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게 위안을 받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개미가 있으면 주로 피하려고 노력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땅 바닥을 많이 보는 편이다. 헌데 정말 개미는 없는 곳이 없다. 지금은 집안이 따뜻해지면서 개미보다 오히려 바퀴벌레가 늘어났지만 옛날에는 집개미들도 참 많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단 것이나 빵가루 같은 걸 흘리면 작은 개미들이 어느새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그런 개미들의 출몰도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밖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장 집 앞에 나가면 내가 걷는 곳은 어디나 개미들이 기어다닌다. 숲도 예외는 아니다.
점심을 먹고 정보센터를 한 바퀴 도는 데 턱이 넓은 개미들을 피해 발을 딛다가 그런 생각이 났다.
'얘네들은 정말 우리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흔히들 2차원공간이라고 하지만, 개미는 지구에서 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가득하지 않은가? 그렇게 보면 정말 지구는 개미의 별이다. 개미 뿐이겠는가? 잡초와 미생물 등 수많은 종이 지구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인간과 무관하게 마치 지구가 자신들의 별인 듯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지구가 과연 인간의 별이라 할 수 있는가? 다행스럽게도 그건 좀 무리가 있는 말이다.'
내 고민에만 빠져 살면 정말 삶이 우울할 때가 있다. 인간의 문명만 보면 정의와 평화란 어렵고 암울해 보인다. 그러다가 이렇게 개미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곰팡이나 잡초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또 전혀 달라진다.
인간이 작고 사소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집착의 무거움을 문득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시골집이라 저희집은 개미천국 거미천국입니다. 그래서 늘 우리는 개미에게 얹혀 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함께 살면서 서로의 영역을 넘지 않고 필요에 의해서 사용되는 공간^^
개미와 쥐와 바퀴벌레는 지구별을 이미 오래 전부터 점령하여 무궁하게 살아온 생명종족이지요~..! 개미의 눈으로 세상을 ...^^ 멩이님의 일기는 알맹이가 든 법문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