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슬아가 건강을 회복한 해
-2017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정석곤
작년부터 타오르는 촛불 민심은 사상 초유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정치 변화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사회 전반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의 아베 정권은 세계 패권경쟁으로 국익을 앞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김정은은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우리 집은 나라 안팎 급물살의 흐름에도 흔들림 없이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달려왔다. 올 한 해를 뒤돌아보며 우리 집 뉴스 10개를 선정했다.
1. 슬아야, 고마워
(큰며느리 씀)
둘째인 딸 슬아는 또래보다 체구가 작은 데다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조마조마한 딸이다. 남편은, 조그만 슬아를 둘러업고 빗속에서 병원으로 달려가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가끔 이야기하곤 한다. 작년에는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슬아의 구토 증상 때문에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른다. 조금 고된 날이면 어김없이 밤에 자다가 갑자기 울면서 일어나 노란 물이 나오고 더 나올 것이 없을 때까지 연거푸 구토를 했다. 이쯤 되자 그나마 적게 먹던 아이가 먹으면 토한다며 음식을 더 먹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지내는 동안 당연히 몸무게가 점점 줄어갔다.
그러나 올해에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으로 이런 증상이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요새는 슬아가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마치 과체중인 내게 친정 부모님이 예전에는 살이 빠져서 보기 싫더니 지금은 보기 좋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나도 통통한 슬아를 볼 때마다 그저 건강한 게 고맙다.
2. 우리 집의 보물, 태이 공주
(막내며느리 씀)
태이가 인공 와우(蝸牛, 달팽이관) 수술을 하고 언어치료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달이다. 수술할 당시엔 1년 뒤라는 것이 굉장히 긴 시간으로 생각됐으나,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꾸준히 언어치료를 받으며 점점 듣기도 잘 하고 말할 수 있는 단어도 많아졌지만, 엄마의 조급한 마음은 좀처럼 느긋해지지 않고 더 커져만 갔다.
그런데 8월 24일(목), 태이가 “엄마, 오빠가 때렸어.”라고 세 단어를 정확하게 조합해 한 문장으로 내게 얘기했다. 고맙고 또 고마웠다. 물론 내용은 썩 좋진 않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우리 태이가 한 문장을 정확히 얘기했으니까. ‘그래,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릴게. 아자! 아자! 정태이!’
3. 채운, 이현이 전학과 나(현수인)의 전근
(둘째며느리 씀)
작년 말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로 이사를 했다. 두 아들이 전학을 가도 잘 지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막상 2월에 새 학교(무봉초)로 가려고 하니 채운이가 망설였다. 갑자기 가지 않겠다고 버텨 덩치도 큰 녀석을 끌고 가느라 힘들었다. 채운인 교무실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안 좋은 표정이었다. 이현이는 차분하게 따라다녔다. 이현이를 새 반에 먼저 데려다주고 채운이 반으로 갔다. 여 선생님의 환영인사를 받자마자 채운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로 쏙 들어갔다. 두 아들이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적응하여 잘 지내고 있다. 이현이는 저학년 특성상 엄마들이 함께 어울려야 친구도 생기는데 내가 다른 엄마들을 모르니 방과 후에 놀 친구는 아직 만들지 못했지만, 앞으로 커가면서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신동탄 지역의 학교(예솔초)로 옮기니 같은 일을 하는데도 분위기가 아주 달라 처음엔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잘 넘기고 어느새 내년에 맡을 학년과 업무를 고민 중이다. 학교 분위기보다는 좋은 동학년 교사들을 만나 즐겁게 생활했다. 내년에도 우리 가족 모두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생활하면 좋겠다.
4.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공천위원 활동
전북동노회 장로 부노회장의 임기가 3월 제112회 정기노회가 개최됨으로써 끝났다. 공천위원(公薦委員)은 노회별 한 명씩인데 임기가 2년이고 정기노회에서 선출한다. 공천위원회는 총회의 목사와 장로로 조직되고 인사위원 역할을 한다. 올해, 우리 노회 공천위원은 장로 차례다. 공천위원을 하고 싶었는데 후보가 3명이었다. 노회 회원의 무기명 투표로 결정한다. 노회 회원들의 뜻에 따르기로 맘먹었는데 내가 최다득점자가 되어 공천위원으로 확정되었다.
지난 7월부터 새로 공천위원회를 조직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 간 배려하고 양보한 분위기 조성으로 노회와 총회의 발전을 위해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5. 시온 찬양대의 팀장
우리 교회는 주일 1, 2, 3부 찬양대가 있다. 시온찬양대는 1부 예배(오전 7시) 때 찬양을 한다. 찬양 연습은 1부 예배 전후 4, 50분쯤 한다. 전 대원은 교회식당에서 꿀맛 같은 아침을 먹으며 한 주간의 정담으로 교제를 한다. 2년 전, 시온찬양대 대원인 아내의 권유로 함께 하기로 했다. 올해는 대원들의 추천으로 팀장(대장)이 되어 임명장까지 받았다. 시온찬양대를 하기 전에도 대학 때부터 10여 년 활동했는데 팀장이 된 건 처음이다. 가장 큰 부담은 가창력이 대원들보다 부족한 점이다.
총무와 회계와 함께 대원들을 도와주다 보니 53주일이 금세 지나갔다. 지난 11월 셋째 주일 오후에는 시온찬양대의 특별찬양 예배로 드렸다. 대원들은 현 임원이 내년에도 맡아야 한다고 또 추대했다.
6. 의3형제, 일본 홋카이도[北海島] 여행
의3형제는 부부간 3박 4일 백두산여행을 추진했는데, 사드 문제로 중국의 한국 거부 운동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로 시국이 시끄러워 여행지를 바꾸었다. 일본 북해도를 6월 23일부터 4일간 여행했다. 첫날은 노보리베츠의 민속촌과 지옥계곡, 니세코 후키다시공원을 둘러보고 둘째 날은 도야코의 도야호수와 쇼와신잔, 오타루의 운하와 기타이치 가라스므라 셋째 날은 삿포로의 오도리공원, 삿포로시계탑과 구 청사, 맥주공장, 오쿠라야마 스키점프대, 신궁을 관광했다. 특별히 니세코 힐튼 호텔의 온천욕과 죠잔케이 뷰 호텔의 온천욕과 뷔페식사는 오래 남을 추억이었다. 의3형제는 1980년에 맺은 형제애가 이제 더 돈독하고 깊어져 좋다.
7. 대가족 여름휴가
세 번째 대가족 여름휴가를 보냈다. 처음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 펜션, 두 번째는 충북 단양군 대명콘도였다. 올해는 성수기인 8월 9, 10일(1박 2일)에 세 번째로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도곡리에 있는 숲속펜션에서 보냈다. 펜션이 흩어져 있는 깊은 골짜기라 더 맘에 들었다. 목백일홍의 하얗고 빨간 꽃과 온갖 야생화가 짙은 녹음과 어우러져 우리 가족을 환영했다.
실내외 시설이 좋은 펜션 전체를 이용해 대가족 분위기가 살아나 재미가 쏠쏠했다. 손자 손녀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탁구장과 배드민턴장에서 신나게 탁구와 배드민턴을 즐겼다. 저녁은 숯불에 돼지갈비와 목살을 구워 마늘과 고추를 상추에 싸서 먹으며 가족의 정을 다졌다. 노래방에서 손자 손녀들의 장기자랑도 보려 했는데 태산이의 발표회가 되어 박수를 독차지했다.
다음 날이 큰아들의 아들 슬우의 생일이라 축하식 예배를 드리고 케이크도 잘랐다. 어제 밤늦게 내린 비가 그치길 고대했는데 오전 실외 놀이를 막았다. 아침 겸 점심으로 함평 추어탕을 먹었다. 뭔가 찝찝한 아쉬움을 남겨놓은 것 같은 얼굴빛이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사이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8. 스페인 포르투갈 아랍에미리트 외 2개국 여행
아내랑 교우 열두 명이 3월 24일부터 4월 4일까지 스페인, 포르투갈, 남프랑스, 모나코, 아랍에미리트 5개국을 관광했다. 남프랑스 리스와 모나코는 다녀온 곳이다. 에티하드 항공기 내에서 첫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아랍에미리트 아부다이에 도착했다. 오전엔 중동의 신흥 도시인 두바이의 높고 화려한 건물을 보았다. 오후에는 아부다이의 거대한 랜드마크와 그랜드모스크 이슬람 사원 내부를 관람했다.
8일 동안 모나코의 왕궁, 성당과 남프랑스의 니스, 에즈, 생플드방스, 칸, 마르세이유, 아롤, 아비뇽 지역을 둘러보았다. 스페인은 올림픽 개최도시 바르셀로나 시가지와 구엘 공원, 몬세라트, 발렌시아, 그라나다, 마하스, 론다, 세비야, 톨레도, 마드리드 지역을 관광했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까보다로까, 리스본, 파티마 지역이었다. 아부다이 공항을 출발한 항공기 내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귀국했다.
9. 투게더 탁구 동아리 회장
전주시 생활체육회가 주관하는 봄과 가을 탁구교실에 3회 등록하고, 코아탁구장에서 기초기능을 서너 가지 배우며 탁구를 쳤다. 2015년에는 덕진노인복지관 탁구기초교실에 등록하고, 기본기능의 반복지도를 받았다. 작년부터 덕진노인복지관 투게더 탁구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회장을 맡아 회원 확보와 회원 상호 간 재능 나눔으로 탁구실력을 향상하도록 했다. 자랑스러운 것은 매주 화요일은 자체적으로 초빙한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탁구 기능을 연마했다. 11월 말에는 친선탁구대회를 개최해 탁구실력을 겨루어 보았다.
10. 최신형 냉동고 구입
1993년, 1층 단독주택을 헐고 2층으로 신축해서 입주할 때만 해도 다섯 식구가 냉장고 1대로 생활을 했었다. 주방이 생기니까 대형 냉장고도 하나 더 들여놓았다. 우리 식구가 살기엔 냉장고 2대로 충분한데 7년 전에 김칫독까지 사들였다. 정년퇴임을 한 해에 2층 전체를 고치고, 주방의 싱크대와 찬장과 탁자까지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 뒤로 아내는 ‘냉동고’ 이야기를 가끔 했다. 두 냉동실 가지고는 식품 냉동이 부족하다는 게다. 김칫독도 작은 방에서 별거하고 있어 냉동고는 아예 주방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그런데 내 턱을 넘는 최신형 냉동고가 음력 9월 내 생일 전에 주방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제 둘이 최대의 문화생활을 누리게 됐다. 아내 얼굴이 더 환해졌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교체, 둘째네 동탄2신도시 올리브교회 출석, 큰아들네 일본 가족여행, 막둥이네 태산이 분당유치원 입학 등 경사가 많았다. 애사로는 가끔 뵙던 넷째 외숙님과 같이 덕진동에 사시던 셋째 외숙모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2017년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황금 개띠해인 희망찬 무술년(戊戌年), 2018년은 독수리가 날개를 치며 오르듯 웅비(雄飛)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2017.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