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저축 장려 운동 당시, 은행 금리는 약 20%를 웃돌았다. 지금과는 달리 예금 이자로 충분히 생활 가능한 시대였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금리가 낮아지고, 월급 만으로 자산을 가꾸기에는 부족한 사회가 도래했다. 주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학개미운동’이 활발했던 작년 같은 경우, 가계 투자액이 76조 원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주식시장이 커지면서 한 편에서는 주가조작 범죄가 성행하게 됐는데, 2000년대에 발생했던 ‘루보 사태’는 우리나라 최악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린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던 ‘루보 사태’에 대해 알아보자.
영업손실 내던 작은 회사… 6개월 만에 주가 46배 급등 ‘루보’라는 회사는 베어링 부품을 만드는 파주의 작은 회사로 2001년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던 소규모 회사였다. 주가가 오를 일이 없어서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회사가 아니었고, 2006년 10월의 주가는 1185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루보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2007년 4월의 주가는 51400원을 기록하는 전무후무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이런 갑작스러운 주가 급등을 의심해서 루보에게 주가가 오를만한 이유가 있었냐고 묻지만, 루보는 주가가 급등할 만한 사유가 없다는 답변만 했다.
선수들 모아 주가조작 기획 투자자들 현혹해 주가 6배 상승 이런 비약적인 주가 급등에는 작전 세력이 존재했다. 2004년에 설립한 다단계 기업인 ‘제이유 그룹’이 바로 그 배후였다. 2007년, 주수도 회장이 생활용품을 사면 가격의 250%를 수당으로 돌려주겠다는 다단계 피라미드 방식으로 9만 명에게 2조 원의 피해를 입혔다. 회장이 수감될 시기에 부회장이었던 김영모는 새롭게 수익 창출을 하기 위해 선수들을 모아 주가조작을 기획한다. 김영모는 상호저축은행의 사채를 끌어모아서 기본 자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체 규모가 크지 않아서 주식을 조금만 사도 주가가 요동칠 수 있는 회사를 물색했는데, 그 타깃이 된 곳이 ‘루보’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2%나 5% 정도로 조금씩 주가를 올려서 금융 기관들의 의심을 피하도록 했고, 점점 주가를 몇 배씩 올렸다.
루보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때 김영모는 투자 설명회를 열어서 현혹되는 말로 수백 명의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어마어마한 자금을 모은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주식 계좌에 대한 공인인증서나 보안 카드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개인이 매도를 못 하도록 꼼짝도 못 하게 한다. 이를 통해 단기간 안에 주가를 6천 원 대까지 올렸다.
분할 매도로 빠져나가 피해는 일반인들의 몫 주가가 6천 원 대에 도달하고 난 뒤, 작전 세력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모찌 계좌’라고 부르던 차명계좌를 만들었다. 그리고 루보 주식을 차명계좌로 이체시키면서 점점 처분했다. 한 번에 주식을 매도해버리면 가격이 붕괴할 수 있으므로 분할로 매도해서 차익을 챙겼던 것이다. 루보의 주가 그래프가 우상향을 그리자 일반 투자자, 즉 ‘개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미들이 너도나도 투자하는데 언론 플레이가 가세하면서 6개월 만에 51400원을 기록했다. 이때 당시 루보의 시가총액은 5200억 원에 달했고 코스닥 시가총액은 19위였으며 하루 거래량은 100~200만 주 수준이었다.
작전 세력은 분할 매도로 이득을 챙긴 뒤 빠져나갔고, 광기에 가득 찬 개미들만 남아서 루보의 주식을 열심히 사고팔았다. 하지만 최고가를 경신했던 2007년 4월의 장 마감 후, 언론은 검찰이 루보의 주가조작 세력을 수사 중이라는 소식을 보도했다. 다음 날부터 주가는 미친 듯이 떨어지면서 11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결국 개미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고,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김영모 부회장은 징역 7년에 벌금 70억과 추징금 30억이라는, 일반인들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 그는 7년 형을 살고 나온 후에도 또 주가조작을 기획했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점점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는 성공 사례에 혹해서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점점 더 현명해지고 있는 시대에서 내가 투자하려는 회사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보고 분석해본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투자로 인한 피해는 결국 개인이 받기 때문에, 루보 사태는 투자할 때 꼼꼼하고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