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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토대로 한 산행 계획에 따라 '늘거리 → 바위굴성 → 종자바위 → 종자산 → 갈림길 → 사기막골 → 중리저수지'의 7.5km 구간을 4시간 동안 줄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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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산[種子山]
높이: 643m
위치: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옛날 3대 독자 부부가 아기를 못 낳아 고심하던 중 이 산 중턱에 있는 굴속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후 아기를 낳았다는 전설로 종자산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일명 씨앗 산이라고도 한다.
등산코스가 급경사여서 등산코스다운 산을 선호하는 등산인이 많이 찾으며 진달래, 단풍, 한탄강의 바위 절벽, 기암봉이 볼만하다. - 한국의 산하
애초 11월 첫 주 일요일인 5일은 57년 만에 개방한다는 무등산 인왕봉 산행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일기 변화로 산행 당일 종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취소자의 속출로, 간신히 채운 성원이 다시 부족해, 산악회에서 산행 자체를 취소했다. 하지만, 취소자가 많아 발생한 산행 취소이기는 하나, 그 이유가 우천이라, 일기를 원망할 뿐 취소자에게 아쉬움은 없다. 사실 열흘 전부터 중기예보를 통해 일요일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어, Plan B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행 취소가 공지된 시각이 11월 3일 오전으로 다소 늦었고, 11월 11일 토요 무박 지리산 외삼신봉 산행이 잡혀 있어, 화요일 산행은 무리라, 대체 산행이 가능한 날짜는 토~월이다.
하지만, 일요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예정이라 가기로 했던 무등산뿐만 아니라, 각 안내산악회의 일요 산행이 무등산과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리고 취소하지 않고 강행한다고 해도 우중 산행할 생각은 없어, 일요일은 제외다. 그리고 일요일에 이어 월요일인 12일 오전까지 계속된 비 예보라, 월요일도 3일 예보가 나오는 토요일 산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토요일은 다른 지역은 흐리고 간간이 비가 내리나, 경기도 지역은 약간 구름이 낀 맑은 날씨라 산에 갈 수 있다. 해서, 이런 때를 대비해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던 대중교통을 이용한 근교 산행을 하기로 하고, 그중 몇 번 불려 나왔다가, 다양한 이유로 다시 대기 목록으로 들어간 초행의 포천 종자산을 달리기로 했다. 물론 월요일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마의태자 순례 산행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는 충주의 만수봉에 오른다.
애초 종자산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지장산과 연계해 올여름에 계곡 산행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산행에 밀려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비록 계절에 맞지 않게 따뜻한 날씨라고는 하지만, 이미 여름이 지나 계곡 산행을 할 때가 아니라, 이번에는 지장산을 빼고 종자산만 오르기로 했다. 다만, 종자산 종주가 8km가 채 안 되고, 소요 시간 또한 3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는 앞선 산꾼의 얘기라, 산행 중 귀가 버스 시간에 지장이 없다면 지장산까지 달리 수도 있다. 산행 준비는 종자산 단독이나, 지장산 연계나 날머리는 중리저수지고, 저수지 낚시터 부근에 펜션은 있으니, 식당은 확인이 안 되는 만큼 불광역표 김밥을 준비한다. 그 외에는 다른 산행과 같다.
토요일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발 포천행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데, 경기도 오산 친구 아버님 장례식장에서 서울로 돌아오다가 같이 간 친구의 차에 지갑을 놓고 내리는 바람에 기상은 제대로 했으나, 돈이 없어 집을 나서지 못했다. 물론 장례식장에서 마신 술의 영향으로 일어나기 싫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이라면, 핸드폰을 카드처럼 사용하면 되나, 오지랄 수 있는 종자산이 있는 포천에서 그게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고, 와중에 마누라는 새벽에 안내산악회를 따라 서해랑길로 떠난 후라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다. 해서 종자산을 달리고 있어야 할 토요일 집에서 푹 쉬면서 월, 화 중 언제 종자산에 갈 수 있을지 여러 조건을 따져봤다. 물론 일요일은 비 예보 때문에 무등산행이 취소될 정도였으니, 대상에서 제외하기는 했으나, 혹시나 하고 다시 일기예보를 확인하기도 했다.
금요 무박 지리산 외삼신봉 산행이 있어 할 수만 있으면, 월요일 마의태자 순례 산행의 하나로 포암산 만수봉 또는 종자산에 오르기를 원했으나, 새벽녘 폭우에 13~14시까지 비라 포기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화요일의 날씨도 확인했다. 월요일까지 비가 내린 후 기온은 급강하해 전국 대부분 산이 강풍에 영하의 기온이다. 설악산은 체감온도가 영하 17~16도로 눈까지 예보된 상태다. 종자산은 4~5m/s로 바람은 강하나, 600m를 조금 넘는 높이라, 기온은 영상 4~7도로 다른 산에 비하면 따뜻한 편이다. 물론 체감온도는 0~4도 정도에 불과하다. 어쨌든 강풍에 비를 맞는 거보다는 상황이 좋아, 겨울 산행이라 생각하고 다녀오기로 했다. 당연히 가을 산행에서 겨울 산행으로 변했으니, 김밥에서 뜨거운 물과 컵라면, 간절기 복장에서 동계 복장, 아이젠 추가 등으로 바꿔서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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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터미널에서 8시에 출발하는 포천행 시외버스를 타면 되니, 평소 산행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나도 되나, 습관이란 게 무서워 평소와 같이 5시에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냉장고에 있던 디팩을 배낭에 넣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이것저것 산행에 관련된 걸 확인한 후 계획보다 5분 빠른 6시 45분경 집을 나서, 연신내역에서 열차를 타고, 강변역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6시 49분경이다. 기상하자마자 모바일 승차권을 예매해, 별도로 매표할 이유가 없어, 바로 29번 동송행 출발 홈에 가서 보니, 차는 들어와 있는데, 아직 버스 문은 열지 않았다. 해서 그 앞 의자에 앉아 기사 오기를 기다렸다. 하긴 41인승 버스에 5명에 불과한 승객이라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출발 5분 전인 7시 55분경 기사가 도착하고, 승객이 다 타고도 7시까지 기다려 정각에 동서울터미널을 떠나 동송으로 향했다. 동서울에서 포천까지는 다른 차와 달리 무정차라. 중간에 정차했을 때 여기가 어딘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열심히 책을 보다 보니, 버스가 정차한다. 상식적으로는 종점인 동송까지 많은 정류장 중 첫 번째이니, 포천이다. 그런데, 시외버스터미널이 아니라, 시내버스 정류장이다. 당연히 포천이 아니라 그대로 앉아 있다가 무언가 이상해 기사에게 포천인지 물었다. 포천이란다! 안 물어봤으면 낭패 볼뻔했다. 황당해하며 내려서 상황을 확인했다. 다른 게 아니라, 포천시외버스터미널이 공사 중이라, 그 앞에 간이 정류장을 만들어 승객을 내리고 태우고 있다. 당시만 해도 정류장에 시외버스 시간표만 붙어 있고, 시내버스 관련해선 어떠한 정보도 없어, 그게 시내버스 정류장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분명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종자산행 60-1번 시내버스를 타야 하는데, 간이 시외버스 정류장만 있지, 시내버스 정류장이 없어, 아래로 내려가며 정류장을 확인했으나, 안 보여 반대로 위로 올라가니, 사거리 건너 시내버스 정류장이다. 당연히 사거리를 건너, 시내버스 정류장에 가, 시간표를 확인하려고 보니, 어떠한 정보도 없다. 요즘은 정말 오지가 아니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실시간 버스운행정보시스템도 없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지도 앱으로 버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런데, 기점 발 9시 30분 60-1번이 아니라, 9시발 100번도 이번 산행 날머리인 중리저수지로 간다는 정보다. 그럼 당연히 들머리인 중2리도 간다. 해서 100번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는데, 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응? 이런 황당할 때가. 해서 버스 정류장을 착각한 거로 생각해 사거리로 내려가, 우회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애초 9시 30분 60-1번 버스를 탈 계획이었으니, 100번을 그냥 보낸 건 뭐 그러려니 하고, 60-1번 버스를 기다렸다.
핸드폰 지도 앱으로 버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데, 9시 35분이 넘으니, 4분 내로 60-1번이 도착한다는 정보라 기대하고 있는데, 5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안 보인다. 다시 핸드폰을 확인하자, 60-1번은 사라졌다. 응? 그럴 리가, 해서 60-1번의 출발부터 종점까지 정류장을 확인했다.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100번과는 달리, 직진이다. 설마, 종점이 같은 버스가 사거리에서 방향을 달리할 거라곤 상상 못 했다가, 버스 두 대를 눈앞에서 놓쳤다. 낮은 기온에 바람은 강해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바람막이도 없는 버스 정류장이다. 포천이 군도 아니고 시임에도 이 지경일 줄이야! 어쨌든 다음 차를 타야 하나, 순서상, 100번이 먼저라,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버스를 기다려, 10시 25분 도착한 100번을 타고 중2리로 향해 11시 8분에 도착했다. 그나마 언제 도착할지 모를 60-1번이 아니라, 100번을 타 계획보다 1시간 초과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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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 동안, 다른 승객은 모두 내리고, 유일한 승객이 되어, 정류장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다가 한탄강을 건너기 직전 다음 정류장이 목적지인 ‘중2리’라는 방송을 듣고, 하차벨을 누른 후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갔다. 그리고 한탄강을 건넌 버스는 정류장을 40여 미터 앞에 두고 교통 신호에 걸렸다. 종자산 들머리는 길을 건너 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고로 정류장에서 건널목이 있는 여기까지 다시 와야 하니, 당연히 여기서 내리는 게 좋다. 다른 승객이 없고, 복장으로 등산객이라는 걸 알고 있던 기사가 문을 열어준다. 대단히 고마운 상황이라, 고맙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버스에서 내렸다. 오는 중 90이 넘어 보이는 노파의 밀차가 버스에 요동치지 않게 잡고 있었고, 버스에서 내려준 게 기사가 작은 불법을 감행하게 했을까?
허허벌판에 내려 먼저 볼일을 본 후, 등산화 끈을 조이는 거로 등산 준비를 마쳤다. 다른 날 같으면, 넥워머와 바람막이도 벗어 배낭에 넣었을 테지만, 그랬다가는 저체온증 걸릴 확률이 높다. 어쨌든 출발 준비는 끝나, 먼저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 고도를 확인하니, 40m에서 오락가락한다. 말이 안 되는 높이라, 그 상태로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길을 건너, 혹시 버스 시간표가 있을 수도 있어,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직전의 중2리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역시 없다. 기념으로 그 정류장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등산 앱을 확인하니, 117.3m! GPS를 수신하고 계산하는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증명이다. 고로 고도가 변하는 등산이나 하산 중 확인한 GPS는 오차가 크다는 뜻이다. 어쨌든 종자산의 높이가 642.8m니, 표고차가 530m 내외로 동네 뒷산치고는 꽤 높은 편이다.
고도를 확인하고, 마을로 향해, 몇 가구를 지나자, 등산 앱이 반응해, 확인하니, 벌 조심 경고다. 거의 모든 산기슭의 마을에서는 나오는 경고다. 심지어 산속 암자에서도 나오는 걸 보면, 인간이 있는 곳에 벌이 있는 건가? 아니, 인간이 벌의 영역을 침범했나? 당연히 경고를 무시하고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로 조금 내려가자,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정표에 '등산로 입구'라 적혀 있다. 그런데, 갈림길이라 생각한 곳은 사유지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미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서 확인한 길로, 사유지 도로를 등산객을 위해 개방한 거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열린 철책문을 통과하려다 왼쪽을 보니, 문에 무언가 달려있어 뭔지 확인했다. 소유주가 써서 매단 '알림'이다. 내용인즉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라를 개판으로 만든 무개념이 계속 설치면 등산로를 폐쇄하겠다는 경고다!
문을 통과해 가정집을 옆으로 지나, 포장도로로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이정표로 정상까지 1.6km! 530m의 높이를 1.6km 거리에 수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급경사로 산행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경고문이나 다름없다. 와중에 바로 경사가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평지나 다름없는 길로 다시 50여 미터를 가자, 앞에 다시 철책문이다. 이번에는 잠겨 있다. '야생 동물 피해 예방시설'로 물론 인간이라면 열고 드나들 수 있다. 문의 빗장을 열고 들어가 반대편에서 철책으로 손을 넣어 다시 빗장을 걸었다. 그 문을 통과하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작은 계곡을 건너자, 왼쪽 사유지 철책을 따라 평탄한 등산로로 바뀐다. 그리고 그 끝에서 종자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경사가 심하지 않지만,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산을 조금만 다녀본 등산객이라면 잘 안다. 완만한 경사가 길면 길수록 막판 경사가 더 심할 거라는 뜻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하더니, 울창한 숲 사이로 그나마 뒤의 조망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게 이 동네를 올 때마다 궁금한 출렁다리다. 산행 후 중1리 버스정류장에서 '한탄강 하늘다리'라는 걸 안! 물론 잘 보이지는 않으나, 기록을 위해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계속 오르자, 나무줄기와 줄기를 연결한 밧줄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전시설이라기보다는 급경사라 잡고 오르내리는 용도다. 아주 당연한 얘기로 고도가 더 높아질수록 하늘다리는 더 잘 보인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면 메모리가 남아 나지 않아, 무시하고 계속 올라, 너덜로 들어섰다. 마른 계곡이다. 그 너덜을 따라 급경사를 어느 정도 오르자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소리로 봐선 폭포다. 그런데, 종자산 산행기 어디에서도 폭포 얘기는 본 적이 없어, 정체가 궁금해 동영상을 찍으며 낙엽 쌓인 급경사 너덜을 오르자, 왼쪽으로는 철계단이 보이고 앞을 막고 있는 암벽으로는 물이 떨어지고 있다. 폭포로 그 시각이 11시 40분이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폭포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2단 폭포로 위에 작은 폭포가 또 있다.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왼쪽의 철계단이 있는 등산로로 가니, 철계단 바로 앞에 정상에서 0.9km 거리라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고, 그 뒤 바위에는 '사망사고 발생지점'이라는 '위험' 경고문이 있다. 해서 고개를 돌려 철계단 주변을 살펴봤다. 당장 철계단이 놓인 암벽은 사망까지 이를 정도의 높이는 아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데, 철계단 정상에 올라서 위를 보니, 저 위에서 굴러떨어지면, 누구나 죽겠다는 생각이 드는 급경사 암릉이다. 왜 저기는 계단을 설치하지 않고, 안전시설로는 밧줄 가드로 끝냈는지 궁금할 정도다. 아래에서 본 폭포 상류의 모습도 동영상을 찍으며 암릉을 오르자, 저 위로 폭포가 또 있다. 등산로는 밧줄 가드가 있는 낙엽 쌓인 급경사 암릉으로 직진이고, 폭포 방향은 오른쪽으로 밧줄 따위의 안전 가드는 없으나, 그 방향이 더 안전해 보인다. 물론 그 반대라도 폭포를 보기 위해 우회전했겠지만!
동영상을 찍으며 폭포로 가서 보니, 마치 비 오는 날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수처럼 보인다. 말인즉 암벽이 움푹 팼고, 튀어나온 부분은 마치 처마처럼 보인다. 그리고 영상을 찍으며 접근할 때는 몰랐는데, 그 처마 아래는 1~2m 간격으로 암벽꾼이 매달릴 수 있도록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는 고리가 달린 볼트가 박혀 있다. 산행기를 보니 오버행이라는데, 그건 암벽의 구조고 거기에 박힌 건 뭐라고 부르는지 없다. 볼트가 맞나? 어쨌든, 평소라면 차단막을 넘어 폭포 아래로 가 그 물을 맞았겠지만. 그랬다가는 바로 저체온증이라, 여름을 기약하고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낙엽 쌓인 급경사 암벽을 거의 기다시피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와중에 가다가 뒤로 돌아, 바위굴성과 사망사고가 났었다는 등산로를 감상했다.
참고로 산행 후 계획과 결과를 비교하다가, 바위굴성과 종자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계획인데, 실제는 그 둘 다 보지 못했다. 해서 궁금한 건 못 참고, 혹시 다른 코스의 등산로가 있을 수도 있어 구글링했다. 그 결과 저 오버행 암벽이 '바위굴성'이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 바위가 '종자바위'다. 당연히 바위굴성은 몰라도 종자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한 종자바위는 '안내문'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없어, 그냥 지나쳤다. 종자바위라 해서 촛대바위 비슷할 거로 생각해 그것만 찾으며 갔다. 아니면 누구 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잉태할 공간인 굴! 그런데, 검색 결과 바위굴성 굴에서 잉태했다는 얘기가 있어, 저체온증을 감수하고 폭포로 가지 않은 걸 후회했다. 어쨌든 비 온 후에 볼 수 있다는 바위굴성과 그 아래 폭포를 감상할 수 있었던 건 다, 산신령 덕이라 감사하고 있다.
네발로 기어 암릉을 지나 위로 오르자, 왼쪽으로 바위 전망대다. 당연히 그 끝으로 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뭇가지에 방해받아 전모를 볼 수 없었던, 하늘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옆의 자동차 경주용으로 보이는 트랙이다. 구글링해 보니, 포천 '레이스 웨이'다. 그리고 왼쪽 전면에도 그럴듯한 산이 보이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지도 앱으로 찾아봤다. 해발 662.7m로 종자산보다 높은 ‘불무산’이다. 당연히 처음 듣는 산이라, 한국의 산하에서 찾아보니, 산 소개는 없고 산행기는 많아 그중 하나를 읽었다. 얼마 전 다녀온 각흘산, 명성산 연계 산행[산행기]의 광덕산에서 분기한 명성지맥이다. 고로 앞에 보이는 산의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계속 가면 명성산이고, 더 가면 각흘산을 거쳐 한북정맥 광덕산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보장산으로, 그 능선이 한탄강으로 사라지며 명성지맥이 끝난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3분 정도 올라가자, 다시 전망대로 그 전망대까지 가는 게 쉽지 않아 보여,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보이는 거야 아래 전망대에서 본 것과 대동소이해 동영상으로 전경을 남긴 후 뒤의 바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뒤를 보니, 바위굴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걸 영상으로 남기고 다시 앞을 보자, 명성지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불무산 왼쪽 뒤가 명성산, 오른쪽 뒤는 한북정맥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을 향해 2분 정도 올라가자, 조금 전에 있었던 바위 전망대가 한눈에 들어와 사진으로 남겼다. 이후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올라가며 고개를 드니, 낙엽 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그동안은 보이지 않던 봉우리가 보인다. 정황상 종자산 정상이거나 그 직전 봉우리다.
속으로 '다 왔다!'를 외치고 위로 가는데, 그동안 수많은 낙엽 쌓인 급경사 등산로를 올랐으나. 등산로를 보고 겁을 집어먹는 건 오랜만이다. 경사와 쌓인 낙엽을 보니, 바로 미끄러질 거 같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해서 중간중간 보이는 나무와 바위에 의지해 간신히 오르자 또 전망대다. 가봐야 아래에서 봤던 것과 다르지 않은 경치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나, 그 전망대까지 가는 암릉이 재밌을 거 같아 다시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그리고 전망대 끝에 서자, 아래로 독야청청 소나무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아래에서 희미하게 보였던 명성산과 명성지맥이 조금은 자세히 보여 당연히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뒤로는 오른쪽 끝이 정상 또는 그 직전 봉우리고, 거기서 왼쪽으로 암릉이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면은 무슨 성벽을 보는 듯하다. 그 기세가 무언가 있을 거 같아 산행 후 찾아봤다. 종자산의 유명한 ‘노송능선’으로 이어지는 암릉이다.
왼쪽의 암릉 기슭을 감상하기도 하며 위로 올라, 12시 23분 아래 전망대에서 본 능선에 도착했다. 왼쪽으로는 노송능선으로 이어지는 돌탑 암릉이고, 오른쪽은 정상으로 향한다. 울창하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이라 생각하고, 우회전해 3분가량 가자, 등산 앱이 종자산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고,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촬영하며 2분이 넘게 갔으나, 정상이 아니다, 정상은 그 뒤에 있다.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라, 실망하지 않고 오른쪽 수직 낭떠러지를 감상하며 암릉을 따라가는 재미도 좋아, 그걸 즐기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29분 종자산(種子山)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정상석 바로 앞에는 '종자산 등산 안내도'도 있지만, 관리를 하지 않아, 전혀 쓸모가 없다. 그리고 지장산 방향에는 누군가 아니, 정상에 도착한 많은 등산객이 만든 돌탑 바위 위에 있다. 그리고 왼쪽으로 남으로 뻗어 내리는 능선이 보개지맥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긴 후, 정상석의 뒤에 음각된 글이 있어, 일단 사진을 찍은 다음 글을 읽어봤다. 약천 남구만(樂泉 南九萬)의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다. 무슨 뜻으로 종자산 정상석 뒤에 이 시조를 새겼을까? 이유를 추측하는 건 산행 후, 하기로 하고,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산이라, 삼각대를 꺼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었다. 이후 아래와 특별히 다른 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로 갔다. 역시다. 다만, 고도가 높아진 만큼 명성산의 위치와 산세는 더욱 뚜렷이 보여, 그 모습만 다시 사진으로 남겼다. 이후 날머리로 계획한 중리저수지로 하산하기 위해 지장산 방향으로 갔다. 애초 종자산과 지장산을 연계할 생각도 있었으나, 포천에서 버스 정류장을 착각하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해 그 계획은 버렸으나, 다음에 다시 시도하거나, 이어진 지장산에 오를 것에 대비해 이 기회에 산세를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해 앞을 유심히 관찰하며 갔다.
칼날 바위로 앞으로 가며 보니, 울창하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정상 못지않은 봉우리가 보인다. 정상보다 더 높아 보이기도 한다. 그 봉우리를 보자, 어떻게 올라온 정상인데, 고개까지 내려가는 건 인정하겠지만, 제발 많이 내려가지 않기를 빌며 전진했다. 와중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중2리 마을의 모습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가끔 고개를 돌려, 뒤로 보이는 종자산의 모습을 감상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으나, 역광으로 제대로 된 봉우리의 모습을 찍지 못해 아쉬웠다. 그렇게 무명봉으로 향하는데, 낭떠러지 끝에 독야청청 소나무다. 생각보다 종자산에 독야청청하는 소나무가 많다. 해서 노송능선도 있겠지만. 와중에 시절을 망각한 진달래도 보인다.
무명봉 바로 아래에 도착해 동영상을 찍으며 암릉에 올라, 12시 52분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에 도착했다. 당연히 거기서 보이는 조망도 같이 촬영했다. 그리고 뒤로 보이는 역광의 종자산 정상은 동영상이 아니라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저 멀리 지장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기록으로 남기면 대략 거리를 계산해 보니, 왜 안내산악회에서 종자산과 지장산을 연계하는 산행을 꺼리는지 알 수 있었다. 너무 멀다. 와중에 눈에 보이는 기복만 해도 만만치 않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름을 알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이정표만 달랑 서 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날머리인 중리저수지까지는 2.7km에 불과하다. 현재 시각 12시 59분, 점심시간 끝 무렵이다.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점심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았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대충 훑어본바 암릉이 끝나고, 낙엽 쌓인 흙길 또는 너덜이라,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이정표에 배낭을 걸어 두고 대충 넓적한 돌 위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무언가 놓고 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 그게 뭔지 몰랐다. 그러다 점심을 먹기 위해 컵라면이 든 디팩을 열어보고서야 그게 뭔지 알았다. 젓가락이다. 분명 어제저녁까지도 젓가락을 넣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막상 아침에는 기억이 안 나 그냥 왔다. 무언가 떠올랐을 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건 불멸의 진리나,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어쨌든 주변의 나무에서 가지를 잘라 젓가락을 급조한 후, 준비한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끓기를 아니 불기를 기다려 준비한 김치와 같이 점심으로 먹었다. 겨울이면 늘 그렇게 해왔듯이 뜨거운 물이 남은 보온병에는 말린 우엉을 몇 조각을 넣어 우엉차를 만들어, 라면을 다 먹은 후 그 차로 입가심했다.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인간이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없애고, 이정표에 걸어 둔 배낭을 내려 둘러메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그 시각이 1시 20분경이다.
하산을 시작해 무명봉 정상에서 내려오자, 오른쪽 아래 나뭇가지로 사이로 저수지가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낙엽 쌓여 미끄러운 흙길 등산로로 따라 내려가니, 당연히 고도가 낮아져 낙엽 져 앙상한 숲 외에는 보이는 게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갔다. 물론 보이는 게 없으니,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러다, 1시 32분 중2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가깝다는 걸 알았다. 물론 중리저수지가 목표라 직진할 거지만. 그리고 조금 가자, 저 앞 왼쪽에 이정표가 있고, 그 맞은편에는 나무줄기 사이에 금줄을 쳐놓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2리로 내려가는 길을 막은 거다. 그런데, 지도에 의하면 중2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앞의 조그마한 봉우리를 넘으면 또 있다. 그런데, 거기에 도착해 보니, 역시 금줄로 막았다. 결국 종자산 정상에서 지장산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하산하는 길은 중리저수지 외에는 없다. 물론 금줄을 무시하고 내려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금줄을 확인하고 앞에 있는 봉우리를 넘기 위해 올라가는데, 무언가 낙엽 사이로 빠르게 움직인다. 당연히 뱀이라 생각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낙엽을 유심히 살펴봤다. 뱀은 뱀인데, 도마뱀이다. 해서 기념으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꼼짝 안 한다. 해서 한 발 내디디자 움직이기 시작해 그나마 이놈이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 도마뱀과 노닥거리며,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쌍봉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이 종자산, 왼쪽이 점심을 먹은 무명봉이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형제봉이라 불리는 쌍봉이 많은데, 종자산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고 앞에 보이는 언덕으로 향해, 1시 46분 그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정표가 있는 쉼터다. 저수지까지 남은 거리는 2.1km!
언덕에서 내려와 계속 가자 다시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이 짧은 코스에 뭔 봉우리가 이렇게 많으냐고 투덜거리며 정상으로 향해 1시 54분 도착했다. 정상은 참호고, 그 바로 아래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이 중리저수지, 직진은 지장봉이다. 중리저수지가 목표라 당연히 우회전했다. 그러다 직진 방향 나뭇가지 사이로 봉우리가 보여 사진을 찍었다. 여기 기준 7.2km 거리의 언젠가 올라야 할 지장봉이다. 그리고 다시 하산을 시작했는데, 종자산에서 여기까지 오는 등산로와는 상태가 완전히 다르다. 여기까지는 기복은 있으나, 그나마 경사는 완만해 갈 만했다면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하산의 시작을 알려주는지, 기복은 없으나, 경사가 상상을 초월한다. 와중에 등산객이 다니니 않아, 낙엽은 발목을 넘고,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는 낙엽 아래가 진흙이라 더 미끄러워, 당연히 미끄덩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낙엽 쌓인 급경사를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왼쪽으로 금줄이 등산로와 같이 내려가고 있다. 금줄에는 중간중간 '출입 금지 산양삼 재배 구역'이라는 경고가 붙어 있다. 당연히 들어가라고 해도 들어갈 생각이 없어, 조망이 전혀 없는 등산로만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조망이 트이고 앞으로 지장산 봉우리들이 보인다. 앞에 보이는 세 봉우리의 정체를 알 수 없었으나, 등산 앱의 지도로 알아냈다. 왼쪽부터 내년 여름 계곡 산행으로 계획하고 있는 지장봉, 향로봉, 관인봉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조금 더 가자, 저수지가 바로 아래에 있고, 이정표도 보인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저수지까지 0.9km, 현재 시각 2시 18분이라, 목표대로 3시까지는 저수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임도가 보이는 곳에 도착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내려갔다.
임도에 도착해 보니, 철책이 가로막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웬만한 산줄기에는 다 있는 거라 그러려니 하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가자, 삼거리라 저수지 방향으로 우회전했다. 당연히 철책문이 막고 있다. 그런데, 자물쇠다. 그것도 빗장에, 굵은 쇠사슬을 추가해서 채웠다. 그리고 담치기를 막기 위해 문 양쪽 끝 철책으로 연결되는 부분에는 윤형철조망을 설치했다. 이건 돼지를 막기 위한 게 아니다! 오른쪽 철책 너머에서는 서너 마리의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럼, 아까 이정표에서 좌회전이 아니라, 우회전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돌아가, 철책을 따라가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길은 사유지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거다. 해서 다시 돌아 나와, 삼거리에서 위로 갔다. 임도 아니 작전도라 생각되는 도로를 따라 위로 가며 보니, 철책이 끝날 거 같지 않다. 그럼, 여기서 담치기해야 한다. 해서, 그 중간 덜렁거리는 문의 빗장을 꽉 채워 흔들리지 않게 한 다음 문을 넘었다. 철책은 끝이 뾰족뾰족해 넘기가 쉽지 않아 그게 없는 문을 택했다.
담치기 아니, 문치기 후 언덕을 내려가며 보니, 작은 계곡이 흐르고 그 양쪽은 식당이다. 평일이고 날이 추워 휴업인 거로 보이지만. 그리고 계곡을 건너는 간이 다리가 있어 그걸 건너며, 계곡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정확히는 지장계곡의 지류다. 아니, 종자계곡인가? 어쨌든 계곡을 건너자, 포장도로다, 그 도로를 따라 하류로 내려가 인가가 가까워지자 다시 벌 경고다. 이제는 익숙한 경고라 무시하고 가, 2시 46분 지장산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지장산 관인봉이고, 그 아래 계곡이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지장계곡이다. 이제는 버스정류장을 찾아야 한다. 당연히 우회전해 포장도로 내려가자, 왼쪽으로 저수지가 가까이 다가온다. 저수지 가로 좌대가 많은 거로 봐선 꽤 유명한 낚시터다. 다만 지금 낚시를 하는 강태공은 안 보인다.
산행 전 낚시터와 그 주변에 펜션이 많이 있다는 건 확인했으나, 식당은 확인을 못 해, 주위 건물 중 식당이 있나 살피며 내려갔으나, 일단 도로변에는 없다. 그런데, 반대편에 의외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60-1번 버스다. 산행 전 확인한 게 맞았다. 지도에 지장산마을 입구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거로 나왔으나, 긴가민가해 무시했는데, 버스가 그곳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마을 입구에서 정류장을 못 봤는데? 어쨌든 지금 들어간 버스가 돌아 나와 우회전이 아니라 좌회전하기를 바랐다. 우회전은 포천으로, 좌회전은 관인 파출소 방향이라, 파출소를 찍고 다시 돌아 나오기 때문이다. 산신이 도왔는지, 버스가 삼거리에서 신호대기에 들어갔다. 즉 좌회전한다는 뜻이다. 고로 저 차가 파출소를 찍고 나오는 걸 잡아타고 포천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정류장과 관인 파출소까지 거리를 모르니, 언제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할지 예측이 안 돼, 서둘러 삼거리로 가 좌우를 확인했다. 왼쪽 50여 미터 거리에 정류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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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4분경 '중1리·중리초교·지장산 입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으나,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의 정체가 궁금해 도로를 따라 관인면 방향으로 올라가며 왼쪽을 주시했다. 산세로 봐서는 지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그럼, 저 앞에 보이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지장산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지 않을지 궁금해 거기까지 가봤다. 산 아래 있는 건물은 초등학교고, 그 방향으로 지장산 이정표는 어디에도 없는 게 지장산으로 오를 수 있는 정규 등산로는 없어, 실망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이후 기록 중이든 트랙을 중단한 후, 배낭을 내려놓고, 종자산 중봉에서 만든 뜨거운 우엉차와 직접 딴 귤로 몸을 녹이고, 배를 채웠다. 포천 시내 버스정류장과는 달리, 그나마 바람은 막아주는 정류장이나, 하다못해 시간표도 없어, 핸드폰 지도 앱으로 버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60-1번이 3시 30분경 종점인 관인파출소에서 출발한다는 정보라, 남아도는 게 시간이다. 해서 포천에서 동서울로 가지 않고, 바로 불광역까지 갈 방법이 있을 거 같아, 지도 앱을 이용해 찾아봤다. 당연히 있다. 포천시청 기준 2시간 10분이 걸리는 코스로 동서울을 거쳐 가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예상대로 의정부로 가서 34번이나, 360번을 타란다. 포천에서 의정부로 가는 버스는 많으나, 의정부에서 불광역으로 가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고 정확한 시간표가 없어, 꺼려질 뿐이다. 하지만, 포천에서 동서울을 거쳐 불광역으로 향할 때가 마침 퇴근 시간이라 그건 또 피하고 싶었다. 해서 포천 맛집을 찾아 하산주를 마신 후 퇴근 시간을 피해 서울로 진입하거나, 20분 정도만 기다리면 34번, 360번 둘 중 하나는 올 거로 예상되는 의정부를 거쳐 가는 거 둘 중, 전자인 포천 하산주에 무게 중심을 뒀다. 그렇게 귀가 방법에 관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3시 38분경 중3리에서 걸어 나올 때 만났던 60-1번이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게 보인다.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포천으로 향해 4시 31분 포천시청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맛집을 검색했다. 가장 가까운 곳이 700m 거리다. 해서 주변에, 순댓국이나 탕 종류의 식당이 있나 둘러봤으나, 없다. 그런데, 맛집 검색하는 지도 앱에 의정부행 버스가 가깝다는 정보다. 해서 고개를 들어 도로를 보니, 의정부행 138번이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어 고민 없이 바로 타, 5시 17분 의정부 버스터미널 정류장에 내렸다. 그리고 바로 실시간 버스 운행 정보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34번, 360번 정보는 없다. 정확히는 없는 게 아니라, 차고지다! 배가 등짝에 붙을 지경이고, 사거리를 건너면 그 유명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라, 사거리를 건너 부대찌개 거리로 향하는데, 그 길목에 '불타는 소금구이' 집이 있다. 그걸 지나쳐 가다가, 부대찌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1인분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라, 여기서 고기로 체력 보충이나 하자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와 연탄 소급 구이집으로 들어갔다.
무엇보다, 소금구이 집에서 가까운 버스정류장에는 34번 360번 두 번호의 버스가 있으나, 부대찌개 거리 정류장에는 360번밖에 없는 게 식당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식당으로 들어가, 소금구이 2인분과 빨갱이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와 먼저 무사 산행을 감사하는 건배하고, 고기를 구워 빨갱이 한 병을 거의 비우고 나니, 고기는 질려서 못 먹겠고, 밥이 강하게 당긴다. 해서, 공깃밥을 주문하자, 젓국을 더 줄지 묻는다. 그렇지 않아도 시래깃국을 더 달라고 할 참이었는데, 젓국? 강화도에서는 젓국갈비, 경기도 북부는 시래깃국도 젓국이라 부르나? 어쨌든 보충한 젓국과 함께 남은 빨갱이를 반주로 밥을 먹고, 6시 55분경 자리를 정리하고 계산했다.
결제 과정에 오류가 생겨 다른 식탁을 계산하는 바람에 취소하고, 다시 결제해야 했다. 하지만, 애초 실수를 한 이유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알바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는 동안, 창밖을 보고 있는데, 계산 끝 무렵 360번 버스가 지나간다. 자리를 정리하고 바로 결제했으면, 저걸 탔을 거다! 입맛이 쓰지만, 짜증 내봐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360번이 지나갔으니, 34번이 곧 들어올 거라 기대하고, 사거리를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리고 버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정류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구경하고 있는데, 광역버스가 막 문을 닫자, 짐을 메고 끌고 달려온 젊은 청년이 버스를 향해 손짓하지만, 버스는 그냥 출발한다. 그 청년의 분노가 온 거리를 덮는다. 향후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해 쳐다보고 있는데, 2분 후 34번 버스가 도착한다는 정보다. 그리고 7시 2분 도착한 버스를 타고, 8시 3분 동명여고 정류장에 내려 8시 15분 집에 도착하는 거로 종자산행을 마감했다.
사기막골을 거쳐 중리저수지로 하산하려던 처음 계획과는 달리 '늘거리 → 바위굴성 → 종자바위 → 종자산 → 지장봉 갈림길 → 중리저수지'의 9.7km(램블러)의 오지를 4시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37분, 휴식 23분!
포천시 시내버스 안내 시스템의 부재로 두 대의 버스를 그대로 보내며 한 시간가량 추위에 떨다 보니, 사람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를 알겠더라!
산행 전 확인한 여러 산행기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폭포를 감상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산신을 깍듯이 모신 보답이 아닐까?
동서울터미널 기준 2시간 내로 들머리에 접근할 수 있는 종자산, 지장산이라는 새로운 근교 산행지를 발견한 건 큰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