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에서 생림으로
종일 비가 내린다고 예보된 오월 하순 월요일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토요일이라 대체 공휴일제를 적용받아 이날까지 연휴였다. 이번 비의 강수량이 제법 될 듯하나 바람은 세게 불지 않을 듯해 우산을 받쳐 쓴 산책을 나섰다. 아침 일찍 집에서부터 걸어 퇴촌삼거리로 나가 창원대학 앞에서 도청 뒷길을 걸어 창원중앙역에 닿았다. 순천을 출발해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가려는 행선지는 삼랑진으로 가까운 거리라 동일 요금을 적용받았다. 창원중앙역 기준으로 밀양역을 지난 경부선 상동역까지와 삼랑진역을 지난 원동역까지는 기본요금 구간에 해당했다. 즉 엊그제 다녀온 한림정이나 삼랑진은 기본요금인 2천 6백 원이다. 빗길에는 자동차보다 열차가 안전함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삼랑진에서 내려 우산을 받쳐 쓰고 강변을 따라 걸어볼 참이다.
삼랑진 역사를 빠져나가 읍 사무소가 위치한 송지리로 갔다. 송지는 4일과 9일이면 오일장이 서는 날인데 비가 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밀양에서는 2일과 7일은 시내 내일동 상설시장 주변에 오일장이 서고, 수산에서는 3일과 8일에 오일장이 열렸다. 예전에는 오일장이 서면 인근에서 기른 농산물과 타지의 생활 잡화와 수산물까지 장터에 물건이 가득하고 손님들이 붐벼 왁자했다.
어느 지역에서나 인구 감소와 함께 오일장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거기다 비까지 오고 있으니 장터가 형성되지 않았다. 여태 텃밭으로 내다심을 임자를 만나지 못한 채소 모종과 비닐을 덮어씌운 과일 노점상이 보였다. 그 가운데 송지장에서는 민물고기가 눈길을 끌었다. 강에서 건져 올려졌을 커다란 잉어는 대야가 비좁도록 드러누운 채 아가미로 가쁜 숨을 할딱였다.
장터는 강변답게 봄 한 철 웅어가 생선회로 썰려 팔림이 특색이다. 웅어는 낙동강하굿둑이 막히기 전에는 삼랑진이나 남지까지도 거슬러 올라와 많이 잡혀 흔한 물고기였다. 은어처럼 치어가 바다로 나가 자라다 성체가 된 봄이면 산란하러 모천으로 되돌아왔을 때 어부의 그물에 걸렸다. 지금은 현지에는 잡히지 않아 장터 상인은 영산강 하구에서 잡은 웅어를 가져와 판다고 했다.
송지리에는 장날은 물론 무싯날도 영업하는 묵밥집이 있다. 30여 년째 손으로 빚은 두부와 묵으로 상을 차리는 식당이다. 나는 삼랑진을 지날 때면 장날이 아니라도 그 식당으로 들어 묵밥을 먹어 보곤 했다. 철이 지나선지 다 팔려선지 도토리묵은 없고 메밀묵만 있다고 해 점심때가 일렀지만 메밀묵밥을 시켜 먹었다. 맛국물에 삭은 김치와 삶은 콩나물에 가루 김이 얹혀 나왔다.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읍사무소를 지나 강둑으로 갔다. 예전 버들섬이라는 하중도 유원지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철길과 좁은 국도의 두 개 다리가 놓였던 김해 생림으로 건너는 낙동에는 교량이 더 생겨났다. 강심에는 서울로 가는 KTX 교량에다 부산대구간 고속도로의 높다란 다리가 지나갔다. 거기다 국도가 좁아 4차선 교량까지 다섯 개 다리가 일정 간격을 두고 걸쳐졌다.
낙동에서 옛길 낡고 녹이 슨 국도 트러스트 교량을 건너니 김해 생림이었다.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져 삼거리 정자에 앉아 세찬 빗줄기가 잦아들기 기다렸다. 쉼터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마사로 향해 걸으니 강변 오토캠핑장은 우중이라 찾은 이들이 적었다. 생림 마사에서 한림 모정으로는 경전선이 복선화되면서 단선 철길 터널은 자전거 길로 만들어 고개를 넘어가지 않아도 되었다.
모정마을을 지나다 길섶에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가 보여 발길을 멈추고 우산을 받쳐 쓴 채 따 먹었다. 유월이 되어야 익을 산딸기가 철을 당겨 벌써 오월 하순에 영글어 있었다. 화포천 하류 모정교를 건너 들녘의 시전마을과 부평마을을 지나니 한림면 소재지였다. 한림정역은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무인역이라 승차권을 구매하지 않은 채 창원중앙역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탔다. 2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