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성준은 교도소 앞에 서있었다.
이제 조금후면 제희가 모습을 나타낼 것이었다.
그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졌다.
옆에서 지켜보는 최변호사 또한
연신 미소를 머금었다.
그 어떤 재판보다도 이번 재판의 승소가
더 뿌듯하고 의미 깊었다.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철커덩. 탁-'
두터운 철문이 열리고
제희가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다소 수척해져있었지만
표정만큼은 한결 밝아져있었다.
성준과 최변호사는
제희 앞으로 걸어갔다.
제희는 성준의 모습에 멈칫하다
이내 미소를 보였다.
성준은 그 미소에
모든 것을 얻은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 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뭐라고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지..."
제희의 고마움에
최변호사는 손사레를 쳤다.
그리고 여전히 인자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더 고마워요.
제희씨가 어려운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난 제희씨를 돕지 못했을 테니까.
이번 재판이 나에겐
너무도 소중한 교훈이 됐어요."
최변호사는 제희를 포옹으로 위로하고
그녀의 귓가에 작게 말했다.
"당신이 차사장을 살린 겁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이런 무모한 사랑 방법은
택하지 말아요.
하늘이 두 번 도우리란 법은 없으니까."
제희는 살며시 웃어 보였다.
살짝 볼이 붉어짐을 느꼈다.
"난 이만 가봐야 할거 같군.
나중에 다시 보지."
최변호사는 그렇게 두 사람만을 남겨두고
자리를 떴다.
두 사람 다 최변호사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모습이 점이 되어 사라지자...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엉켰다.
서로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우리도 그만 가지.
잠깐만 기다려. 차 가지고 올게."
성준은 주차시켜 뒀던 곳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제희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매너있게 조수석의 문을 열고 제희를 태웠다.
미끄러지듯 빠져나간 차는
시원하게 도로 위를 달렸다.
살짝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들어와
제희의 머리칼을 흐트렸다.
성준이 창 밖만 응시하고 있는
제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제희는 잠시 생각하다 한 마디를 내뱉었다.
"성당이요."
"성당?"
"네. 태어나서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꼭 가보고 싶어졌어요."
성준은 의아해하면서도
가까운 성당을 향해 차를 몰았다.
이윽고 차가 성당 앞에 세워졌다.
제희가 먼저 앞장서 계단을 올랐다.
그 뒤로 성준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성당의 내부가 펼쳐졌다.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두 사람의 몸을 감쌌다.
제희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중간쯤에 자리한 의자에 앉았다.
성준도 제희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처음으로 기도를 했어요.
날 버린 사람에게......
그리고 날 살린 사람에게...."
성준은 제희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제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읊조렸다.
"이번 일로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세상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모두 나를 경멸하는 건 아니구나....
나도 세상의 일원이구나.....
........
...
더 늦지 않게 알게 돼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안그랬으면 아직도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겠죠."
성준이 앞을 응시한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 너무 잘된 일이야.
이제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으니
니 존재가 더 빛을 발할 거야.
난 그렇게 믿어."
제희는 성준을 말없이 바라보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나즈막히 말했다.
"나도 수녀가 될 수 있을까요?"
"안돼!"
성준은 제희의 말에 소리쳤다.
제희의 놀라움과 실망한 듯한 표정에
성준은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수녀는 안돼."
"왜요?
내가 깨끗하지 못해서요?"
실망감과 좌절감이 담긴 목소리로
제희가 되물었다.
성준은 제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게 아니야.
니가 수녀가 되면....
너와 결혼할 수가 없잖아...
난 너랑 결혼할 거란 말이야..."
그 말을 하는 성준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따라 제희의 볼도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니가 수녀가 될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넌 자격이 없어.
수녀는 주님을 사랑해야하는데....
넌 나를 사랑하잖아......
그러니까 넌 영원히 자격이 없어..."
제희의 볼이 좀 전보다 더 불게 물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놀란 눈으로 성준을 응시했다.
성준의 따뜻한 손이
제희의 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살짝 힘주어 잡았다.
"나와 결혼해줘.
지금 내 손에 꽃이 들리지도...
청혼 반지가 들리지도 않았지만..
그 꽃과 반지보다도 이 곳에서....
내가 널 두고 맹세할게..
평생 너만 바라보고....
너만 사랑할게....
그리고 니 옆에서 널 지켜줄게.
니가 좋으면 나도 행복할 거고...
니가 아프면 나도 아플 거야....
너와 모든 걸 함께 할게.
나와 결혼해 줄래?"
제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떨리는 입술 사이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난 당신에게 사랑 대신에 이별을
줬던 사람이에요...
내가 배운 사랑은 그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내가...."
"맞아. 넌 나에게 이별을 줬어.
그런데 이별 다음에 뭔지 알아?
그리움이야.
우린 서로 그리움을 배웠어.
그리고 그리움 다음엔 다시 사랑이야.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 왔어.
이제 우린 서로 사랑하면 되는 거야."
제희의 볼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성준은 그녀의 볼에 손을 가져다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짧은 키스를 했다.
"사랑해."
제희의 작은 몸이 성준의 품에
쓰러지듯 안겼다.
그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서로의 심장이 맞닿아
너무도 빠르게 뛰었다.
**
성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뒤를 응시했다.
잔잔한 반주가 흐르고
문 앞에 서있던 두 사람의 형상이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 들어왔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워 보였다.
점점 사람들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이윽고 두 사람의 모습이 앞으로 사라지자
모든 사람들의 눈이 앞으로 집중됐다.
걸음을 멈춘 두 사람을 향해
신부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그리고 서로 반지를 교환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주님 앞에서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두 사람은 뒤돌아 하객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성당안을 울렸다.
그 축복 한가운데에...
멋스런 턱시도를 입고 서있는 남자와
새하얀 드레스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서있는 여자는...
사랑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
성준과 제희였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은 채,
서로를 응시했다.
너무도 따스한 시선이 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하객들은
진심 어린 축복을
미소에 담아 보내주었다.
상처투성이의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으로 보듬으려는 남자...
그 두 사람의 결실은 이렇게 맺어졌다..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사랑...
그리고 그 남자를 위한
여자의 헌신....
그 누구하나 서로를 향한 마음에
무게를 잴 수 없다.
그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깊고
또한 위대하다.
누구나 이런 말을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가 될 수는 없다고..
하지만 하나가 되려 노력하기보다는....
둘임을 인정하고 그 사이의 공백을 메 꾼다면
하나보다도 더 위대한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 Thanks To...
마지막 글을 다 쓰고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든 생각은 제가 완결까지 해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구요...
두 번째는 이렇게 제 글을 많이 사랑해주신 분들이
새삼 더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오타도 많고 내용도 다소 엉성하고 미흡한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의 덕택이었습니다.
제 글을 읽고 격려해 주신 분들이 안 계셨다면
전 아마 진작에 두 손들고 포기했을 겁니다.
몇 백번 감사하다는 말을 드려도 모자랄 만큼의 마음을 받았어요..
너무도 감사하구요...또 감사합니다...
혹 여러분들께 아쉬움이 남는 글이 될지라도 전 이것에 만족합니다.
예전보다는 제 글 솜씨가 조금은 다듬어졌다고 느끼거든요.
물론 아직도 더 갈고 닦아야하지만 천천히 하나 하나씩 해가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고 길다며 긴 시간이었는데 함께 해주신 분들께...
너무도 감사한 마음 다시 한번 전합니다.
전 다음에 다른 작품으로 찾아 뵐 것을 약속드리고요...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 보여드릴게요.
그때까지 모든 분들 건강 조심하시구요....
항상 행복이 깃든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
1편부터 지금까지 꼬리말로 힘을 주신 분들입니다!
고마운 분들과 좋은 만남을 갖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록기마누라님, 짱2쁨님, 연보리님, 삐뽀삐뽀빠방이님, shinepak님, 사랑이밥먹여준다님,
☆지금처럼☆님, ♡I ŁØЦЁ YØЦ♡님, 죽은만큼..♡님, smilelhy님, yasisi님,
초록빛꿈님, oki6050님, 여우의유혹o님, Robin Goodfellow님, 아라v님, ★상희★님,
해워니조아님, 정미주님, 맑은눈부심은형님, 니가나를알오님, 예쁜두리님, 유리구두y님,
시험은싫어님, 소천이님, S2정믜늬S2님, 아쿠아미야님, bravekiwi님, 고놈 참-님,
기분좋은날a님, 사이코님, 백수도간다님, 감자광-_-님, 큐티소녀님, 희원이에요님,
은형아사랑해≥∇≤님, dldbwls님, 언젠가는y님, 수수꽃제비님, ★꿈많은소녀☆님,
향긋한 여인님, 로하로하님, 미경미경미경님, 온리님, Banana님, 찐빵빈님, 푼수수니님,
쁘띠소녀♥님, 잉꼬미용실님, 은아지님, j215h님, 보노보노와너구리님. 하늘꼬마a님,
레몬아이스님, 지붕위여우님, 하암~~님, 박연옥님, 송새봄님, ε이쁜♡말쟈₃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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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길...님, 설연님, 상큼규연~☆님, ∑여쁜겅쥬√님, EBAN님, 재희사랑님,
검은 고양이님, 쭐리엣님, 쿠숑님....』
# 혹 1편부터 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제목으로 검색하지 마시고...글쓴이로 검색하세요...
제목으로 검색하면 앞부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7편이 수정을 한 거라 순서가 뒤바뀌어있어요..
글쓴이로 검색하시면 모든 순서가 맞게 나옵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완결 ]
욕망 30 [완결]
순진한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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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56
04.10.20 13:46
댓글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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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습니다~ 하하!! 잘 되서 너무 좋네요...♥
1편부터완결까지정신없이보느라댓글은한개두달지못햇네요!정말죄송하구요소설너무재밋게봣습니다!해피엔딩으로끈나서너무죠아요!얼마나기대햇다구요>_<!
잘 읽었읍니다
처음부터 그냥 성준이의 제의를 받아들였으면 힘들지 않았을텐데 왠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웠는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