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의 무리들이 가안히
장사진을 이루는 강가를 걷습니다
그들의 틈새를 비집으며 거닐면
비틀대던 마음도 옷깃을 여미고
제 가끔의 상처와 멍을 안은 채
바다로 바다로 쉼 없이
흐르는 강물을 만나
그리운 마음을
띄워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휘휘친친 안개에 휘감겨 넓적 돌에
발을 쉬면 더욱 절실히 그리운 그대
내 안에 사계절이 피고 질 때나
하루를 열고 닫는 매 순간에도
단 한번 그대를 잊은 적
없었음을 전합니다
맑진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았고
웃을 일보다 울 일이 많은 삶을 살다가
눈물도 말라버린 휘휘한 오후 길
금방 돌아올 것처럼슬픈
빛없이 떠난 이여
앙다물고 있던 슬픔이 터져
오늘은 눈물도 풍요롭습니다
어디에도 없는 듯 있어 보이는 그대여
은사시나무들은 박자를 놓친 채 떨고 있고
어린 새들의 노래는 끝나질 않았는데
인가 쪽에서 목 쇠게 부르는 삶의 소리
이번에는 내가 먼저 일어서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댈 또 아프게 했어요
안개와 눈물이 뒤섞여
내 안에 연우가 내리는 탓입니다
함량을 잴 수없는 그리움의 연우가 !
그리움이 그대를 만나면 / 박해옥
Venezia Noturna - Rondo Venez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