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
ㅡ베끼기ㅡ
U.S.오픈에서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 (27ㆍ미국)선수가 우승컵을 들었다. (2020.09.21).
통산 7승의 기록을 세웠다. 운칠기삼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자신만이 지닌 노력의 댓가로 본다.
괴짜 수학 천재인 그는 고교 시절 200달러짜리 물리학 교과서를 도서관에서 빌려 모두 필사한 경력이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부모에게 책값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학자는 물론 예ㆍ체능에 능한 사람도 천부적으로 재능을 타고 나야 하지만 노력으로 이루는 결과는 대단한 저력이다.
그는 골프를 과학적인 기법으로 친다. 웨지부터 3번 아이언까지 10개의 샤프트 길이를 모두 92.25cm로 통일했다. 본인 만의 기준이 있는 과학이다. "뭐든 집중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벤 호건이 썼던 베레모 스타일의 모자가 멋있어 보였는지 대회 때마다 같은 디자인의 모자를 쓰고 경기를 한다. 골프 전문가들이 그에게 '괴물이 된 괴짜'라고 한다. 낚시 타법 최호성 선수도 독특한 동작으로 골프를 쳐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나는 골프에 소질은 없지만 체력 단련 운동으로 생각하고 올 여름엔 자주 연습장을 찾았다. 등산 중 고관절 부상으로 10여년을 쉬게 되어 감각이 둔해졌다. 레슨비를 아끼기 위해 유트브에서 프로들의 기법을 열심히 베끼고 있다. 공식대로 실습을 반복해서 미비한 부분을 계속 연마한다.
ㅡ고전에서ㅡ
나름대로 독서의 습관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외우고 베낀다. 정신을 집중하는 데 효과가 있다. 사서와 사기, 삼국지와 한서, 도덕경, 채근담을 비롯해 소설과 스포츠, 한문 문법, 명언과 경전 등을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매일 필사하고 있다. 고전을 읽다보면 정치나 경제, 사회와 문화, 예술과 병법술까지 다양하게 섭렵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외우는데 약해 공책에 옮겨 적는 수 밖에 없다. 중요한 대목이나 재미있는 부분은 중복해서 베끼기도 한다. 법화경은 반년에 걸쳐 필사하면서 마음을 다스렸고 천수경과 금강경, 반야심경 필사를 마치고 나니 마치 숙제를 다 한 마음이었다. 분야별로 분류해놓은 필사본을 언젠가는 필요한 곳에 기증할 생각이다.
ㅡ정신력ㅡ
'글쓰기 동서대전'에서 읽었다. 조선의 문장가인 박제가는 이런 글을 남겼다. "벽이 없는 사람은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이다. 대개 벽癖이라는 글자는 '병 질疾'자와 '치우칠 벽'자를
따라 만들어졌다. 병 가운데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치우친 것을 벽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창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터득하는 정신을 갖추고, 전문의 기예를 습득하는 일은 오직 벽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하략)
분야별로 살피다보면 벽에 들린 사람들을 많이 접한다.
나의 가장 취약脆弱한 부분이라면 한 페이지를 읽기도 전에 잠이 쏟아져 책을 덮는다. 책 한 권을 읽어내지 못했다. 끈질기게 질책하며 의지력을 길렀다. 어느 순간부터 습관이 달라졌다. 스스로 터득한 방법을 계속 반복해서 읽고 쓰게 되어 게으름을 물리쳤다. 신기할 정도로 독서 애호가로 변해가고 있다.
글에 취한 이옥(1760~1815?)의 글 한 토막을 옮긴다.
"이상하구나! 먹墨은 누룩이 아니고, 책에는 술그릇이 담겨 있지 않은데 글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장차 항아리 덮개나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글을 읽고 또 다시 읽어, 읽기를 사흘간 했더니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나와, 위장속에 있는 비릿한 피를 맑게 하고 마음속의 쌓인 때를 씻어내니, 정신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장자莊子가 말한 무하유지향에 들어가게 한다."(하략)
어느 분야나 공식은 있다.찾아내지 못할 따름이다. 기술만 연마하면 목표를 이루게 된다. 만 권을 독파하면 세상의 이치를 터득한다.
게으른 수재자는 없다.
세월을 일없이 보낸다면 늙어서 후회하게 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에 걸렸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해내지 못하는 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의 장점을 베끼다 보면 객체를 주체로 바꾸는 지혜를 얻는다. 지금도 글쓰는 중이다.
2020.09.23.
첫댓글 정병경선생님, 늘 힘이 되는 열정적인 글 감사합니다^^
'글이 나를 취하게 한다'는 이옥의 말이 멋집니다.
베끼기, 필사는 그 자체가 실력입니다.
지금도 글쓰는 중이신 지허 정병경 선생님,
대단한 실력가이십니다...
노력의 깨우침을 이렇게 공유 해 주심에
새삼 미안함과 고마움의 마음입니다
좋은글로 좋은 양식을 마음에 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