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심장’
작가 ; 조셉 콘래드
초판발행 ; 1902
<암흑의 핵심(어둠의 심장)>
말로는 아프리카의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의 사유지인 콩고 자유국을 여행하였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아프리카 대륙을 포격하는 프랑스 군함, 흑인 노예들에 대한 잔인한 처우, 상아로 한몫을 잡으려는 백인 식민주의자들의 무자비한 탐욕을 회상한다.l
말로는 명민하고 이상주의자인 유럽인 커츠를 만나기를 원한다. 그를 만났을 때, 이미 더러운 백인으로 타락해 있었다. 말로는 죽어 가면서도 아프리카인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저 야만인을 모조리 쓸어버려라,’고 고함 지른다.
여기서 어둠의 삼징은 단순히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둠의 심장은 타락한 커츠의 심장이자 유럽 제국주의의 심장이다.
'암흑의 핵심'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바라본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침탈을 다루는 소설이다. 저자 조셉 콘래드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서 활동한 문인이다. 콘래드는 직접 배를 탔던 경험을 바탕으로 뒤늦게 문단을 등단하며, 서구의 팽창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 글을 써온바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을 통해 과거 경험담을 회고하는데, 사안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주인공 ‘말로’는 젊은 시절 벨기에의 한 무역회사 선장으로 콩고를 방문한다. 그의 임무는 콩고 강 상류 오지에서 오래 동안 상주한 '커츠'라는 주재원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다. 말로는 콩고강을 거슬러 오르며 서구문명의 잔혹성과 식민지를 지배하는 백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목도하며 '(내) 체험의 절정'을 느끼게 된다. 최초로 아프리카에 진출했을 때, '연민과 과학의 사자'를 자처하였던 백인들은 식민지 수탈에 몰두한 나머지 일말의 도덕적 양심도 점차 잊어가면서 악의 모습으로 변질되어 갔다. 그들의 '문명'의 세계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스스로 야만이라 일컫는 현지의 습성을 배우며 인간성을 잃어갔다. 주인공 말로가 커츠를 찾아가는 길은 이 소설의 제목처럼 '암흑의 핵심'으로 다가서는 길이 된 것이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제국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는 책으로 읽혀진다. 주인공은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서구문명의 도덕적 정당성에 회의를 갖게된다. 취항전 무역회사 사무실에 걸려진 세계지도를 바라보며 붉은색으로 칠해진 넓은 영토를 바라보며 흐뭇해하던 모습은, 취항 후 콩고강을 거슬러오르며 "어처구니 없는 침입이 종식되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존재로서 콩고의 밀림에 압도당하게 된다. 서구권이 이룩한 문명적 우위에서 한 걸음 벗어나 대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문화를 성찰하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식민지의 단면: 문명인과 원주민 중 누가 더 인간적인가.>
변화된 시각은 자연히 현지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게 하였다. 주인공은 콩고 기슭에서 새롭게 식인습성을 가졌다고 알려진 현지인들과 함께 항해를 하게 되는데, 식량부족으로 식인족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지만 이들의 엄격한 자기절제를 바라보며 인간성을 느낀다. 미개한 원주민이자 교화의 대상에서 인간성을 갖춘 다른 인격으로 바라보는데, 이는 주인공의 회상에서 현지인에 대해 "그들도 인간답지 않다고 할 순 없었어"라는 부분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이런 깨달음은 식민지배의 정당성에 의문으로 이어지고, 자연히 서구문명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된다. 즉, 제국주의적 팽창을 통해 개선, 교화를 통해 원주민을 인간화한다는 구호야 말로, '대속적' 이념을 통해 신념화된 인위적인 도덕적 양심으로 인해 식민지배의 약탈과 무자비한 침략 행위를 덮는 도구라고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본인이 속한 세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서야 이뤄졌다. 주인공은 울창한 수풀과 고요한 강물을 헤치고 '세상이 처음 시작되던 시대'로 들어가면서, 점차 문명의 세계에서 벗어나며 공간과 시간에 대한 감각이 마비됨을 느낀다. 이는 밀림의 대자연속에서 '인간이야말로 보잘것없고 방향을 상실한 존재'라며 인간의 무기력함을 깨닫고는 스스로 자세를 낮춰 좀더 가까이 시선을 옮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태초의 자연 속에서 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원주민은 스스로 소통하고 교제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사회였다. 즉, 서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미개한 원주민은 결국 개화의 대상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문명이 주어지는 안온한 삶속에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정당성을 갖춘 이들은 결코 깨달을 수 없는 자아비판의 순간이다. 결국 스스로 속한 곳에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보들은 늘 안전할 수 있다."는 주인공의 말은 제국주의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며, 나아가 동시대의 문명권에서 식민 지배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영유하는 동료들에 대한 비판이었다.
첫댓글 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심연 Heart of Darkness>는 단편이나 장편, 어느 한쪽에 포함되기 애매한 100 여쪽 분량의 짧은 소설이지만, 끝까지 읽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어둠의 심연> 자체는 현대의 유명한 영화 한 편으로도 각색되었다. <지옥의 묵시록>이 바로 그 영화다. '지옥의 묵시록'이란 또다른 제목만큼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베트남과 달리, 원작은 19세기 콩고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에 굳이 배경이 중요할까?
커츠의 몰락 등을 통하여, 제국주의의 열강들의 추악한 모습을 비판한다, 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많이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쪽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이 책의 진가를 너무 축소시키는 짓이다. 커츠의 몰락은 영웅의 몰락이자 서구 제국주의의 추악한 진실이며 인간의 본성의 고발일 것이다.
독자는 소설 속 말로의 주절거림을 통하여 이성과 과학의 사도인 커츠가 야만과 잔임함의 괴물로 변해버린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목격하기까지의 과정을 모험으로 빙자하여 고통스러울정도로 치밀하게 글로 풀어쓴다. 마치 글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커츠처럼 어둠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그러나 더욱 무서운 사실은 커츠나 말로 또한 그저 평범한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인간이 지옥을 견딜 수는 없다. (저 The horror! The horror!를 솔직히 딱히 대체될 말은 없는 것 같은데 보통 저렇게 번역하는 것 같다.) 이러한 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유언 중 하나인 커츠의 외침은 그렇기에 마치 읽는 독자의 머릿속을 후려갈기는 망치질과 같다. 커츠는 영웅이나 괴물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너와 똑같은 평범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영웅이나 괴물의 모습으로서 나온 커츠에게 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지프 콘래드(영어: Joseph Conrad, 1857년 ~ 1924년)는 폴란드 출신의 영국 소설가이다. 본명은 유제프 테오도르 콘라트 코제니오프스키(폴란드어: Józef Teodor Konrad Korzeniowski)이다.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폴란드 태생 작가"라는 아이러니가 늘 따라붙는 조셉 콘래드는 1857년생이다. 그는 폴란드가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1857년 12월 3일에 독립투사이자 문필가(시인·극작가·번역가)인 아버지 아폴로 코르제니오브스키(Apollo Korzeniowski)와 어머니 에바 코르제니오브스키(Ewa Korzeniowski)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 속국이었고 조셉 콘래드의 부모는 반정부운동에 가담했던 전력으로 1962년부터 유배 생활을 시작했다. 1865년 폐결핵으로 어머니가 사망했고 1868년 아버지를 여의었다. 이후 외삼촌의 보호 아래 자랐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실질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그는 광범위한 독서를 했고, 그중 항해와 탐험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다.
문학적 소양을 지닌 아버지의 영향으로 폴란드어로 교육받고 프랑스어 문학가 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열두살에 고아가 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열여섯 살에 학업을 중단하고 선원이 되기 위해 프랑스 마르세유로 갔다. 프랑스에서 수습 선원으로서 4년을 보내는 동안 그는 도박 빚을 지고 권총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 후 영국으로 건너가 1880년과 1884년에는 각각 이등항해사와 일등항해사 자격시험에 합격했고, 세계 여러 나라를 오갔다. 그는 1886년 8월에 영국으로 귀화하고, 그해 11월에 일반선장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1894년 1월에 선원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스물네 살 때 본격적인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1878년부터 영국 상선으로 자리를 옮겨 영어로 작품을 쓰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프리 마이어스의 『조셉 콘래드 전기』를 보면, 처음 영국에 왔을 때 그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1894년 선원 생활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면서 모든 작품을 영어로 집필했다.
셉 콘래드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개명하고, 1895년 4월에 그의 첫 번째 소설 《올메이어의 어리석은 행동》(1895)이 언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1896년 3월, 그는 언윈 출판사에서 알게 된 제시 조지(Jessie George)와 결혼했다. 그는 20여 권의 소설을 남겼는데, 배를 탔던 경험을 살린 해양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다. 주요 작품으로는 《암흑의 핵심》(1899), 《로드 짐》(1900), 《노스트로모》(1904), 《서구인의 눈으로》(1911) 등이 있다. 1924년 8월 3일, 콘래드는 예순일곱 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1874년부터 시작된 바다 위에서의 생활은 그의 작품에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대표작인 『로드 짐』은 동남아시아 항해를 경험으로 한 것이며, 『노스트로모』는 1876년의 서인도 제도 항해를 바탕으로 했다. 이밖에 주요 작품으로 『올메이어의 어리석음』,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 『비밀요원』 등이 있다.
중립과 방관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정치의 모습을 냉엄하게 추구했던 그의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그 실존주의적 인간관과 엄격한 정치인식으로 대단한 주목을 끌어 오늘날에는 19세기와 20세기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작가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