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anism
상징주의 미술은 언뜻 보면
무엇을 그렸는지 알 것 같다가도
자세히 뜯어보면 그 의미가 불확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THE MEETING OF ANIMALISM AND AN ANGEL
프로이드가 " 낯섲것은 비밀리에 익숙한 것"이라고 말했다던가
낯선 그림속의 풍경들이 문득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고
심지어 익숙하게 느껴질때도 있다
낯섦과 익숙함이 어떻게 서로 공존하는 것일까?
After Joséphin Péladan, The Supreme Vice
하기야 우리가 꿈에서 처음 본 풍경도 전혀 생소하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상징주의의 작품들은 꿈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흐리며
우리의 뇌세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The Blood of the Medusa
Orpheus
신화를 소재로 했음에도 신화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거기에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의 몽롱한 그림자를 덧씌운 것처럼,
상징주의 회화는 '알 수 없는 그 무엇'
그러나 '인간 내면을 움직이는 그 무엇'을 향해 줄달음친다.
Ishtar
Animality
신비로운 영적인 세계나 인간 무의식, 신화를 농도 짙은 관능의 세계와 교묘히
결합한 상징주의는 산업화이후 더욱 풍요로와진 유럽의 물질적 조건과
그 세속성의 증대에 갈수록 흔들리며 부유하는 영혼의 갈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Requiem
상징주의는 유럽 전역에 성행했지만,
그 추동력을 제공한 곳은 프랑스와 같은 '산업화된 가톨릭 국가'였다.
벨기에 역시 일부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산업화된 가톨릭 국가'라는 점에서
상징주의의 중심이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The Temptation of St Anthony
'산업화된 가톨릭 국가'에서 산업화가 요구하는 합리적이고 유물론적인 가치관과
가톨릭이 추구하는 중세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가치관이 충돌할 때
양자의 어느 한 편에도 설 수 없었던 예술가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탈출구 혹은 절충점이 바로 상징주의의 세계였다.
The Sister of the Artist
벨기에 출신의 유명한 상징주의 화가 페르낭 크노프(1858~1921)는
주로 자신의 누이 마르그리트를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린 화가이다.
마르그리트는 그의 누이였을 뿐 아니라 실은 그의 연인이기도 했다.
Ligeia I
Study of a Woman
Study of a Woman
이런 점은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부분인데,
일탈적인 행위와 그로 인한 윤리적 갈등 때문인지
그의 그림에서는 정신적 긴장과 마력 같은 것이 느껴진다.
Who Shall Deliver Me
삶과 예술에 대한 크노프의 모토는
"인간이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자기 자신뿐"
이라는 것이었다.
자기 지향성 혹은 내면 지향성이 유달리 강했음을 알게 해주는 좌우명이다.
Secret
By the Seaside
그가 자신과 피를 나눈 누이를 연인으로 삼은 것도
자기 지향성을 뚜렷이 반영하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크노프 역시 의미를 찾으려 자신의 내부로 망명한 전형적인 상징주의였던 것이다.
Memories
크노프가 1889년에 그린 <기억>은
누이 마르그리트를 모델로 그린 유명한 그림 가운데 하나이다.
황혼 무렵 테니스 게임을 마치고 돌아서는 중산층 여인들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그 여인들은 모두 마르그리트이다.
여러 사람이지만 사실은 한 사람을 그린 이 그림은,
그 묘한 분열적 정체성과 무의식의 침전물을 흔드는 듯한 황혼의 감상이
보편적인 관념으로서 기억의 이미지를 인상깊게 전해준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은 이렇듯 저물어가는 의식 속에
분열적으로 남아있는 자의 파편일지도 모른다.
I Lock my Door Upon Myself
크노프 특유의 이런 희미함과 모호함은 <나는 나를 가둔다>와 같은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것은 한 고혹적인 여인이 고독에 깊이 젖어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전경의 꽃이나 배경의 장식 모두 쓸쓸함과 아련함을 전해준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침잠하는 고독의 끝은? 그것은 다름 아닌 잠이다.
더 이상 현실을 수용하지 않으면서도 영원한 망각으로 빠져들지도 않는 것,
그것은 바로 잠이다.
그래서 크노프는 여인 뒤쪽에 잠의 신 히프노스의 두상을 그려놓았다.
머리에 날개가 달린 그 조각상을 보노라면 그림 속의 여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은 진정으로 고독한가?
그렇다면 나와 같이 저 깊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의 자비를 구하자.'
A Blue Wing
1858년 동플랑드르(현재 벨기에 중 네덜란드에 가까운 쪽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의 행정관 집안에서 태어났다.
브뤼헤(Buges:중세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벨기에의 손꼽히는 도시이다)에서 성장했고,
아카데미에 다녔지만, 퇴학당하고, 브뤼셀의 로스쿨(law school)에 입학.
이 학교에서 자비에르 멜러리(Xavier Mellery)로부터
' 미술은 사물의 정신'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질문을 던지는 것 '
이라는 점을 배웠다고 한다.
The Cigarette
Standing Woman
그는 1883년 벨기에로 돌아와 '20그룹(Group des XX)'의 창설 멤버가 된다.
이들은 당대의 많은 화가들과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1892년 크노프는 친구 조세핀 페라당(Joséphin Péladan)에게 고무되어,
파리에서 첫 살롱전(Salon de la Rose+Croix)을 갖는다.
이후에는 시를 쓰기도 했다.
My Heart cries for the Past
첫댓글 몽환적인 그림들이네요... 덕분에 그림감상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