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조금 더 연락을 자주 하게 됐다.
일상에 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 부터 가벼운 농담까지
어느날 진료 마칠때쯤 되서 지영이로 부터 톡이 왔다.
-아저씨 이거 뭐예요?
이러면서 사진을 한장 보내왔다.
왠 남자애 볼에 약간 하얀듯한 인설이 덮힌 발진이 올라와 있는 사진이었다.
병변보다는 남자에 얼굴에 더 눈이 갔다
절반 밖에 나오지 않은 사진인데 준수하게 생긴 아이였다.
-누구야?
제발.. 동생이기를
그러고 보니 좀 닮은것도 같고
-남자친구요~~
아.. 역시
-사진만 봐서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진균 감염이야 연고 바르면 괜찮아져 근처 병원에서 연고 처방받아서 발라
-진균 감염이 뭐죠?
-곰팡이라고~~ 더럽고 습한데 피는 곰팡이 있지? 그거랑 같은거다. 옮는거니까 조심하고
일부러 짖궂게 말한건 아마도 치졸한 질투심 때문이었으리라
-악!! 더러워~~아저씨 고마워요~~
그날 퇴근 후 혼자 망상에 빠져 있었다.
남자친구에게 날 뭐라고 소개 했을까?
친척? 그냥 아는 동네 의사? 찝적대는 중년남?
설마 처음 만난것부터 사실대로 다 말하진 않았겠지? 괜히 궁금해 진다.
다음날 오전진료를 마치고 잠시 쉬는데 지영이로 부터 톡이 왔다.
-아저씨 뭐해요?
-응 그냥 쉬고 있어
-병원 다녀왔는데 아저씨 말이 맞데요 얼굴에 곰팡이 피었데..ㅋㅋ
-응 그렇다고 했잖아. 잘 씻고 다니라고 해
또 짖궂게 말했다. 저 한마디로 둘이 싸우기를 바랬던걸까..
-안그래도 그렇게 말했더니 자기 잘씻는다고 하던데요? ㅋㅋㅋ
-근처에 가지마 곰팡이 옮을라~~
-괜찮아요 옮으면 아저씨가 치료해 주겠지 뭐
-그래 인간성 문제 있다는 소리 듣기 싫으면 잘 치료해줘야지
-뭐 믿음이 안가는 얼굴이긴 하지만요~~ㅋㅋ
-또 그소리니?
지영이가 치료 받으러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남자 친구랑 같이 오면 어쩌지?
그뒤로도 자주 연락을 하며 지냈지만 마땅히 만날 구실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가을로 들어서면서 환자수가 늘어나 내 몸이 피곤한것도 있고, 지영이는 지영이 나름대로 학교 과제 준비로 바빴기에 연락도 조금씩 뜸해져 가고 있을 때였다.
몇일 연락이 없어서 초조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톡이 왔다.
-아저씨
-응?
-나 어디게요?
-학교아니야? 도서관?
-나 입원했어요..
급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몇번 울리지 않아 지영이가 받는다.
[여보세요? 왜? 어디 아파서 입원했는데?]
수화기 넘어로 약간 지친듯한 지영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이틀 됐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계속 토하고..]
설마..아닐거야...순간 속으로 끔찍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남자들은 다 그런걸까..
[응.. 그래서?]
[과제 끝나고 술마셔서 그런줄 알고 하루 참았는데 열까지나고 배도 너무 아파서 응급실 갔더니]
[응 뭐래?]
[맹장이래요.. 그래서 수술 받고 누워있어용~~]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렇지.. 그런거면 나한테 연락할리도 없지)
내가 말했다.
[어제 수술 한거야?]
[오늘 새벽에 와서 응급 수술 했어요. 급하게 한다고 그냥 개복수술 했는데 흉터 남으면 어쩌죠?]
[흉터가 문제니? 복막염까지 가기전에 수술 잘했구만..]
[그래도 응급실로 와서 정신없이 들어가느라고 생각못했는데 복강경으로 하면 흉터 없다면서요..흉터 남으면 어떻게해.. 비키니도 못입는거 아니야?]
순간 지영이의 비키니 입은 모습을 상상했다.
[이제 안아프구만 그런말 하는거 보니까]
[이거 왜이래요? 한여름 비키니는 여자의 자존심이라고요.. 배에 상처있어서 못입으면 어떻게해..]
내가 호기롭게 말했다.
[걱정마라.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흉도 잘 안남지만, 설령 흉터 남는다 해도 아저씨가 없애줄게..아저씨가 뭐 전공하는줄 알잖아?]
[아는데 그다지 신뢰가 가는 얼굴이 아니라..]
놀리는걸 보니 이제 어지간히 통증은 가셨나 보다.
[아저씨 여기 다인실이라서 통화 오래하기 눈치 보여요 톡으로 할게요]
[응 그래]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좋았다.
그래 핑계 삼아 만나야겠네..
-지영아
-네?
-아저씨가 문병갈까?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이렇게 한번 얼굴 보는거지
-우리 엄마 와 있는데? 뭐라고 그러고 올려고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렇지..지영이 어머니면.. 사실 나한테는 누나뻘아닌가? 뭐라고 하지?
-주치의?
-하하하 무슨 주치의요?그리고 좀있음 퇴원이예요.
-엥? 오늘 새벽에 수술했는데?
-몰라요 실밥 뽑기 전에 퇴원 한다는데요? 2~3일 있다 죽먹을 수 있으면 퇴원하고 나중에 병원와서 실밥 뽑으면 된데요.
-아 맞다 맹장은 DRG로 묶여 있지
-그게 뭔데요?
-응 설명하긴 복잡한데 그런게 있어 나라에서 몇개 질환 정해놓고 그 병에 대해선 어떤 시술했느냐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병원에 주는거야..그래서 환자 오래 끌고 있으면 손해니까 최대한 빨리퇴원시켜..
-아..그래서 빨리 내보낼려고 하는건가..?
문병가는건 다시 생각해보니 서로 입장이 난처할것 같다.
내가 다시 말했다.
-그럼 퇴원하고 보자 수술 했으니까 몸보신해야지
-뭐 대단한 수술 한것도 아닌데요 뭘
-그래도 전신 마취하고 수술 한건데 .. 그런 수술은 체력 소모가 커
-그런가? 하긴 힘도 없긴하네.
-그래 그러니까 퇴원하고 맛있는거 먹자~~
-알았어요. 퇴원하고 연락할게요
-그래 몸조리 잘하고 있어
-네
몇일뒤 지영이는 퇴원했고 미음에서 죽을 먹게 되고 곧 가벼운 식사가 가능해졌다.
-이제 밥먹지?
-네 아직 자극적인건 못먹지만.. 아 매운거 땡긴다~~
-배는 안아파?
-네 꼬멘자리가 살짝 땡기긴 하는데 괜찮아요.
-이제 밥먹기 시작했으면 금방이야~~
-응 그럴거 같아요 우리 언제 봐요? 몸보신 시켜준다매~~
서로 스케쥴을 맞춰 보니 실밥 뽑고 그 다음날 보면 될것 같았다.
막상 약속을 잡고 나니 참으로 시간이 더디게 간다.
어제는 꿈속에서 수영복 입은 지영이가 나왔다. 뭔가 화난듯한 얼굴로 자기 배를 가르키는데.하얀 배에 붉은 흉터가 크게 눈에 띈다.
한참을 달래주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출근 시간이다.
호기롭게 내가 흉터 없애준다고 말하긴했지만 사실 수술자국으로 인한 흉터 제거술은 눈에 띄게 큰 호전도를 보이긴 어렵다.
초기에 재생레이저나 좀 해주면서 저절로 아물기를 기다릴 요량이었는데, 흉터 자체가 크게 남아버리면 뭘해도 소용없다.
제발 흉이 크게 남지 않아야 할텐데..다음에 만나면 흉터나 좀 보여 달라고 해야겠다.
과연 배를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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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배에 흰 선이.. (읍읍)
소설가 지망함?
취미 여초사이트는 나같은 문장 스타일 별로 안좋아 하더라구 그래서 남초 성향뛰는 몇것에 올려서 반응 볼라고 하는데 시벌년들이 히오스니 이지랄 해대네 ㅠㅠ
@Razormind 여초는 꼬추끼리 좋아하거나 여자랑 남자랑 판타지세계에서 꽁냥꽁냥하거나 여주 주변에 남자로 둘러쌓여있는 소설들을 좋아하더라
웹소설 사이트 자주 다니면서 깨달음
@Veax 그래서 이거는 어떤거 같음?
@Razormind ㅁ...마지막 줄만 읽...
재밌어
@Razormind 개인적으로 물결문양 조금만 줄이는 게 나을 것 같음
내 생각으로는 물결 너무 넣으면 아재말투같아서...~~~
@Veax 주인공이 40대 의사임
@Razormind 저 여자애는 그럼 왜 아재말투임
@Veax 그게 좀 걸리는구나 나는 1인칭 시점이라 40대 아재가 썰푸는 느낌으로 가려다가 그런건데 다음작에서는 줄여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