭔가 꽉찬 충만감으로 그리 쓸쓸해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꿈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얼마나 생기있게 만드는지...아버지는 엄마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안을 깨끗해 해놓고 하루 하루를 잘 사시고 계셨지요.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 하나로 설레며 기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대상'이라는 소식을 들었으니..얼마나 감격했을지.. 아버지의 흥분된 목소리가 그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솔직히..그 소식을 듣고 나는 의심했습니다.
아무리 우리 아버지라 하더라도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아버지는 아직 대상 수상을 할 만큼의 실력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버지의 흥분이 시기상조 일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몇 번인가 진짜인가 확인했습니다.
아버지가 틀림없다고..입상 대상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입상 대상자 발표 공문을 사진을 찍어서 다시 내게 보내주시기 까지 했습니다.
진짜네...우리 아부지가 진짜 대상이네..
물론 전체 대상은 아니고 서예 부분의 부분대상이었습니다.
틀림없는 서예 부분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상 상금이 백만원이라며..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그때서야 저도 마음껏 아버지를 축하했습니다.
당장 우리 오남매 단체 톡방에 아버지의 수상 소식을 올렸습니다.
모든 자식들이 하나 같이 아버지의 대상 수상을 축하하며' 한 턱 내세요~"를 연발했습니다.
아버지는 기분좋게 한 턱을 쏘시기겠다며 큰소리를 치셨습니다.
그게 얼마나 보기 좋던지요.
아버지는 그 수상 소식을 엄마 묘소에 가서도 전했습니다.
그렇게..온 가족이 축하하고 기뻐하면서 시상식을 기다렸습니다.
5월 17일 오후 2시..부산에서 시상식이 있다고 해서..
우리 남매들의 단체 톡방은 한 바탕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한 달 여 시간을 기대로 행복하게 보냈지요.
아버지 살아 생전 제일 축하할 일이니...우리 모두가 부산으로 내려가서 축하해드리고
부산 바닷가에서 아버지가 쏘시는 멋진 수상 뒷풀이도 하고 오자고..
부모가 가장 행복한 날은 자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니겠냐고..
작년에 엄마 돌아가시고 혼자 외로움을 견뎌내신 아버지를 마음껏 축하하자고...우리도 들떴었지요.
그런데 잠시 소상사태를 보이던 코로나 사태가 다시 일어나자 시상식이 취소되었다며
개인별로 시상식없이 상장만 전달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시상식이 없다니 조금 서운했으나..그래도 작품 수거도 해야 하니
우리는 그냥 원래 계획대로 아버지 작품을 전시장에서 관람하고..부산에서 수상 뒷풀이를 하기로 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부산 전시장으로 갔습니다.
먼저 전시회장으로 가서 전시된 아버지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부분 대상으로 전시된 아버지의 작품 앞에서..우리는 사진도 찍고..
내가 만들어간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의 얼굴에는 살짝 소년의 치기어린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 상기된 볼이라니..소년처럼 순수하신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거기까지였습니다.
우리의 기대가 한순간에 실망으로 바뀐 것은.....
작품을 철수하고 대상 상장도 받고..다 했는데...
그런데 대상 상금 백만원은 줄 기미가 안 보입니다.
혹시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아버지 통장 계좌 번호를 알려 드려야 하나?
그래서 주최측에 물어 봤더니..대상 상금은 없답니다.
ㅠㅠㅠ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 모집 요강에도 그렇게 쓰여 있었고...아버지 입상 발표 용지에도 그렇게 쓰여 있었는데...
대상 상금이 없다니?
암튼..우리는 아버지의 실망한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겠는데...
상금은 없다니..그냥 허망하게 상장만 받아서 집으로 오는데..
아버지의 저 실망감을 어떻게 풀어드려야 할지..
상금 받아서 자식들 앞에서 아주 폼나게 한 번 턱하니 내겠다고
큰 소리치시던 아버지의 그 소년같은 의기양양함이 금세..기가 죽어 어깨가 축쳐진 모습을 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우리 아버지의 얼굴에서 그 소년같은 으시댐을 다시 찾아드릴 수 있지?
그때부터 우리 남매와 며느리, 사위들은 아버지의 기분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온갖 아이디어를 다 짜내야 했습니다.
얼른 부산 바닥을 떠나고 싶은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울산으로 갔습니다.
울산 태화강변의 흐드러지게 핀 꽃양귀비 밭으로 모시고 갔지요.
그곳에서 꽃을 보며 조금 마음을 달래고, 집으로 와서..
대상 수상 파티를 시작했습니다.
대상 수상이니 이런 날은 한우를 먹어야한다며...한우고기를 배부르게 먹고..
주최측의 얄팍한 사기행각을 술안주로 삼아.. 열변을 토하며 성토했습니다.
대상 수상 파티를 하하하 껄껄껄 웃으며 시끌벅쩍 유쾌하고 기쁘게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시 모집 요강을 꼼꼼히 읽어봅니다.
* 문화체육부 장관상 -상금 300만원(매입금)
*부분대상 상금-100만원(매입금)
....
저 매입금...이란 단어..
저것을 누가 제대로 이해했을까?
국어 국문과를 나온 나도 이해할 수 없다면 ..
그건 애초에 다분히 사기심을 깔고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사용한 용어인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다들 자신이 듣고 싶은대로 듣고
읽고 싶은대로 읽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모집 요강을 내면서 저렇게 상금을 명시해 놓으면
누가 '매입금'이라는 단어에 신경을 쓰겠는가?
매입금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대상 수상자의 작품을 주최측에서 매입한다면 그 가격이 300만원이고,100만원이라는 소리란다.
그렇다면 아버지께 작품을 파시겠냐고 물어보기라도 했어야 했다.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노인들을 상대로..출품료 장사를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얄팍한 상술로 "서예'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이런 사기성 공모전을
열지 않도록 정부에서 무슨 조치가 있기를 기대하며 여기다가 하소연 해 봅니다.
옛날..우리 아이들 키울 때..
유치원이나 학원 같은 곳에서 미술대회...웅변 대화..태권도 대회..등을 열어서 참가비 받고
상을 나눠주던 것과 뭐가 다르랴...
돈 100만원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순진한 우리 아버지의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너무 속이 상했다.
그래도 아버지 덕분에..우리 남매들 하루동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진 것으로 만족한다.
고.. 사기당한 기분을 떨쳐내보려 애를 써 보지만...
아버지가 받았을 상처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주최측이 괘씸해서 여기다 장황하게 털어 놓는다.
첫댓글 혹시...이 카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라고 판단되면 지우라고 말씀해주세요.
어르신들을 상대로 너무 사기성 행사를 하는 단체가 있는 것 같아서 올린 것이니..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얼마 전 ..
<한시속으로>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당한 기억이 있네요.
자기가 마치 거촌인냥 다른 카페에 가서 글을 올리고 몇몇 분들에게
전화번호도 묻고 하여 제가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빠진 적이 있지요.
다행히 <아이디>랑 여러가지를 요소를 감안해 오해는 풀었습니만,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淸樂堂님이 올린 이 글은 당분간,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께
경고 하기 위하여 게시판을 옮겨 보관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않아도 다 짜고치는 그들만의 잔치 입니다. 지역유명 서예해학원장들이 대부분상장 파는 상인들이지요
서예세상 카페인줄 잠시 착각요.
근데
정말 중요한 정보입니다.
감사해요 ~~~^^
문화예술계 출품시는 주최 측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상에 대해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중요한 정보를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의 공모전들에 바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서예, 한국화 등의 순수한 동호인들과 예술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권위 있는 공모전뿐 아니라 수많은 유사단체의 잡다한 무슨 공모전이나 대회까지 이러한 장사속과 심하게 말하면 사기성 협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모전 역시 순수한 실력으로 입상자를 선발하지 않고 그저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며 나눠먹기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철저히 심사위원들의 맘대로 즉 親疎 여부로 결정됩니다.
그러니 뜻 있는 사람들은 기존의 단체나 공모전 등을 아예 외면하거나 •••
•••
혹은 소외된 사람들은 그 단체 탈퇴하고 다른 단체 만들어 또 공모전으로 똑같은 행태, 즉 장사와 사기행태를 반복합니다.
그러니 이런 亂場적 풍토에서 건전한 예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수준과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대중의 외면을 받을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깊은 노력없이 연줄로 입상 횟수만 채운 실력없는 전문인, 개념없고 형편없는 지도자들, 자존심마저 잃어버린 예술가들 때문에 우리의 전통예술은 점점 설 자리를 잊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에 지적해주시고 꾸짖어주신 큰 용기에 격려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國展급은 최소 10여년이상 그 분야에 노력을 기울이고 연륜을 쌓아야 입선 대열에 동참할까 말까 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합니다.
반대로, 입선만하여도 그 영광과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한마디로 가문의 영광이지요...
게시글의 어른은 은퇴후, 특히나 상처후 홀로되어 모든 걸 잊기위해 서예에 몰빵하였다가 대상의 영광 만큼이나 기대치가 무너저 본인은 물론 가족의 낙담이 얼마나 컷겠읍니끼 까?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하지만 주최측의 표현에 매입금라는 단어가 있는걸 보면 수상작품이 전시되어 팔렸을때 돈을 주겠다는 것 같은데...에잇 쯪쯪...
하여튼 국전 출품 준비하는 분들의 정성을 돈으로 환산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럴싸한 이름의 단체명의의 공모전 돈 장사하는게 현실이라 안타깝고 눈 크게 뜨고 잘 봐야하게씁니다. 모든 서예인들이 싸잡아 욕 먹을 까봐 걱정도 됩니다.
게시글 어른의 서예 실력 향상됨에 기대 실망치를 내려 놓으시고 건강조심하시고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