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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은 아닙니다.” 지난 25일, 천주교인권위원회 3층에서 열린 김훈(요한 비안네) 중위 15주기 추모미사를 마치며, 그의 아버지 김척 씨가 단호하게 한 말이다. 김 중위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GP 지하 벙커에서 머리에 권총에 의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1998년 2월 24일로부터 15년이 흘렀다. 예비역 중장인 김척 씨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순직 인정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 의결에도 육군은 답이 없다
사건 당시 김 중위는 왼쪽 손바닥에서만 화약이 검출된 반면, 실험에 응한 10명은 모두 왼쪽 손등에서 화약이 검출됐고, 9명은 오른쪽 손등에서도 화약이 나왔다. 김 중위가 자살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의 실험 결과였다. 그러나 아직 육군은 김 중위에 대한 순직 인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작년 국정감사 중에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고 당시 김 중위의 정신 · 심리상태를 재조사해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인지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척 씨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순직 인정을 권고하는 의결서를 군에 보냈지만, 군은 잘못을 은폐한 것에 대한 책임 추궁, 권위 실추 때문에 시간을 끌며 유야무야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깔아뭉갠다면 제2, 제3의 김훈 중위가 나올 것”이라며 올해에는 반드시 ‘순직 인정’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훈 중위 15주기 추모 미사는 유족과 관계자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분위기에서 봉헌됐다. 미사를 주례한 이철학 신부(서울대교구)는 강론에서 “김훈 중위 사건 초기부터 ‘자살’로 단정짓고 수사를 시작한 군이 각종 실험을 근거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 권고까지 받고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하루빨리 군 관계자들이 김훈 중위 사건의 진실을 밝혀서 그 명예가 회복되고 가족들이 받은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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