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맷돌 / 김종해
맷돌을 돌린다
숟가락으로 흘려넣는 물녹두
우리 전가족이 무게를 얹고 힘주어 돌린다
어머니의 녹두, 형의 녹두, 누나의 녹두, 동생의 녹두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녹두물이
빈대떡이 되기까지
우리는 맷돌을 돌린다
충무동 시장에서 밤늦게 돌아온
어머니의 남폿불이 졸기 전까지
우리는 켜켜이 내리는 흰 녹두물을
양푼으로 받아내야 한다
우리들의 허기를 채우는 것은 오직
어머니의 맷돌일 뿐
어머니는 밤낮으로 울타리로 서서
우리들의 슬픔을 막고 북풍을 막는다
녹두껍질을 보면서 비로소 깨친다
어머니의 맷돌에서
지금도 켜켜이 흐르고 있는 것
물녹두 같은 것
아아,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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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풍경이야기
어머니의 맷돌 / 김종해
어느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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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0
24.05.08 06:1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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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려서는 맛도 없는 녹두를 왜먹을까 생각했었는데 나이 50대 부터는 어머니가 맷돌에 갈아 만든 녹두전이 최상의 맛이 었음을...
매일 정성스럽게 올려주시는 시들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어느덧님~ 감사해요~^^
잘걷자님! 반갑습니다
지난날 함께 걸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고창에서도 잘 걷고 있으며 모두 즐거순 마음으로 걸으며 건강하십시오
저희 시댁은 명절에 꼭 김치녹두전을 하거든요.
맷돌은 아니고 믹서기로 갈긴 하지만..
이 밤에 그 녹두지짐이 먹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