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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국무총리상) 수상작 - 붉은 울음 | ||
국무총리상 수상작 - 시 | ||
강원일보
2014-8-14 (목) 12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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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만해축전 전국 고교생 백일장]붉은 울음-신지원<경기 안양예고 2년> “아름다운 언어 전 세계에 알릴 것” 2014 만해축전 제16회 전국 고교생 백일장에서 `붉은 울음'이라는 제목의 시로 대회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신지원(경기 안양예고 2년)양은 “며칠 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시골에 갔다가 우연히 할머니가 고추 말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무수히 많은 고추 사이에서 홀로 나뒹굴고 있는 찢어진 고추 하나를 발견, 그것에서 발상을 얻었다”며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바람'이 주제로 나오자 망설임 없이 활용을 했다”고 소감. 신양은 “1학년 때에 비해 수상 실적도 저조하고 이어지는 낙방에 많이 괴로워하며 마치 무리 속에 끼지 못하고 홀로 나뒹구는 고추처럼 오랫동안 홀로 붉은 울음을 쌓아왔다”며 “이번 대회를 원동력으로 삼아 더 겸손한 자세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다짐. 이오덕 작가와 백석, 황동규, 이윤학, 이정록 시인을 존경한다는 신양은 “우리말의 중요성과 우리나라만이 가진 향토성, 아름다운 표현 등을 다섯 명의 선생님을 통해 배웠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언어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겠다”고 포부. 붉은 울음 - 신지원(안양예고 2년) 녹도알처럼 조그맣게 뜬 별빛이 하늘에서 밭에 누울 자리를 경작하고 있어요 네 조각으로 분할된 선풍기 바람을 끌어안고 나는 툇마루에 누워 귀뚜라미의 휘파람을 듣죠 아직 익지 않은 대추가 하나하나 마당을 비추면 머리 꼭지가 뜯겨진 고추들이 가지런히 널려 있어요 고추들도 각자 바람을 나누어 가졌을까요, 신선한 바람이 텅 빈 몸통에 세를 들어요 나는 시골 햇볕 아래에서 등허리가 발갛게 되도록 잘 익어가는 중인데, 고추는 완전히 익기 전 죽음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배울 뿐이죠 귀뚜라미는 곡비라도 된 듯 고추밭에서 끊임 없이 울고 있어요 내가 죽음을 알기 전 웃음은 사실 울음이었나요 고추는 두 번째 죽음은 용납하지 못하는지 그저 빠져나가지 않는 붉은 울음으로 껍질 안을 가득 채워요 본디 울음은 바람처럼 새어나가는 것인데 고추는 바람을 노잣돈처럼 소중히 간직해요 이제 여름의 바람이 조금씩 새어나가면 곧 가을이 찾아올 거예요 |
축전상(문체부장관상) 산문 수상작 - 역풍 |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작 - 산문 |
2014 만해축전 전국고교생 백일장 심사평 심사평-오정희 심사위원장 ◇만해축전추진위원회와 강원일보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4 만해축전 전국고교생 백일장이 지난 12일 인제 실내테니스장에서 열려 참가 학생들이 `바람'과 `동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인제=박승선기자
△산문 부문=바람에 대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흔한 글제이면서도 글로 쓰기 쉽지 않은 바람을 고등학생다운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잘 형성화했다. 특히 조정선수의 경험담이라고 생각되는 글은 바람의 상징성을 개성적으로 해석해 삶의 의미와 잘 연관시키는 구상력이 돋보였다. 이와 함께 바람의 의미를 한정하지 않고 다의적으로 해석한 글도 흥미로웠다. 아쉬운 것은 소설적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으로, 이는 보다 많은 독서와 습작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 부문=지난해보다 수준이 높다. 그러나 어른스러운 작품들이 많았다. 시류나 유행에 따르지 않고 진솔하게 자신의 개성이 드러난 작품이 좋다. 죽음, 이별, 무당 등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문체와 언어는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고등학생으로서의 갈등과 고민,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잘 표현돼 있었고, 그 작품의 깊이가 놀라워 앞으로 시단이 풍성해질 것 같은 예감이 있어 좋다. 문청(文靑)의 초입에 있는 고교생의 문예는 우리 문학의 미래다. 우리 사회, 가족사와 분리돼 있지 않은 학생들의 날카롭고 신선한 시상들은 고무적이며 희망적이다. 대상으로 뽑힌 `붉은 울음'은 섬세하고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표현기법이 돋보였다. `내 서랍 속의 바람과 바람', `바람의 크기'는 고교생의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하나의 작품 속에 형상화했다. 앞으로 모든 학생의 정진을 빈다.
△시조 부문=글제 `바람'은 그 특성을 파악해 형성화 한 작품들이 많았고, `동행'은 일상 가운데 같이 호흡하며 여기에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을 그려낸 작품들이 많았다. 더러 시조의 형식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형식을 잘 지켜서 절제된 시상을 담아내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고무할 만한 점은 한두 수의 짧은 형태는 없었고 거의 모두가 3수 이상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시적 호흡도 탄탄하고 시상 전개도 무리없이 되고 있어 백일장의 높은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작품은 `바람'이라는 현상을 단순한 자연의 상태로 그리지 않고 생명을 부여하고 깊이를 느끼게 하는 사유를 담고 있다. `천수경을 암송'하고 `반배하는 들풀 사이/꽃들이 피어난다'라는 대목에서 기성 시인을 넘어서는 탁월함이 엿보인다. `동행'의 작품에서는 어려움 가운데 희망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선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수상의 자리를 차지한 학생들에게는 축하를 드리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심사위원장=오정희 소설가
◇본심=신달자 시인, 이영춘 시인, 고형렬 시인, 오세영 시인, 장영우 평론가, 홍성란 시조시인, 이지엽 시조시인
◇예심=장석남, 이홍섭, 서안나, 권현형, 한승태, 한영숙, 박재연, 이서화, 김영삼, 김도연, 양연주, 박현욱, 박종대, 이학영,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