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탐방]
[20] 팔룬의 구리 광산 지역
광산 역할은 다했지만…
오랜 시간 채굴했던 모습 고스란히 남아있어
지난 6월 22일은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뜨고 낮이 긴 하지(夏至)였어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에게 하지는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있지만,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답니다. 북반구 고위도에 있는 스웨덴은 겨울이 유난히 길고 일조량이 적어요. 그 때문에 햇빛을 길게 만끽할 수 있는 하지는 매우 특별한 날이지요. 이에 스웨덴 사람들은 해마다 '하지 축제'를 개최해요. 그중에서도 스웨덴 중부 스베알란드 지역에 있는 달라르나에서는 가장 성대한 축제가 열리는데, 이곳은 축제 말고도 유명한 것이 또 있어요. 달라르나의 주도인 팔룬은 스웨덴 광산 채굴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곳으로 명성이 높답니다.
과거 팔룬에 사는 목동이 목초지에서 풀을 뜯어 먹고 돌아온 염소의 뿔이 빨갛게 물든 것을 보고 구리 광산을 발견했다고 해요. 실제 팔룬에서 구리를 캐기 시작한 시기는 9세기 무렵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13세기 이후 본격적인 광산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구리 용광로, 제련소 등의 산업 시설이 갖추어졌지요. 팔룬 광산에서 생산된 구리는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되어 스웨덴 왕실에 엄청난 부를 안겨다 주었어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지붕과 스페인의 동전에도 팔룬 광산에서 캔 구리가 사용되었답니다.
▲ 수백 년 동안 구리를 생산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팔룬의 구리 광산 마을.
|
자영 광산업자들은 구리 제련소의 주식을 소유하여 회사 형태로 팔룬 광산을 운영했어요. 이는 주식회사의 시초가 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라고 해요. 광산 개발이 활발했던 만큼 사고도 잦았는데, 1687년에는 대규모 산사태로 광산이 무너지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어요. 일이 벌어진 날이 광부들의 휴일 중 하루인 세례 요한 축제일이었기 때문에 천만다행으로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땅이 무너져 크게 파인 거대한 구덩이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답니다.
17세기에 왕성한 광산 개발과 함께 광산 주변에 계획도시가 들어서며 팔룬은 스웨덴에서 둘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어요. 이후 외국에서 많은 과학자와 기업인이 팔룬을 방문하여 어마어마한 광산의 규모와 용광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구리 산업과 관련된 놀라운 구조물을 보고 감명했다고 해요. 하지만 1992년에 이용 가능한 광물이 거의 고갈되면서 1998년 12월 8일, 마지막 발파를 끝으로 팔룬 광산의 채굴은 중단되었답니다.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광산을 산업 유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유네스코는 2001년에 팔룬의 광산 지역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어요. 비록 광산으로서의 역할은 끝났지만, 광산 박물관과 건축물, 노천 광산, 지하 갱도 등은 팔룬을 찾는 관광객의 눈길을 여전히 사로잡고 있답니다.
[1분 상식] 하지 축제란 무엇인가요?
스웨덴은 하지를 전후로 3일 동안 뜨거운 여름 햇살을 마음껏 즐기는 축제를 열어요. 마을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면 쇠뿔로 만든 피리를 불어 하지 축제의 시작을 알리죠. 그러면 사람들은 '마이스통'이라 불리는 나무 기둥을 세우고 나서 그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며,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기도한답니다.
노수향 대교 제품개발실 연구원
좋은 날 듣고 싶은 Pop 모음
편안한 쉼터 ★ 맨위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